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스튜어트 & 줄스 홀랜드 - Swing Fever (2024)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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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스튜어트 & 줄스 홀랜드 - Swing Fever (2024) B평

by 김영준 (James Kim)

  미안하지만 두 레전드가 만났다기엔 약간 쑥스러운 부분이 있다. 줄스 홀랜드를 굳이 깎아내리려는 생각은 아니지만 한쪽이 로드 스튜어트라면 인간적으로 커리어에 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아무리 이빨 빠진 사자라고 하더라도 사자는 사자인 법. 스튜어트는 통산 앨범 세일즈가 무려 1억 2천만 장이 넘는 거물인데 상대가 어지간해서는 단순 비교가 사실 가당치가 않다. 영국 왕실이 하사한 작위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참고로 언급하자면 스튜어트는 CBE이고 홀랜드는 OBE, 그러니 뭐 업적 평가에도 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다만 둘의 인연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여 스튜어트의 옛 자서전을 보면 비록 짧은 대목이지만 홀랜드와의 교류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註1). 그렇지만 이 협업이 특별한 사건은 사건이다. 롱 존 밸드리의 밴드 멤버였던 시절 이후 스튜어트는 늘 자신이 솔로 체질의 가수임을 강조하였고 심지어 본인 앨범을 다른 아티스트와 나란히 이름을 걸고 발표한 적조차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앨범 아트워크에서 두 이름 사이 폰트, 사이즈, 굵기를 다르게 부여한 것은 안 비밀이다).

 

  앨범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번 두 남자의 만남은 스윙의 열기를 주제로 한다. 전형적인 스윙 넘버만 고른 것은 아니지만 편곡을 스윙으로 가져가는 접근은 예상 가능한 상황과 예상 밖의 상황을 모두 만들어낸다. 이 미묘한 조합을 가능하게 한 원천은 크게 두 가지이다. 20002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졌던 <Great American Songbook> 시리즈의 실험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스튜어트 고유의 스모키한 보이스와 고전 스탠다드의 만남이 환기하는 매혹적인 정서가 하나 있다. 과거 음반사들이 무명 시절의 그와 계약하는데 주저하게 만들었던 거친 음색은 팔순의 연세가 무색하게 쨍쨍하면서도 세월이 지나며 부드러운 결을 만들어내어 거의 백여 년을 넘나들며 모든 장르에 맞춤형으로 맞아 들어가는 새로운 경지로 올라섰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는 록밴드 ‘스퀴즈’의 오리지널 멤버로 기억하는 사람보다는 BBC의 TV 쇼 ‘Later... with Jools Holland’의 호스트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듯한 홀랜드의 밴드가 부여하는 재즈 오케스트라의 분위기가 다른 하나이다. 여섯 시 내 고향 느낌 물씬 나는 ‘Almost Like Being in Love (알란 제이 레너와 프레더릭 로우, 1947)’의 뮤직비디오나 요즘 시대에는 조금 지나치다 싶은 ‘스쿠비두비’ 따위의 여성 크러스 등 정신을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지만 흥겹고 매력적인 결과물도 많다. ‘Lullaby of Broadway (해리 워렌과 알 두빈, 1935)’ ‘Ain't Misbehavin’ (앤디 라자프, 해리 브룩스, 그리고 팻츠 월러, 1929)’처럼 빅 밴드 시대 최고의 열기를 담은 곡들에서부터 빌리 홀리데이의 ‘Them There Eyes (마세오 핀카드, 도리스 타우버, 그리고 윌리엄 G. 트레이시, 1930)’와 냇 킹 콜의 ‘Walkin' My Baby Back Home (프레드 E. 알레르트와 로이 터크, 1930)'과 같은 재즈 명곡도 섭렵한다. 뿐만 아니라 블루스 고전 ‘Night Train (오스카 워싱턴, 제임스 R. 포레스트, 그리고 루이스 C. 심스킨스, 1951),’ 컨트리 고전 ‘Tennessee Waltz (피 위 킹과 레드 스튜어트, 1946),’ 그리고 트래디셔널 음악으로 전해내려와 대중음악으로도 사랑받은 ‘Frankie and Johnny (작자 미상, 연도 미상)’등 (흥미롭게도 이 세 곡 모두 나중에 로큰롤로 재탄생하기도 하였던 사례가 있다) 명곡들을 두루 섭렵하여 확장성까지 증명한다. 이쯤 되면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 격인데 시장의 반응도 좋아 UK 앨범 차트 정상에 등극했다. 스튜어트의 통산 11번째 넘버 원 앨범이고 홀랜드에게는 사상 첫 영광이다.

 

(2025년 01월)


(註1) 로드 스튜어트, Rod - The Autobiography, 크라운, 펭귄 랜덤하우스 LLC,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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