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밝지 않은 블로그의 미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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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밝지 않은 블로그의 미래에 관하여

by 김영준 (James Kim)

  블로그의 미래에 관해서라면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최근의 틱톡처럼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이 주도하는 소셜 미디어 사이에서 결국 도태될 거라는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활자보다는 그림이, 그림보다는 영상이 힘을 발휘하는 작금의 추세에서 분명 블로그는 반대 지점에 머물러있다. 실제로 초창기 블로그가 수행하던 역할의 상당수가 이제는 유튜브에서 영상 포맷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용모파기와 신상정보를 대중 앞에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놀랍다). 또한 모두가 자기 중심의 세계를 구축하고 타인의 관심을 원하는 시대에 피드백 기능이 느리고 빈약한 블로그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가령 트랙백 기능이 결국 대부분의 블로그 서비스에서 사라진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의 포스트에 댓글로 의견을 달다가 (조금 분량이 길어질 것 같으면) 트랙백을 걸어 포스트를 작성했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일 자체가 없다. 너무 느리고 또 귀찮은 것이다. 차라리 남의 글을 짜깁기해 자기 글을 발행하여 남의 글보다 더 검색이 잘되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괜찮은 글이 썼다면 더 많은 조명을 받도록 서로 도와주던 시절의 이야기는 이제 동화속 이야기처럼 들린다. 모두가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을 원하고 그 결과가 수익으로 이어지기만을 원한다. 심지어 블로그로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다며 유혹하는 책들이 한동안 서점가에 쏟아지면서 글쓰기가 글쓰기 그 자체가 아닌 마치 부업의 수단처럼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 한국으로 논의를 한정하자면 물음표는 더욱 커진다. 한국에서 블로그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고 사용자나 사업자나 모두 컨텐츠의 늘 양적 확대에만 관심이 있었다. 한때 너도 나도 ‘정보형 블로그‘라는 해괴한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여기 저기서 짜깁기한 자료를 붙여넣기한 덕분에 한글 인터넷 검색은 넘쳐나는 중복 정보로 과잉 상태가 되었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아웃데이트된 정보가 함께 검색되며 혼란만 가중시켰다. 또한 언제부턴가 ‘수익형 블로그’라는 노골적 선언 아래 수익 증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추세인데 스스로 지켜야 할 양심과 서로 지켜야 할 적정선라는 게 없어진 느낌마저 든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최신 소셜 미디어에 압도당하는 현실 속에서 마지막으로 블로그를 떠받치는 힘이 바로 이 광고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광고 역시 더 많은 방문자 유입에 달려있으므로 아무래도 양적 확대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양이 늘어나는만큼 질이 따라주기는 상당히 어렵다. 포스트의 퀄리티는 낮아지는 반면에 방문자 유입에 목마른 블로거들은 늘어나면서 스팸과 구독 좀비와 댓글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한국의 블로그 서비스 제공자들은 굳이 이런 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포스트 발행 양을 부풀리려는 사용자들의 발악도 고스란히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블로거들이 발행하는 내용의 정확성이나 영향력 가치나 의의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블로그가 어두운 미래에 맞닥뜨리게 될 거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언제 어떤 식으로일지는 몰라도 언젠가 벌어질 일인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거의 백퍼센트 피해갈 수 없는 미래임을 확신한다. 음식 사진 반과 광고 반으로 도배가 된 맛집 탐방기가 전체 한국어 블로그의 9할을 차지하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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