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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블레 <Call Me Irresponsible>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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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블레의 성공은 올드 뮤직이라는 추가 얼마나 단단하고 견고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세기가 바뀌었음에도 그 시절 음악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것이다. 요즘 뜨겁게 '현재진행형'임을 자랑하고 있는 노래들의 수명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 생각해보면 고전 명곡들의 가공할 힘이란 역시 놀랍기 그지없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1930년대-1940년대의 올드 팝을 들었다는 이 캐나다 소년 역시 그 세월에 묵혀진 불변의 힘에 흠뻑 취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최고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와 움베르토 가타카, 보컬 디렉터 폴 앵카라는 막강 삼각편대의 아낌없는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스물 다섯의 나이에 화려히 데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프랭크 시나트라 찍고 벤 모리슨 찍고, 토니 베넷 찍고, 레온 러셀 찍고, 비틀즈 찍고, 비지스 찍고, 퀸 찍고, 스티비 원더 찍고, 조지 마이클까지 찍고, 다시 시나트라 찍으며 멋들어지게 삼백육십도 턴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1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초특급 팝 아이콘이 되었다.

  부블레의 경이적인 면은 그가 고전 명곡의 껍질을 빌어오는게 아니라는데 있다. 단지 수트를 입는 것만으로는 시내트라를 모방할 수 없듯이, 단순히 보컬의 두꺼운 질감만으로 신세대 시내트라를 완성했다 단언하기는 어렵다. 허나 그는 감각과 여유마저 겸비하고 있다. 또래는 물론이고 그 위로 십년 정도를 찾아봐도 이만큼 풍부한 재능을 지닌 정통파 보컬은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물론 더 좋은 재즈적 표현력을 가진 가수들은 많겠지만 그들은 방향이 조금 다르거나 시나트라 시절 전설적 엔터테이너들 방식의 매력이 약하다. 게다가 검증받은 고전의 커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하다. 2005년 자작곡인 'Home'을 히트시키며 싱어 송라이터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였던 그가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많은 자작곡을 시도했다. 하나같이 올드 뮤직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있어 1975년생의 가슴에서 나왔다고는 차마 믿을 수가 없다. 우리들이 보편적으로 원하고 보편적으로 사랑하는 그 그윽한 감수성이다. 스탠다드 팝이 세월의 흐름에 무관하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것이 듣기에 편하고 좋은 음악이기 때문이라는 근본에 있다. 그리고 신세대 시나트라, 마이클 부블레의 음악은 그 기초적 원리부터 충실하게 지킨다. 성공은 어쩌면 진작에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200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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