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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세메터리: 파워에어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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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귀사가 흥미를 가질만한 기술을 개발하여 이에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제 이름은 고바야시 마루라고 하며 공학자이며 (고로 당연히) 애플 팬보이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귀사가 출시를 예고하였던 에어파워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모두 사용하면서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음 역시 물론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출시 계획이 취소되었을 때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에어파워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 보고자 계획하였고 (그렇습니다. 공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나름대로 계획한 ‘파워에어’의 (노골적으로 카피한 이름은 죄송합니다) 정교한 설계도면입니다. 저의 개인 변호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살짝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결과적으로 형편없이 실패하였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모여있는 귀사에서도 균일한 수율을 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일개 논문 자영업자인 제가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어쩌면 이 메일에 흥미를 잃으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귀사에는 이런 식으로 약을 파는 뜨내기들의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만 통이 쏟아질테니까요. 하지만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 


  저는 실패한 ‘파워에어’를 테크 세메터리에 가져다 묻었습니다. 테크 세메터리가 뭐냐고요? 출시 소문이 돌다가 취소되거나 사라진 테크 제품들, 일단 시장에 출시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도태된 테크 제품들이 잠드는 곳입니다. 이 공간의 기원이 인디언들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만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테크 세메터리에는 소니의 ‘미니 디스크(MD)’과 ‘e빌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준’과 ‘킨’과 ‘윈도우 폰,’  아마존의 ‘파이어 폰,’ 페이스북의 ‘페이스북 폰,’ 피크의 ‘트위터 피크,’ 블랙베리의 ‘플레이북,’ 그리고 귀사의 ‘피핀’ 같은 것들이 묻혀있다고 합니다. 저는 ‘파워에어’를 여기에 가져다가 묻었는데요.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며칠 후 파내서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돌아온 너석은 제가 알던 그 모습 같으면서도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너무 컸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시제품은 한 뼘 정도의 가로 길이에 반 뼘 정도의 세로 길이였는데요. 다시 돌아온 녀석은 무려 가로 30인치 세로 20인치였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접이식 라이프타임 테이블만한 크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아이폰과 애플워치와 에어팟이 모두 충전이 되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올려놓아도 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예, 사실입니다. 믿기 어렵지만 정말입니다. 그리고 무서운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미친 소리 같지만 정말입니다.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저는 11인치 아이패드와 13인치 맥북 에어가 있거든요. 무선 충전 기능과 무관한 이 제품들을 그 위에 올려볼 생각을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충격에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돌아온 파워에어가 (이 노골적으로 카피한 이름은 거듭 송구합니다) 접이식 테이블에 육박하는 크기이다 보니 여기에 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갑작스러운 충동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것은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두 기기의 배터리 잔량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위치에 어느 방향으로 놓던가 말입니다. 순간 모골이 송연하였습니다. 저의 공포와 두려움도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선 충전을 위한 설계가 되지 않은 기종까지 무선 충전이 된다면 이 현상은 과학과 상식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뭔가 고약하고 사악한 것에 사로 잡혀 돌아온 충전 패드가 아닐까요? 충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알 수 없는 혹은 정말로 인디언과 관련되었다는 주술적인 힘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면 ‘쥰’과 ‘킨’과 ‘윈도우 폰’도 테크 세메터리에서 파내 오면 사람 구실, 아니 기기 구실을 할까요? 너무 무서워 몸이 떨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27인치 아이맥도 있었습니다. 그 테스트 결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메일을 쓰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알아서 짐작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귀사가 이 미스테리한 충전 패드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심이 있을 거라고 짐작을 하였습니다. 적어도 저처럼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을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만약에 귀사가 별 관심이 없으시다면 순다 피차이나 사티아 나델라처럼 인디언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써 볼 생각입니다. 논의하실 시간이야 드리겠지만 많이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고민해보시고 답장 주세요.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incerely,
고바야시 마루, Ph.D.
This, That & The Other Street
Nova Scotia, Canada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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