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조지 & 마크 리암처 - You’re Alike, You Two (2023) B평
by 김영준 (James Kim)팝 앨범과 보컬 재즈 앨범을 구분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만약 앨범이 아는 노래로 채워져 있어 짜증이 나면 팝 앨범이다. 반대로 앨범이 모르는 노래로 채워져 있어 짜증이 나면 보컬 재즈 앨범이다.
캐나다 출신의 케이티 조지는 백인 여성 재즈 보컬이라는 거의 멸종 직전의 포지션에서 주목받는 신예 중 하나이다. 다이애나 크롤이 무려 7회나 수상하였던 주노 어워즈의 ‘Vocal Jazz Album of the Year’ 부문에서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름다운 외모에 솜사탕 같은 음색을 지녔고 (뜻밖에) 스캣에 진심이다. 다만 묘한 것은 송 라이팅에 대한 본인의 넘치는 의욕인데 이것이 바람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굳이 또 바람직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물론 팝 가수라면 당연히 송 라이팅에 가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아니, 가점 정도가 아니라 송 라이팅 능력이 없는 가수와 있는 가수는 레벨이 다르고 카테고리 자체가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컬 재즈에서는 조금 상황이 미묘해진다. 새로운 보컬 재즈 곡을 쓰겠다는 야심은 마치 고전 음악에서 신곡을 발표하겠다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골든 에이지 작곡가들의 위대한 텍스트북이 차고 넘치게 완성되어 있는 이 분야에서도 역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재료가 평가의 필수 항목은 아니다. 둘째로는 이미 장르의 전성기가 아주 오래전에 지났기 때문에 (최근 반 세기 내 쓰여진 새로운 보컬 재즈곡이 스탠다드의 반열에 오른 사례가 있는가?) 새로운 곡을 써서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타이밍도 지났다. 그동안 ‘뉴 스탠다드’를 정의 내리려는 노력도 많았지만 대개 일회적 이벤트에 그쳤고 이제는 수백 회 이상 다른 가수들과 연주자들의 레코딩이 이어질 가능성 역시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그런 맥락에서 조지의 송 라이팅에 대한 열정은 양가적인 감정을 들게 만든다. 가만히 뜯어보면 위대한 작곡가들의 송북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흔적들이 보이기는 해도 일단 고유한 자신만의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녀가 직접 붙인 예스러움을 의도하는 가사가 현대적인 소재와 섞이면서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빚어내기는 한다. 그래도 한 세기 전 작사가들의 시적 기법을 적극적으로 흉내내고 있는 노력은 대단히 흥미롭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위대한 작곡가들의 송북을 조금 더 깊이있게 파고들어 온전한 앨범을 하나 완성해 보는 경험도 좋지 않을까. 그러니까 제롬 컨의 스타일을 흉내낸 ‘Start Again (케이티 조지, 2022)’ 나 ‘I Miss Missing You (케이티 조지, 2022)’ 대신에 ‘Bill (오스카 해머스테인 2세와 P. G. 우드하우스 작사, 제롬 컨 작곡, 1927)’나 ‘April Fooled Me (도로시 필즈 작사, 제롬 컨 작곡, 1959)’에 대한 소화력과 해석력을 보여주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그녀가 데뷔 초기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EP 앨범 <No Bounds> 등과 여러 싱글에서 스탠다드 곡들로 검증을 받은 덕분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드디어 등장한 제롬 컨 송북 <You’re Alike, You Two>는 의미가 있다. 역시 그녀의 스타일은 제롬 컨의 곡과 궁합이 잘 맞고 피아니스트 마크 리매처와의 협업은 아주 로맨틱한 결과물로 이어진다. ‘Nobody Else But Me (오스카 해머스테인 2세 작사, 제롬 컨 작곡, 1946)’와 ‘A Fine Romance (도로시 필즈 작사, 제롬 컨 작곡, 1936)’로 시작하여 ‘I’m Old Fashioned (조니 머서 작사, 제롬 컨 작곡, 1942)’와 ‘Pick Yourself Up (도로시 필즈 작사, 제롬 컨 작곡, 1936)’까지 아홉 명곡에 그녀의 자작곡 하나를 마지막에 넣었다. 그동안 기대해왔던 ‘Bill’과 ‘April Fooled Me’도 포함되었고 예상대로 훌륭하게 소화하였다. 하지만 이 밝고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조지와 리매처는 주노 어워즈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하였는데 영광은 도미니크 피스-에메에게 돌아갔다 (리듬 앤 블루스와 민속 음악을 융합한 피스-에매의 음악이 과연 이 보컬 재즈 앨범 카테고리에 맞는지 볼 수 있는지는 항상 의문이기는 하였다). 2024년 여름, 조지는 세 번째 정규 앨범 <Hello! How Are You?>를 발매할 계획인데 이번에는 스탠다드와 그녀의 자작곡이 반반 섞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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