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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더 파이널 레코닝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B평 미션: 임파서블 - 더 파이널 레코닝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B평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액션 프랜차이즈의 대단원이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는 못하겠다. 이 역사적 시리즈가 지금까지 환상적일 정도로 너무 잘해오던 것을 생각하면 마지막에 이렇게 갑자기 실책을 연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엉켜버린 논리적 얼개다. 전작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크리스토퍼 맥쿼리, 2023)’에서 적극적 위협이었던 엔티티는 한 걸음 물러서서 기다리고 있고 (일부 추종자들을 이용해서만) 소극적 개입을 하는 수준으로 전락한다. 실체가 없고 전지전능하기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적으로 자리매김하였던 아우라가 사라지고 실제적으로 움직이면서 지신의 의지를 실행할 도구들이 사라지면서 훨씬 덜 위협적이 되어 긴박감도 많이 떨어지게 된다. 전작에서 알고리즘과의 ‘4차원 체스.. -
더 골지 (The Gorge, 2025) B평 더 골지 (The Gorge, 2025) B평
두 명의 스나이퍼 사이의 하나의 협곡. 단순하고 큼직하게 그려놓은 밑그림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다. 미스테리한 미션의 존재는 늘 눈앞에 있지만 단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단순하고 직관적인 구성이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기대가 높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기대는 뛰어넘는다. 스콧 데릭슨은 해괴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감독으로 데뷔작이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헬레이져: 인페르노(스콧 데릭슨, 2000)’였고 두 번째 작품이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로즈(스콧 데릭슨, 2005)’였다. 후자가 박스오피스에서 알차게 수익을 내면서 메이져 리그의 콜업을 받았는데, 그렇게 연출하게 된 것이 바로 전 세계 극장가를 멈추게 만든 괴작 아닌 괴작, 리.. -
릴로 앤 스티치 (Lilo and Stitch, 2025) B평 릴로 앤 스티치 (Lilo and Stitch, 2025) B평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디즈니가 과거 흥행 애니메이션들을 많은 제작비를 들여 라이브-액션으로 다시 만드는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릴로 앤 스티치 (크리스 샌더스와 딘 드보이스, 2002)’가 그 대상이 될 거라고는 예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이 과거 디즈니 제 2의 (혹은 관점에 따라 제 3의) 암흑기 당시 박스 오피스 성적을 선방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80년대 말에서 90년대 말까지의 르네상스를 이루었던 라인업과는 작품성은 물론 흥행력에 있어서도 비교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아니었기 때문에 (앞선 사례들처럼) 하나의 컨텐츠를 클래식 애니메이션 영화, 스테이지 공연, 그리고 라이브-액션 영화로 돌아가면서 포맷의 다변화를 추구할 명분도 실.. -
배러 맨 (Better Man, 2024) B평 배러 맨 (Better Man, 2024) B평
‘로켓맨 (덱스터 플래쳐, 2019)’과 ‘보헤미안 랩소디 (브라이언 싱어, 2018),’ 그리고 ‘엘비스 (바즈 루어만, 2022)’를 합쳐놓은 듯한 마이클 그레이시의 신작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역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로비 윌리엄스의 자전적 전기영화가 (벌써!) 가능한가 하는 부분이다. 악동 윌리엄스가 어느덧 지천명의 나이라는데 잠시 어지러움을 느끼지만 직장인도 아니고 팝스타가 자기 커리어를 돌아보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대중음악계 아이콘들에 대한 바이오픽 영화는 사후에 제작되거나 (물론 여기에는 업계 평균 수명의 문제도 있겠다) 어느 정도 은퇴를 준비하는 시점에 베스트셀러 자서전에 바탕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당사.. -
