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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틀칩 쇼다운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8.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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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들이 얼마나 헛돈을 잘 쓰는지 알면 아마 놀랄 것이다. 때때로 그들은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의 돈을 쓰기도 한다. 의문은 그들이 그래서 부자인건지 부자여서 그러는 건지 가끔 선후 관계가 헷갈린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번에 내게 일을 맡긴 사람은 아르헨티나의 갑부인데 감자칩을 수집하는 이상한 취미에 빠져 돈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다. (물론 나는 그 돈을 주워 챙기니 서로 윈-윈인 셈이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자칩을 모으겠다는 이상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나에게 희귀한 ‘케틀칩’을 구해 오라고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감자칩이 박제되어 진열된 거대한 쇼케이스 앞에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과연 그가 가지지 못한 케틀칩이 있기는 할까. 다만 분명한 것은 꼬리를 내릴 수는 없단 사실이었다. 이 돈 많은 아저씨는 항상 같은 의뢰를 동시에 두 사람에게 던지고 경쟁을 붙인다. 그 중 성공하는 쪽에게만 상금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 그게 부자의 특권이다.) 이번에 나와 경쟁을 붙인 상대는 팻 조. 자존심이 있지 A급 바운티 헌터인 내가 스캐빈져 출신의 그 뚱땡이에게 질 수야 없는 일이다. 게다가 팻 조와 나 사이에는 히스토리가 있다. 놈이 사기를 쳐서 '프링글스 크릴오일맛’을 가져오는 바람에 한 번 크게 엿을 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프링글스가 별별 해괴한 맛이 다 있다고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프링글스 크릴오일맛이면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가 클까? 아니면 낮추는 효과가 클까?) 아니나다를까 포토샵으로 만든 포장지를 인쇄해서 붙이는 조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을 하다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그런 사례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가 없다. 쉽게 잊혀지지도 않는다.

  이번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케틀칩도 프링글스와 같은 이유에서 해괴한 브랜드다. 사람의 혀로 분간하기 어려운 수십가지 맛이 시장에 나와 있다. (도대체 왜?) 씨 솔트, 사우어 크림 앤 어니언 같은 그래도 상식적인 감자칩 맛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할라피뇨, 스리라차, 딜 피클, 메이플 베이컨, 칠리 라임, 와사비 랜치 같은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례들은 글쎄… 잘 모르겠다. 그런 마당에 그 사기꾼이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할 지 모르는 일이다. 항공사에 전화해서 표를 예약하고 연장을 챙겨서 출발하려는데 어라? 난데없이 문자가 떴다. 아르헨티나 출신 돈가방이 말씀하시길, 경합이 끝났으니 돌아오라고? 그의 방에서 제안을 수락하고 나온지 이제 고작 여섯시간이 지났는데 벌써 끝났다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럼 팻 조가 벌서 새로운 케틀칩을 찾았다는 이야기인데 그 놈을 잘 아는 나로서는 의심을 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뒤이어 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사진까지 첨부해서. 그의 지시를 받은 심판관이 이미 같은 스토어를 찾아가서 증거 사진을 촬영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팻 조가 들고 왔다는 케틀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 그 사진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코리안 비비큐 맛? 예끼, 이 놈들. 농담도 좀 적당히 해야지.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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