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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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by 김영준 (James Kim)

(※ 주의: 다음 글은 TV 시리즈 '그레이스 아나토미(ABC, 2005 ~ 현재)'의 초기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보니 아내가 텔레비젼을 보고 있다. "뭘 보고 있어?" 아내가 답한다. "드라마." 그가 묻는다. "무슨 드라마?" 아내다 대꾸한다. "그레이 아나토미." "그레이 뭐?" "그레이 아나토미." "뭐하는 드라만데?" "병원 얘기야." 그는 외투를 벗어놓고 아내의 옆에 앉는다. "무슨 병원 얘긴데?" 아내는 리모컨을 들어 화면을 정지시켜 놓은 다음,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뱉은 다음에 설명을 시작했다.

 

"저기 저 금발머리 여자애가 메러디스 그레이인데 주인공이고. 저기선 어린 척하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1969년생이래. 언뜻 보면 완전 동안이지. 자세히 보면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해. 아무튼 쟤가 닥터 데릭 쉐퍼드라는 남자를 사랑하고, 닥터 데릭 쉐퍼드는 닥터 몽고메리 에디슨이랑 이혼한 사이고, 닥터 몽고메리 에디슨은 닥터 마크. 슬론과 바람을 피웠고, 닥터 마크 슬론은 그런 닥터 몽고메리 에디슨을 쫓아 시애틀까지 왔고, 시애틀에 와서 닥터 캘리와 그렇고 그런 짓을 했고, 닥터 마크 슬론과 홧김에 잤던 닥터 캘리 토레스는 닥터 조지 오말리라는 기생 오라비처럼 생긴 남자애와 냉각기를 견디다 못해 그랬어. 결국 닥터 조지 오말리와 닥터 캘리 토레스는 결혼하기는 하는데, 그러나 오말리가 닥터 이지 스티븐스, 저기 꼭 모델처럼 생긴 여자애 있지, 걔랑 만취 중에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고, 그걸 알아챈 닥터 캘리 토레스와 닥터 조지 오말리는 다시 이혼하게 되지. 그런데 닥터 조지 오말리가 홧김에 원나잇을 저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한때 연모했던 주인공 닥터 메러디스 그레이와 간호사 올리비아 하퍼 등과의 전력이 있었지. 간호사 올리비아가 저 병원에서 같이 잔 의사들만 트럭으로 한대인 것 같아. 닥터 알렉스 카레브한테도 매독을 옮겼고 말이야. 닥터 캘리 토레스에게 '20대에는 난잡해도 나이를 먹고 철이 들면 애들과 공놀이를 해줄 타입'이라는 평을 얻은 닥터 알렉스 카레브는 그 밖에도 닥터 이지 스티븐스, 환자였던 레베카 포페, 닥터 메러디스 그레이의 배다른 자매인 닥터 렉시 그레이 등과 상습적으로 관계를 가졌으며, 액면가로는 이모 뻘로 보이는 닥터 몽고메리 에디슨을 희롱했지. 이에 회복 불능의 쇼크를 먹은 닥터 몽고메리 에디슨은 자기도 메러디스처럼 인생 참 편하게 사는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고 땡깡을 부려 스핀-오프 시리즈를 만들고 시애틀을 떠나 산타모니카에 일자리를 얻게 돼. 도착하기가 무섭게 닥터 피터 와일더와 썸씽의 조짐이 보이니 그 여자도 참 대단한 여자지. 음, 그리고 환자를 추상적 아닌 구체적으로 사랑하는데 일가견이 있던 아까 그 닥터 이지 스티븐스는 죽어가는 심장병 환자 데니 듀켓을 사랑해서 약혼하는데 그만 자기 실수로 듀켓이 죽자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려. 한편 닥터 렉시 그레이의 배다른 언니이자 '그레이 유전자'의 순수성을 의심케하는 우리의 주인공 닥터 메러디스 그레이는 상사이자 꿈나라 선생님인 닥터 데릭 쉐퍼드와 밀고 당기는 사랑의 담금질을 계속하는 와중에 꽃미남 수의사 닥터 핀 댄드리즈와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하고, 닥터 데릭 쉐퍼드는 간호스 로즈에게 한 눈을 팔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시 재결합하기도 하고, 아무튼 맨날 깨졌다 합쳤다가 그래. 사실 그런 '그레이 유전자'의 문제점은 닥터 메러디스 그레이의 어머니인 전설적인 외과의 닥터 앨리스 그레이에게 물려받은 거야. 남사스럽게도 닥터 메러디스 그레이에게는 친엄마 하나와 아빠의 둘째 부인 하나와 친아빠 하나와 기술적 친아빠나 다름없는 엄마의 불륜상대가 하나 있었으니, 그 중 마지막 남자의 정체가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의 외과장 리처드 웨버야. 쟤네의 문제가 이전 세대에서 물려받은 거란 얘기지. 또, 유유상종이라고 그런 닥터 메러디스 그레이의 베스트 프렌드인 닥터 크리스티나 양은 상사이자 심장외과의 권위자 닥터 프레스턴과 사귀고, 그러다가 끝내 동거하고, 그러다가 끝내 약혼하고, 하필 약혼한 때에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 닥터 콜린 멀로우가 나타나 '사제간의 정'을 '연인간의 정'으로 승화시켜 꿩 먹고 알 먹는 닥터 크리스티나 양의 습성이 스탠포드 재학시절부터 이미 만개해있었음을 확인시키고, 그러다가 저러다가 닥터 프레스턴 버크는 결혼식날 떠나고, 닥터 크리스티나 양은 완전히 맛탱이가 가서 집을 빨갛게 칠하고 반쯤 미치게 돼. 그런데 사실은 말이야 닥터 프레스턴 버크가 이 드라마에서 빠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겉으론 관대하게 보이는 닥터 버크 역의 이샤야 워싱턴이 닥터 조지 오말리 역의 T.R. 나이트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래. 여기에 영감을 얻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일단 버크 대신 들어온 사람이 닥터 에리카 한이라는 여잔데 살짝 레즈비언이야. 닥터 조지 오말리와 결혼했다가 이혼하여 갈 곳없던 닥터 캘리 토레스가 닥터 에리카 한에게 감화를 받아 잠재된 '레즈'의 피가 끓어오른다지 뭐야. 여기에 오지랖 넓고 배알도 없는 바람둥이 닥터 마크 슬론이 '쓰리섬'을 운운하면서 제 버릇 남 못주고 끼어드는 거 있지, 어유 저 남자 너무 느글느글해. 아무튼 정말 병원 꼴 솔찬히 잘 돌아가지않아? 

  속사포와 같은 아내의 설명을 한바탕 듣고 난 그는 얼빠진 표정을 한다. 아유 정신이 하나도 없네. 쇼파에 걸어두었던 외투를 다시 집어들고 밖으로 나가면서 중얼거린다. 도대체 뭔 소리야?

 

(201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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