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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매닐로우 <The Greatest Songs of the Eighties>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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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배리 매닐로우의 ‘다시 부르기’ 작업이 1980년대까지 왔다. 한때는 콧대 높은 싱어 송라이터의 자존심 때문에 스캇 잉글리쉬의 ‘Brandy (1971)’를 리메이크한 ‘Mandy (1974)’를 앨범의 머릿곡으로 삼길 거부했던 양반이 (허나 ‘Mandy’가 없었으면 지금의 매닐로우도 없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 커버 앨범을 줄줄이 내겠다고 아리스타와 계약하고 나선 것이 의아했지만, 이쯤 되니까 브랜디가 맨디가 되고 왕년의 청춘 스타였던 그의 머리숱이 드물어진 것만큼이나 일련의 리메이크 작업도 자연스럽게만 느껴진다. 


  그의 재해석 작업은 1950년대에서 출발한다. 2006년작 <The Greatest Songs of the Fifties> - 1943년생인 그에게 50년대의 스탠더드 명곡들은 유년기의 사운드트랙이었을 것이다. 이 앨범으로 그는 1979년 <One Voice> 이후 27년만에 빌보드 앨범차트 톱 텐 진입을 선물받더니만 곧이어 가뿐하게 정상까지 밟는다. 생애 첫 빌보드 앨범 차트 넘버 원의 영광. 그래서일까. 여세를 몰아쳐 60년대 명곡들을 재해석한 <The Greatest Songs of the Sixties>를 같은 해에 발표한다. 맞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너무 무리하셨다. 그래도 빌보드 앨범 차트 2위까지 올라간다. 1991년 <Showstoppers> 이후 신곡이 없이 부침을 거듭했던 그에게 2006년은 정말 마술같은 한 해였을 것이다. 이어 2007년에는 그 자신의 전성기였던 7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The Greatest Songs of the Seventies>를 발표했다. 명곡들 사이에 자신의 히트곡을 여섯 곡 살짝 끼워넣는 귀여운 센스까지 발휘하신다. 이 앨범 역시 4위까지 올라갔다. 


  자, 그리고 이제 80년대까지 왔다. 케니 로저스와 돌리 파튼의 전설적 듀엣곡을 커버한 'Islands in the Stream (1983)'을 시작으로 저니의 'Open Arms (1981)', 벤 모리슨의 'Have I Told You Lately (1989)', 필 콜린스의 'Against All Odds (1984)', 스티비 원더의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1984)', 웸!의 'Careless Whisper (1984)', 리처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 (1989)', 시카고의 'Hard to Say I'm Sorry (1982)'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화려한 라인업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통산 7천 6백만장의 앨범 세일즈를 기록하고 불후의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 원 세 곡에 톱 텐만 여덟 곡을 보유했던 그에게 이 커버 시리즈 몇 장이 얼마만큼 대단한 의미가 있을 것이냐를 논하기는 어렵다. 허나 언제나 그랬듯 그의 매력은 투박하고 꾸며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다. 어쩌면 그는 머지 않아 90년대 명곡들로 다음 앨범 작업을 착수하지 않을까? 이미 영국의 도박사들을 중심으로 어떤 곡이 신보에 포함될지 뜨거운 내기가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농담이다). 나는 아리스타에서 태어난 명곡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1992)'와 엘튼 존의 교과서적 발라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1994)'에 걸겠다[각주:1]. 환갑이 넘으신 나이에 뒤늦게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na Miss A Thing (1998)'나 보이즈 투 맨의 'I’ll Make Love to You (1994)'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하실지는 모르겠으나 브라이언 맥나잇의 'Back At One (1999)'정도라면 살짝 탈색된 형태로 기대해봄직 하지 않겠나. 뭐, 아님 말고. 

(2008년 12월)

  1. 그런데 사실 'I Will Always Love You'를 돌리 파튼이 1973년이니 90년대 명곡 앨범에 넣기에는 아리송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같은 이유로 머리이어 캐리의 'Without You (1994)'도 엄밀하게는 70년대 명곡이라서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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