어 마인크래프트 무비 (A Minecraft Movie, 2025) B평 어 마인크래프트 무비 (A Minecraft Movie, 2025) B평
형편없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자괴감이 들게 만드는 영화는 흔치 않다. 이 귀한 시간에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에 몸부림을 치는 고통스러운 한 시간 사십 분이었다. 오해는 마시라. 한때 마인크래프트 좀 달렸던 사람으로 비디오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하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나 ‘소닉 더 헤지훅’ 혹은 ‘툼 레이더'와는 다르게 이런 샌드박스 게임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인지 의문을 지우기 어려울 뿐이다. 게임으로 자유도가 높다는 말은 반대로 영화로는 별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가령 주인공 스티브만 하더라도 그저 개인화가 가능한 유저들의 아바타의 이름으로 사실 아무런 백스토리가 없다.. -
어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2024) B평 어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2024) B평
20세기 폭스의 마지막 유산인 서치라이트 픽쳐스와 상업영화를 근사하게 만들 수 있는 세대의 마지막 주자인 제임스 맨골드의 조합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맨골드는 레이싱 액션물도, 슈퍼 히어로물도 주요 어워드에서 노미네이션을 받게 만드는 놀라운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데 하물며 밥 딜런 바이오픽에 감히 누구도 토를 달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 부분은 캐스팅. 굳이 티모시 샬라메가 안 어울린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20대 인물을 연기할 다른 배우가 정말 씨가 마른 건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불과 5년 사이에 어린 폴 아트레이데스와 젊은 윌리 왕카도 연기했는데 젊은 밥 딜런 역으로까지 낙점되었음은 그의 대단한 인기를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한편으로는 저 넓은 범위 캐릭터에 걸쳐 다채.. -
시빌 워 (Civil War, 2024) B평 시빌 워 (Civil War, 2024) B평
소설가가 스크린라이터나 감독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아마 마이클 크라이튼과 스티븐 킹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경우는 소설가로 이미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고 난 이후에 갖게 된 기회이고 (그 누가 감히 마이클 조던의 골프 성적을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본인 작품의 필름 어댑테이션 등을 포함한 경력이기는 하다. 소설가로의 경력에 있어 그들에 비할 레벨은 아니지만 최근 ‘파고(FX, 2014-현재)’의 노아 홀리나 ‘트루 디텍티브(HBO, 2014-현재)’의 닉 피졸라토의 사례도 있다. 다만 이들의 성공은 아직까지는 TV의 영역 안에 머물기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주목할 사례는 알렉스 가렌드이다. 세 권의 장편 소설과 대니 보일 영화의 스크린라이터로 이.. -
캐리-온 (Carry-On, 2024) B평 캐리-온 (Carry-On, 2024) B평
도대체 연방항공청에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감독은 ‘논스톱 (자움 콜렛-세라, 2000)’에 이어 다시 한 번 비행기 테러를 소재로 삼는다. 다만 이번에는 이륙 전의 상황, 그리니까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서(LAX라면 이름만 들어도 벌써 피곤하다) 테러리스트가 수화물을 기내에 반입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시큐리티 스크리닝을 통과시키라는 낯선 목소리로부터 협박을 받는 TSA 보안 검색대 직원이 주인공이 된다. 그리 새롭지도 않고 신선하게 들리지도 않는 소재이지만 뜻밖에 스타트가 깔끔하고 중반까지도 준수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상황을 모르는 다수 대중에게 둘러싸여 단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지배당한다는 측면에서 과거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스릴러를 구현했던 ‘폰 부스 (조엘 슈머허, 2000)’를..
