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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포 원 <Spirit Personality>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4.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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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올 포 원'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남성 보컬 그룹이 득세한 시대적인 배경과 그러한 흐름을 주도한 '보이즈 투 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을 두고 단순히 때를 잘 맞추어서 나왔기 때문에, 혹은 '보이즈 투 멘'의 후광으로 재미를 보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대단한 실례처럼 보인다. 1994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ALL-4-One>이 전 세계적으로 500만장 이상이 팔려 나가고 이 앨범의 두번째 싱글 'I Swear'가 빌보드 싱글 차트를 무려 11주나 점령한 사실을 그저 우연의 산물이라 보아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올 포 원'의 성공 비결이라면 어떤게 있을까? 우선 그들의 음악은 '보이즈 투 멘'을 위시한 여타 R&B 보컬 그룹들보다 덜 흑인적이다. 고운 목소리를 가진 제이미 존스(Jamie Jones)를 중심으로 델리어스 케네디(Delious Kennedy), 알프레드 네바레즈(Alfred Nevarez), 토니 보로위악(Tony Borowiak)의 멤버들이 흑인과 백인, 멕시코인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그들의 정교한 화음은 팝적이고 감미로운 멜로디에 정 조준하여 구사된다. 아시아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남성 보컬 그룹의 전성기는 1990년대 초중반이었다. 모든 유행이 그러하듯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던 이들의 유사품들은 모두 시간 속으로 사라져갔고 시장의 주도권은 진작에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흐름의 선두에 있던 '보이즈 투 멘'이 그랬듯 '올 포 원' 또한 확실히 예전만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공백 또한 길었다. 2002년에 4년만에 발표했던 네번째 앨범 <A41> (한국에는 레이블 사정상 발매되지 않았다)에 이어서 다섯번째 앨범 <Spirit Personality>까지는 또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과연 그 사이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활로가 모색되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올 포 원'의 탄생과 함께 해왔던 프로듀서 팀 오브라이언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올 포 원'의 산파 역할을 했던 그의 부재는 그들의 음악적 변화를 암시하는 징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올 포 원'의 탄생 기원으로 더 깊숙히 접근한다. 주류 흐름이 명백히 바뀌어 버린 시대에서도 오히려 교과서적인 개념의 보컬 하모니를 공고하게 다진다. 화음에 대한 집착은 전성기 시절 그 이상이다. 그렇다고 과거 완료형 앨범이라는 뜻은 아니다. 기본을 잊지 않으면서도 충실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러면서도 한번쯤 출발점을 돌아볼 줄 아는 미덕이 이 작품에는 있다. 짜임새있는 경이적 하모니에서 알 수 있듯이 '올 포 원'의 음악은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일때 비로소 완성된다. 멤버 중 하나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그가 회복될때까지 나머지 세 사람이 기다렸다가 앨범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그들 하모니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가장 정밀한 에피소드일 것이다.

(200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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