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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므라즈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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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생 미국의 싱어 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를 한 단어를 규정한다면 마땅히 '낙천주의자'가 되어야 옳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익살스러운 가사와 재치발랄한 음율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마구 자극하는 작용을 한다. 만약 당신이 눅눅한 우울증을 던져버리고 싶다면 그의 음악은 딱 맞는 선택이다. 게다가 정말 좋은 건 부작용도 없다는 사실이다.

  제이슨 므라즈의 가장 큰 무기는 강한 흡입력이다. 그가 주조한 멜로디는 방금 녹은 카라멜만큼 찰진 점력이 있어 쉽사리 귀를 떠나지 않는 매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행하는 솜털처럼 가벼운 장난질이나 무의미한 백치적 기계음의 반복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다. 또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사육된 공산품들과는 달리 오랜 무명 생활과 공연 경험의 내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신기한 것은 완전히 숨기지 못하는 장난기다. 그는 진지한 이야기를 장난스럽게 풀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쓰디쓴 경험이 배어있다. 나는 그가 골방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남자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의 재미있는 노래에서는 가라앉은 통증과 마르고 난 눈물이 느껴진다. 그래도 웃는다. 실없는 자식. 그래도 장난을 치고 그래도 농담을 한다. 그가 말하는 '라이프 이즈 원더풀'은 어떤 날에는 진심같다가도 다른 어떤 날에는 어째 거짓말같다. 유쾌함의 극단까지 질주했던 전작에 비하자면 이번 앨범은 템포를 한층 다운시켰고 고백은 조금 더 진지해졌다. 오래 무명으로 떠돌다가 어렵게 대박을 터뜨린 코미디언의 소회를 듣는 기분이다. 이제는 모두가 제이슨 므라즈의 재주와 매력을 안다. 시장은 그의 재기에 빌보드 앨범차트 3위로 화답했다. 평단도 호평 일색의 꽃가루를 뿌렸다. 좋은 날이다. 좋은 날이 왔다. 감히 이렇게도 말할 수도 있겠다.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제이슨 므라즈의 시대가 왔다"라고.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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