음악과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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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스튜어트 & 줄스 홀랜드 - Swing Fever (2024) B평 로드 스튜어트 & 줄스 홀랜드 - Swing Fever (2024) B평
미안하지만 두 레전드가 만났다기엔 약간 쑥스러운 부분이 있다. 줄스 홀랜드를 굳이 깎아내리려는 생각은 아니지만 한쪽이 로드 스튜어트라면 인간적으로 커리어에 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아무리 이빨 빠진 사자라고 하더라도 사자는 사자인 법. 스튜어트는 통산 앨범 세일즈가 무려 1억 2천만 장이 넘는 거물인데 상대가 어지간해서는 단순 비교가 사실 가당치가 않다. 영국 왕실이 하사한 작위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참고로 언급하자면 스튜어트는 CBE이고 홀랜드는 OBE, 그러니 뭐 업적 평가에도 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다만 둘의 인연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여 스튜어트의 옛 자서전을 보면 비록 짧은 대목이지만 홀랜드와의 교류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註1). 그렇지만 이 협업이.. -
마이클 파인스타인 - Gershwin Country (2022) B평 마이클 파인스타인 - Gershwin Country (2022) B평
올해 비욘세가 험지로 들어가 힘으로 도장 깨기를 한 셈이라면 (정말이지 이번 그래미 노미네이션 결과를 보고는 웃음을 참을 길이 없었다) 2022년 봄에 발표된 마이클 파인스타인의 이 앨범은 일종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이라 거쉬인의 아래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해 평생에 걸쳐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을 연구해 온 이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이자 학자는 유명 컨트리 싱어들과의 협업으로 조지 거쉬인의 명곡들을 새롭게 해석한다. 다만 컨트리로. 이는 의외의 사건이다. 실은 파인스타인의 1987년 데뷔 앨범 이 거쉬인 송북이었다. 이후 1996년에 , 1998년에 으로 재차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한 곡이라도 거쉬인의 곡을 포함한 앨범을 합치면 여덟 장이다. 하지만 언제나 미국대중음악의 ‘파운딩 파.. -
케이티 조지 & 마크 리암처 - You’re Alike, You Two (2023) B평 케이티 조지 & 마크 리암처 - You’re Alike, You Two (2023) B평
팝 앨범과 보컬 재즈 앨범을 구분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만약 앨범이 아는 노래로 채워져 있어 짜증이 나면 팝 앨범이다. 반대로 앨범이 모르는 노래로 채워져 있어 짜증이 나면 보컬 재즈 앨범이다. 캐나다 출신의 케이티 조지는 백인 여성 재즈 보컬이라는 거의 멸종 직전의 포지션에서 주목받는 신예 중 하나이다. 다이애나 크롤이 무려 7회나 수상하였던 주노 어워즈의 ‘Vocal Jazz Album of the Year’ 부문에서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름다운 외모에 솜사탕 같은 음색을 지녔고 (뜻밖에) 스캣에 진심이다. 다만 묘한 것은 송 라이팅에 대한 본인의 넘치는 의욕인데 이것이 바람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굳이 또 바람직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 -
사마라 조이 - Linger Awhile (2022) B평 사마라 조이 - Linger Awhile (2022) B평
본래 보컬 재즈는 사람의 목소리를 하나의 (훌륭한) 악기로 간주하는 개념으로 정립되고 발전되어 왔다. 지금 분명 이 장르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여 있지만 궁극의 보컬리스트를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약지라고 할 수 있는 본연의 속성으로 인해 명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때 시장이 줄어들고 인재 풀도 급격하게 감소하여 제인 몬하이트, 에밀리-클레어 발로우, 그리고 노라 존스 정도가 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겠냐는 푸념도 나왔다. 그래도 어떻게 또 버텨서 세실 맥로인 살번트 (마이애미, 1989년생), 제지미아 혼 (텍사스, 1991년생), 그리고 베로니카 스위프트 (버지니아, 1994년생)이 나왔다. 정말 그 다음은 힘들겠지 싶은데 어김없이 또 누군가 툭 튀어나왔다. 바로 뉴욕 브롱스 출신의 사마라 조이다. .. -
