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게이츠 <Pictures Of The Other Side> B평
by 김영준 (James Kim)애들은 빨리 늙는다. 성인이 되어 데뷔하고 성장 끝에 정상을 경험한 가수들에 비해 십대에 데뷔하고 십대에 정점까지 찍은 가수들의 미래가 위태로운건 그런 이유에서다. 자질과 실력과는 또 별개의 문제다. 그 중에는 충분한 '롱런'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스무살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음악적 성숙과 신체적 성장의 동기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대중들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일찍 데뷔한다는 건 그만큼 빨리 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 셈이다. 가령 가레스가 스물 다섯 이후에 데뷔하여 ‘What My Heart Want To Say’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히트시켰더라면 그는 유사 장르의 음악을 중심으로 천천히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은 그의 나이 고작 열여덟살 때의 일. 그의 동기 동창 윌 영과 (영국 ITV의 ‘Pop Idol’에서 가레스 게이츠와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마찬가지로 당장 두번째 앨범에서부터 뭔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을 느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방법은 아이돌로 출발해 아티스트로 쐐기를 박은 선배님, 자국의 레전드 조지 마이클의 워너비가 되어 뒤를 나란히 따라 밟는 것. 가레스는 <Go Your Own Way>를 통해 노골적으로 80년대 팝의 느낌을 재현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는 또 한 단계 레벨 업을 해서 돌아왔다. 사이먼 코웰 및 틴 팝과의 결별을 선언했고 전자악기 및 비트에 대한 근본 관점 자체가 근본적으로 몰라보게 달라진 모양새다. 십대 취향의 감각으로 편곡된 곡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진지하고 깊이 있어진 어른스러운 보컬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좋다. 말 그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하지만 고음부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예전 그 싱그러운 가창의 매력을 접어두기엔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참 시원시원하게 잘 불렀는데. 무엇보다 그는 이제 겨우 스물 세 살인데 벌써 두 번이나 자신을 깨고 나섰다는 사실은 (그것이 성공적이었냐 여부를 떠나서)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염려스럽다. 점진적으로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가는게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훌쩍 자라서 돌아오는게 무섭다. 언론 보도대로 자기 욕심에 의한 선택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이런 속도로라면 서른도 되기 이전에 전략적 포석이 바닥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말이지 애들은 빨리 늙는다. 갈수록 더 그런 것 같다.
(200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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