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스프링스틴 <Working on a Dream> B평
by 김영준 (James Kim) 보스(The Boss)의 귀환이다. 언제 떠났냐는 듯 초연하게 돌아오는 모습이 눈부시게 멋지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미국적인 가수의 표본이고 미국 록의 자존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미국적인 가수로 스프링스틴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앨범' 설문조사에서 비틀즈와 U2의 걸작들을 제치고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앨범 또한 그의 1975년작 'Born To Run'이다. 미국 록의 자존심이 그에게 달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스프링스틴은 ‘미국적인 가수’란 말은 그가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미국을 상징하는 가수’라는 뜻에 더 가깝다. 시대 흐름에 따라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달라질 수 있는 전자와는 다르게 후자는 당대 최고의 팝 스타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자리다. 그리고 여기서 ‘미국을 상징한다’라는 표현은 그들의 국가적 자부심, 나아가 정신(Spirit)과 궤를 같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프링스틴의 음악은 바로 그들의 그런 정서 위에서 공명하는 것이다.
그를 둘러싼 오해는 여기에서 빚어지는데 바로 스프링스틴이 추구하는 가치가 위정자들의 이해와 합치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실제 그의 노래가 악용된 사례도 적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노래가 작동하는 매커니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애국애족의 정신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무게 중심이 가치 그 자체가 아니라 가치의 붕괴 속에서 찾아야 하는 희망에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착취, 노동의 한계, 전쟁과 폭력, 좌절과 소외, 인간성의 붕괴... 그 안에서 스프링스틴의 음악은 '이봐, 우리 이런 나라 아니잖아'와 '그렇다면 이제 과연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그 최종 목적지가 가치의 회복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 사회적 메세지를 전달하는 록스타가 블루칼라 노동자와 대도시의 리버럴에게 모두 사랑받는 유례없는 현상을 가능하게 한다.
절망을 노래하기에 희망을 그릴 수도 있다는 노장의 마술은, 황량하고 메마른 절망의 계보와 저 멀리 오아시스처럼 아른거리는 희망의 계보가 극적으로 교차하는 근래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9/11 이후 다시 일어서는 희망에 대해 노래하였던 2002년작 <Rising> 이후 다음 두 앨범은 조금 어둡고 보다 사회 비판적인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 열여섯번째 앨범 <Working on a Dream>에서는 다시금 희망적인 미래를 꿈꾼다. 그야말로 격동의 반세기를 경험한 1949년생 이 관록의 노장은 조금도 늙지 않은 것처럼 무대에 섰고 어쩐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노래한다. 그리고 그 메세지는 버락 오바마의 등장과 맞물려 강력한 꿈과 희망의 전언으로 작동하며 큰 울림을 남긴다. 정녕 불가해한 것은 그의 송라이팅 능력이다. 아름답고 단순한 멜로디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고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감각은 전성기 못지않다. 그저 죽은 선율에 힘만 잔뜩 넣은 것이 아니라 정말 상쾌한 패기와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쩜 슬럼프 한 번 없이 이렇게 곡을 잘 쓸 수가 있을까. 많은 노장들이 쇠락한 기운을 떨치지 못하고 스스로의 문법에 갇히고 마는 것과 비교할 때 참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한 일이다.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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