마크 트레몬티 - Mark Tremonti Sings Frank Sinatra (2022) B평 마크 트레몬티 - Mark Tremonti Sings Frank Sinatra (2022) B평
만약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부터 들었다면 누구도 이 앨범이 록 밴드 ‘크리드’와 ‘얼터 브리지’의 기타리스트 마크 트레몬티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앨범 제목을 보고 들었더라도 사실 이 마크 트레몬티가 그 마크 트레몬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생소한 레이블에서 발매되었으니 차라리 동명의 보컬 재즈 가수가 있나 보다 생각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비록 앨범 제목이 이기는 하지만 거의 시나트라 모창에 가까운 창법, 그리고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한 편곡과 사운드가 오해를 부추긴다. 가령 ‘I’ve Got You Under My Skin (콜 포터, 1936)’나 ‘That’s Life (딘 케이와 캘리 고든, 1963),’ ‘Luck Be a L.. -
세스 맥팔레인 - Blue Skies (2022) B평 세스 맥팔레인 - Blue Skies (2022) B평
스튜이 아범의 코미디 코드에 항상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음악 코드에는 언제나 동의할 수 있다. 너무 늦게 태어났거나 어쩌면 너무 빨리 태어난 이 전천후 엔터테이너는 이상적인 크루너에 요구되는 거의 모든 자질을 갖추었으며 익살스러움으로 대표되는 작가와 배우로의 커리어와 비교해 뜻밖에 노래에 대해서는 대단히 진지한 편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훈련을 받은 바리톤 음색의 가수이자 피아니스트로 그는 다섯 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한 장의 쿼런틴 앨범 (응?) 한 장의 홀리데이 앨범을 발표하였던 바 있는데, 대부분 그가 스스로 선곡한 스탠다드 재즈와 쇼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미의 ‘Best Traditional Pop Vocal Album’ 부문에도 3회 지명을 받았다. 남매가 모두 노래에 재능.. -
토니 베넷 & 레이디 가가 - Love for Sale (2021) B평 토니 베넷 & 레이디 가가 - Love for Sale (2021) B평
토니 베넷 할아버지의 80년이 넘는 커리어의 시작에는 빙 크로스비와 프랭크 시나트라가 있었고 마지막에는 레이디 가가가 있었다. 다시 말해 그 시대 ‘어른’들이 경계의 눈길을 보내는 타락한 대중음악의 원흉들과 항상 함께 해오신 분이라는 뜻이 되겠다. 그럼에도 토니 할아버지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은 다소 의외처럼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까지 할아버지가 온전히 한 앨범을 함께 녹음한 파트너들을 보면 연주자로는 카운트 베이시, 빌 에반스, 빌 찰랩, 데이브 브루백 등이 있었고 보컬로는 K.D. 랭과 다이애나 크롤 등이 있었다. 레이디 가가는 이 카테고리에서 꽤 거리가 있는 가수이다. 세 겹의 폼파도르 가발이나 불 뿜는 브래지어, 그리고 라텍스, 버.. -
서릴 에메이 - Move On: A Sondheim Adventure (2019) B평 서릴 에메이 - Move On: A Sondheim Adventure (2019) B평
약간은 달착지근한 칵테일 같다. 프랑스 혈통과 언어에 녹아있는 특유의 멜로딕한 요소와 재즈 사이의 궁합은 역사적으로 이미 검증이 된 것인데 여기에 집시 음악을 반 테이블스푼, 보사노바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섞으면 바로 이 매력적인 조합이 만들어진다. 처음 인디 레이블을 통해 데뷔 앨범을 발표하였을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비단 그녀의 이름을 바르게 발음하는 방법만이 아니었다. (시릴 애매? 서릴 에이메? 서리얼 에매이?) 사실 재즈는 (자유도라는 본래의 특성과는 다르게) 거의 문제 은행에 가까워졌다. 특히 보컬 재즈로 한정하면 더더욱 그렇다. 유명 작곡가의 에이 리스트를 재해석하는 송북 컨셉트의 앨범을 말하자면 엘라 피츠제랄드와 사라 본의 시대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
TV와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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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잉 (Trying, Apple TV+, 2020~ ) B평 트라잉 (Trying, Apple TV+, 2020~ ) B평
