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원더 휠 (Wonder Wheel, 2017)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8. 9. 17.

본문

  자기 복제임을 부정할 수야 없지만 그렇다고 싫은 것은 아니다. 우디 앨런 개인에 대한 도덕적 논란을 영화와 분리시킬 수는 없고 물론 그래서도 안되겠지만 적어도 이런 순간만큼은 잠시 미루어 두고 싶은 마음이다. 무려 50여편에 이르는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당연히) 좋은 순간도 있었고 (당연히) 나쁜 순간도 있었다. 다만 좋고 나쁨의 문제를 초월하여 우리가 보통 그의 영화에 기대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이 작품 ‘원더 휠’은 과연 그 모든 것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하다. 그 요소들의 분율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야 있겠지만 일단 있기는 다 있다. 전원출석이다. 연극적 요소, 유니크한 그만의 코미디, 수다스럽고 장황한 대사, 신경질적이고 고집스러운 인물, 스노비즘, 광증과 집착, 재즈 시대의 유산, 현대 미국에 대한 풍자 (동시에 러브레터), 도시 생활에 대한 냉소 (혹은 러브레터). 우디 앨런은 그야 말로 우디 앨런이 잘하는 방식으로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배우 본인의 장기, 혹은 그들이 가진 고유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신경질 연기의 장인인 케이트 윈슬렛으로 지니의 절박한 발버둥을, 술주정 연기의 대가 짐 벨루시로 험프티의 위태로운 무신경함을 거의 최상급으로 구현해낸 것처럼, 또한 저스틴 팀벌레이크로 잘생긴 바람둥이 미키를 (팀버레이크가 팀버레이크 했네!) 주노 템플이 험프티의 철부지 딸내미 캐롤라이나를 맡은 것처럼. (이 전형적이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 역시 템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를 생각해내지 못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매혹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코니 아일랜드라는 공간이다. 동화 같았던 총천연색 꿈과 세월에 쓸려 낡고 부식된 현실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무대, 그리고 그 뒤에는 어김없이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빚어낸 빛의 마술이 숨어있다. 특히 과녁 맞추기 게임장 2층에 위치한 지니와 험프티의 보금자리. 시간과 사건의 흐름, 그리고 인물의 감정 기복에 따라 공간을 점유하는 빛과 어둠의 파노라마는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반짝이는 먼지 한 톨마저도. 얼룩진 그림자 한 줌마저도.

(2018년 09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