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그녀의 작곡 (Her Composition, 2015)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6. 8. 28.

본문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대생 에스코트가 무슨 하나의 서브 장르도 아니고 비슷한 작품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엠마누엘 베르코의 ‘스튜던트 서비스 (Student Service, 2010),’ 마우고자타 슈모프스카의 ‘엘르(Ellie, 2010),’ 그리고 줄리아 리의 ‘슬리핑 뷰티 (Sleeping Beauty, 2011)’ 등이 이 작품과 유사한 주제를 다루었고 인디 영역으로 가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영화들이 무수히 더 있을지도 모른다. 소위 네임드 감독 중에는 프랑소와 오종의 ‘영 앤 뷰티풀 (Young and Beautiful, 2013)’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누가 오종 아니랄까봐 한 술 더 떠서) 그 경우에는 여대생 에스코드가 아닌 여고생 에스코트이므로 열외로 치기로 한다. 


  오종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학비와 생활비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에스코트라는 불가해한 수단을 선택하게 된 불가피한 이유로 묘사되어 있다. 때문에 영화의 시선은 여대생 주인공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온정적인 반면에 주인공들을 그런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세계(성을 사려는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는 바싹 날이 서 있다. 그 소름끼칠 정도로 단순한 도식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기도 피곤하므로 일단 접어두기로 한다면 ‘그녀의 작곡’을 나머지 작품들과 차별화시키는 요소는 바로 음대생인 주인공이 에스코트의 경험을 예술적 영감이라는 기구절창한 단계로 승화시키는 부분에 있다. 정말이다. 그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경험의 파편을 모아 벽지 위에 잘라 붙여 콜라주를 만들고 그 복잡미묘한 감정을 작곡의 동력으로 사용한다. 이쯤되면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대담하다고 해야할까?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로 이런 의문은 있다. 이 작품을 비롯하여 상기 열거한 작품들 모두 사회 고발을 위해 불편한 소재를 차용한 듯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전부인지. 혹시 그 소재의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부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은 아닌지. 정말 그런 의도가 조금도 없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작품은 상파울루 국제 영화제를 비롯한 몇 개 영화제의 최우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런 류의 영화제들이 이런 소재를 다루는 영화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것도 잘 모르겠다.

(2016년 8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