처음 ‘트라잉’이 데뷔하였을 때, 그저 또 하나의 대안형 가족 시트콤 중의 하나가 등장했다는 생각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그러니까 전통적 가족 코미디가 해체되고 남은 자리에 대거 들어섰던 실험적인 작품들과 같은 계보에 있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변형된 형태의 (유사) 가족과 그리 호감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다소 와일드한 좌충우돌. 이 계보에 대하여 말하자면 ‘You are the Worst (FX, 2014~2019),’ ‘Married (FX, 2014~2015),’ ’Difficult People (Hulu, 2015~2017),’ 그리고 ‘Catastrophie (Channel 4, 2015~2019)’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트라잉’의 첫인상 역시 비슷했다. 무대가 되는 북런던의 캠던 타운이.. -
슈미카고 (Schmicago, Apple TV+, 2023) B평 슈미카고 (Schmicago, Apple TV+, 2023) B평
사실 ‘슈미가둔!(Schmigadoon!, Apple TV+, 2021)’은 여섯 에피소드로 구성된 리미티드 시리즈로 기획된 것이었고 따라서 이렇게 리턴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뮤지컬 ‘브리가둔(알란 제이 러너와 프레데릭 로우, 1947)’에서 토미와 제프는 뉴욕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브리가둔’을 잊지 못하여 다시 스코틀랜드 하이랜드를 찾아 떠난다. 그러니 어쩌면 해피엔딩을 맞은 ‘슈미가둔!’의 커플 조쉬(키건 마이클-키)와 멜리사(세실리 스트롱)도 다시 ‘슈미가둔’을 그리워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두 번째 시즌으로의 연장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리미티드 시리즈가 시즌 단위 앤솔로지 구성을 취하게 되는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라이언 머피의 장수 .. -
빌리언즈 (Billions, Showtime, 2016~2023) B평 빌리언즈 (Billions, Showtime, 2016~2023) B평
‘빌리언즈’의 체급은 왜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인가? 분명 의아한 일이다. 프리미엄 TV 쇼의 파워하우스로 추앙받는 쇼타임에서 방영하고 폴 지아마티와 데미언 루이스를 중심으로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했다. 성공한 두 알파 메일이 이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혼신의 쇼다운을 벌이는 구조인만큼 갈등 구조가 강렬하다. 소재 선택도 나쁘지 않다. 헤지펀드는 그간 텔레비젼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적이 없는 만큼 이목을 집중시킬만 하며,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모럴 해저드를 다루는 만큼 적당한 사회 비판적 메세지도 장착할 수 있다. 풍부한 문화적 레퍼런스와 샤프한 대사도 갖췄다 (특히 지아마티가 연기하는 척 로즈가 쏟아내는 찰떡 같고 꿀떡 같은 고급 비유의 행진은 정말이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운도 .. -
보슈 (Bosch, Amazon Prime, 2014~2021) B평 보슈 (Bosch, Amazon Prime, 2014~2021) B평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초기 라인업 중의 하나인 ‘보슈’는 마이클 코넬리의 메가 히트 프랜차이즈의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에 바탕한 수사물이다. ‘로 앤 오더 (NBC, 1990~2010)’와 ‘더 와이어 (HBO, 2002~2008)’ 등의 제작에 참여했던 에릭 오버마이어가 제작을 주도하였고 원작자 마이클 코넬리도 직접 참여하였다. 특히 해리 보슈 형사 역에 타이투스 웰리버를 캐스팅한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많은 팬들을 설레게 만들기도 했다. 심연 속에서 악마와 마주한 적이 있는 남자의 얼굴. 확실히 웰리버의 외모는 그동안 글을 읽으며 상상했던 보슈 형사의 이미지와 상당히 가깝다. 심지어 이제는 신작을 읽으면서도 저절로 웰리버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의 목소리가 듣게 될 정도이다 (다만 그 결과 이전에 오디오.. -
왓 위 두 인 더 새도우스 (What We Do in the Shodows, FX, 2019~ ) B평 왓 위 두 인 더 새도우스 (What We Do in the Shodows, FX, 2019~ ) B평
