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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에 관하여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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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너무 당연하게 걷고나 뛰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잡이를 잡고 안전하게 서 있는 사람들을 밀치고 지나가기 일쑤다. 심지어 태반이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고 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위험 천만한 서커스를 벌이는데 줄줄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쿵쿵거리며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꼴은 정말 장관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런 행동의 이유.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급한 일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면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옆에 계단이라는 것이 있다. 걷거나 뛰어야 할 만큼 급하면 계단으로 이동하면 된다.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것도 물론 권장할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뭐 급한 사유가 있다는데 그것까지 뭐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이단 헌트, 잭 바우어, 그리고 잭 라이언이 아니고서야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어야 할 만큼 정말 중요한 이유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계단으로 걷거나 뛰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가급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옳다. 충분히 젊고 건강하여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뛸 수 있으나 계단으로는 가기는 싫다? 이게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이미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더 빠르게 내려가려는 행동에는 정당화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일단 안전하지 않다. 자기만 안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주변 이용객들까지 위험하게 만든다. 모르긴 몰라도 에스컬레이터 시설의 수명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서울시내 주요 환승역 에스컬레이터들이 심심치 않게 고장 나는 이유에 그런 원인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만큼 급한 일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그렇게 급한 상황에서 악착같이 스마트폰을 주시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급한데 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보고, 그렇게 급한데 양손을 정신없이 두들겨대며 게임을 한다고? 이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 많던 공공장소에서의 질서와 에티켓에 대한 안내와 교육은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자신의 사정과 자신의 즐거움을 충족시키려는 생각만 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와중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인드가 과연 남아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다. 정말 그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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