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이야기: 식혜 까페라떼
낙농콩단

이상한 이야기: 식혜 까페라떼

by 김영준 (James Kim)

  "여기 미숫가루 한 잔 주세요." J의 주문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까페를 이용하는데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친구 L이 팔꿈치로 J의 옆구리를 톡 찌른다. 주문은 자기가 하겠다는 뜻이었다. L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주문을 넣는다. "여기 메이플 미숫가루 마끼아토 한 잔이랑 프렌치 식혜라떼 한 잔 주세요. 식혜라떼에는 우유 넣지 마시고요. 미숫가루 마끼아토에는 우유 거품을 내지 말아 주세요." 역시, 비싼 웰빙 음료도 마셔본 사람은 다르구나. J는 그녀의 친구에게 감탄한다.

 

  L은 짐짓 그 부러움의 눈길을 즐기며 뽐내듯 셀프 코너에 준비된 시럽병을 들어보였다. "얘, 너도 시럽 필요하니?" "시럽? 무슨 시럽인데?" "된장시럽이랑 청국장시럽이야." J는 머리를 긁적였는데 미숫가루, 아니 메이플 미숫가루 마끼아토에 된장시럽과 청국장시럽 중 어느 쪽이 잘 어울릴런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이런 곳에 와서 처음 이런 것을 먹어보는 그녀로서는 언뜻 그 맛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잘 모르겠어. 네가 그냥 알아서 해 줘." L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J의 메이플 미숫가루 마키아토에 청국장시럽을 쪽 짜 넣는다. 그리고 자신의 프렌치 식혜라떼에는 된장시럽을 넣고 휘휘 젓는다. J가 보기에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묽은 우유밥에 된장을 풀어놓은 것처럼 보였는데, 그런 속내를 부러 드러냄으로써 촌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조용히 있기로 했다.

 

  "어머나!" 프렌치 식혜라떼를 우아하게 음미하는 듯 보였던 L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탄성을 내뱉었다. "이 무식한 사람들, 여기다 기어코 라떼에 우유를 넣었잖아! 내가 그렇게 누누이 얘기했건만!"

 

(2009년 0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