21세기의 TV는 20세기 TV에 걸려있던 제약을 마음껏 해제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하면 안되는 리스트는 없는 것 같고 심의 따위는 사전에나 나오는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골드 러쉬는 자연히 프로그램의 총량을 크게 늘였다. 정말 요즘 같아서는 어지간한 기획이 다 프로그램 제작까지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옛날에는 ‘스트레잇-투-시리즈(Straight-to-Series)’ 오더를 받는 것이 훌륭한 경력을 가진 스타 크리에이터들과 프로듀서들에게나 가능한 특권이었고 일 년에 몇 번 일어나지 않는 말 그대로 ‘사건’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모든 쇼가 그런 기회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 결과 정작 창의적인 TV 쇼가 늘어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유로워진 만큼 .. -
와이 위민 킬 (Why Women Kill, Paramount+, 2019~2021) B평 와이 위민 킬 (Why Women Kill, Paramount+, 2019~2021) B평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TV에는 길티 플레져를 선사하는 쇼가 존재하여 왔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그런 쇼를 몇 개씩 가졌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매주 어김없이 챙겨보기는 하지만 남들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하기에 어쩐지 조금은 망설여지는 그런 쇼들. 아마 주로 리얼리티 쇼가 해당하겠지만 (당연히) 스크립트가 있는 쇼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숀다 라임즈의 쇼들도 그런 면으로 악명이 높았고 라이언 머피 사단 역시 거론될만하다. 간혹 그들이 제작하는 쇼를 보고 있으면 영화 ‘분노의 폭발 (Blown Away, 스티븐 홉킨스, 1994)’에 등장하는 제프 브리지스의 대사가 생각난다. “넌 크리에이터가 아니야. 넌 역겨운 괴물일 뿐이야.” (註1) 물론 그러고도 다음 주 같은 시간에 또 보고 있.. -
덱스터: 뉴 블러드 (Dexter: New Blood, Showtime, 2021~2022) B평 덱스터: 뉴 블러드 (Dexter: New Blood, Showtime, 2021~2022) B평
진정 우리에게 더 많은 ‘덱스터 (Showtime, 2006~2013)’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이 질문은 언뜻 다른 앞서 존재했던 질문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더 많은 ‘프렌즈 (NBC, 1994~2004)’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더 많은 ‘윌 앤 그레이스 (NBC, 1998~2006)’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더 많은 ‘디 오피스 (NBC, 2005~2013)’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등등. 하지만 덱스터의 케이스를 앞선 질문들과 동등한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 사랑받았던 캐릭터의 타임라인의 어느 순간에 다시 현미경을 들이대는 정도로 간주하기에 너무 까다로운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덱스터는 이미 위험한 도박을 여러 차례 감행한 쇼였다. 근본적으로 판돈과 아드레날린을.. -
이블 (Evil, CBS/Paramount+, 2019~ ) B평 이블 (Evil, CBS/Paramount+, 2019~ ) B평
텔레비젼 쇼에서 에피소딕(episodic) 요소와 시리얼라이즈드(serialized) 요소 사이 힘의 균형은 시대 변화와 유행에 따라 조정되고는 했다. 전통적으로 가을 시즌에 시작하여 봄 시즌까지 한 주에 한 편씩 24편 내외가 방영되는 패턴에서는 각각의 에피소드에 독립적 완결성을 부여하는 구조가 더 유리했다. 이후 케이블 텔레비젼의 주도 아래 한 시즌을 13편 단위로 (또 그리고 다시 10편 남짓으로) 조정된 환경에서는 압축적으로 연결되는 강렬한 스토리에 대한 선호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렸다. 하지만 스트리밍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지금은 완전히 게임의 법칙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사실상 동시 다발적으로 주간 단위 신작이 데뷔하고 또 동시 다발적으로 빈지-워칭(binge-watching)으로 소비되는 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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