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파인스타인 - Gershwin Country (2022) B평
낙농콩단

마이클 파인스타인 - Gershwin Country (2022) B평

by 김영준 (James Kim)

  올해 비욘세가 험지로 들어가 힘으로 도장 깨기를 한 셈이라면 (정말이지 이번 그래미 노미네이션 결과를 보고는 웃음을 참을 길이 없었다) 2022년 봄에 발표된 마이클 파인스타인의 이 앨범은 일종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이라 거쉬인의 아래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해 평생에 걸쳐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을 연구해 온 이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이자 학자는 유명 컨트리 싱어들과의 협업으로 조지 거쉬인의 명곡들을 새롭게 해석한다. 다만 컨트리로. 이는 의외의 사건이다. 실은 파인스타인의 1987년 데뷔 앨범 <Pure Gershwin>이 거쉬인 송북이었다. 이후 1996년에 <Nice Work If You Can Get It>, 1998년에 <Michael & George: Feinstein Sings Gershwin>으로 재차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한 곡이라도 거쉬인의 곡을 포함한 앨범을 합치면 여덟 장이다. 하지만 언제나 미국대중음악의 ‘파운딩 파더’들의 ‘아메리칸 클래식’에 대한 충실한 해석이라는 맥락만큼은 확고하였다. 본연의 영역을 벗어나 장르의 경계를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앨범에서 파인스타인의 듀엣 파트너는 돌리 파튼, 로잔느 캐쉬, 앨리슨 클라우스, 브래드 페이즐리, 에이미 그랜트, 라일 로벳, 맨디 바넷, 빈스 질, 리 앤 워맥, 로니 밀샙, 그리고 라이자 미넬리이다. 이 중 에이미 그랜트와 라이자 미넬리를 제외하면 모두 컨트리 싱어로 규정하여도 무방할 것인데, 그 이름값에서 이미 무게감이 CMA 어워드 레벨이라 할 만하다. 물론 이 뜻밖의 퓨전으로 탄생한 결과물이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장르 발생의 역사적 맥락에서 서로 가깝기도 하고 또 동시에 멀기도 한 두 영역의 깜짝 만남은 어쩐지 어울리는 것도 이상하고 어울리지 않는 것도 이상한 상황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 이런 사례가 있었을까? 물론 있었다. 일찍이 윌리 넬슨과 같은 컨트리 대부들이 스탠다드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던 바 있다. 뜻밖의 컨셉트로 화제를 모았던 윌리 할아버지의 1987년 앨범 <Stardust>을 필두로 제리 제프 워커의 2003년 앨범 <Jerry Jeff Jazz>, 멀 해거드의 2004년 앨범 <Unforgettable>, 그리고 (이 앨범에도 참여한) 로니 밀샙의 2004년 앨범  <Just for a Thrill> 같은 사례들이 있었다. 거쉬인의 곡으로 초점을 맞추자면 1987년 앨범에서 ‘Someone to Watch over Me(조지 거쉬인과 아이라 거쉬인)’를 녹음했던 넬슨이 2016년 거쉬인 송북 <Summertime: Willie Nelson Sings Gershwin>을 발표하였다. 이때 두 곡의 듀엣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Let's Call the Whole Thing Off(조지 거쉬인과 아이라 거쉬인)’는 신디 로퍼와 함께 불렀고 ‘Embraceable You(조지 거쉬인과 아이라 거쉬인)’는 세릴 크로우와 함께 불렀다. 반대로 재즈 보컬리스트가 컨트리 싱어에게 손을 내민 사례로는 역시 토니 베넷이 대표적일 것이다. 엘모와 커밋 더 프로그(Kermit the Frog)부터 스티비 원더와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반 세기에 걸쳐 수많은 파트너와 호흡을 맞춘 토니 할아버지는 당연히 딕시 칙스, 팀 맥그로우, 세릴 크로우, 윌리 넬슨, 페이스 힐, 캐리 언더우드 등 많은 컨트리 싱어들과도 듀엣을 하셨던 역사가 있다. 특히 거쉬인의 곡으로는 세릴 크로우와 함께 부른 ‘The Girl I Love,’ 그러니까 원제는 ‘The Man I Love(조지 거쉬인과 아이라 거쉬인)’과 같은 사례가 있었다.

 

  그렇다면 파인스타인의 이 작품이 유독 낯설게 느껴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윌리 할아버지와 토니 할아버지는 장르 발생 및 분화의 시대적 증인들이었고, 당시와 비교하여 지금은 두 영역 사이의 실제적 혹은 심리적 간격이 더 벌어졌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파인스타인의 배경이 대중가수와 피아니스트 사이 어딘가에 있고, 음색이나 창법이 컨트리의 질감과 완전 반대이기 때문에 앞선 사례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를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리드미컬한 쇼 툰들에 홍키통크를 더하는 것은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하더라도, 서정적인 거쉬인 발라드에서 컨트리의 요소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약간의 거부감마저 느껴질 만하다.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덜한 리 앤 워맥과의 듀엣 ‘Soon (조지 거쉬인과 아이라 거쉬인)’이 그래도 기대에 가장 부합한다. 한편 올해 파인스타인은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의 100주년을 맞아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테와 함께 다시 한 번 거쉬인 송북을 녹음한다. 앨범 제목은 <Gershwin Rapsody>로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 클래식스’에서 발표한다.

 

(2024년 12월)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낙농콩단

김영준 (James Kim)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