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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Cats,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0.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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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니버셜 픽쳐스와 워킹 타이틀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되어 버린 ‘캣츠’는 처음부터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는 경우의 딜레마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처럼 보인다. 보통 스테이지에서 스크린으로 극을 이식하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지워버리는 부분에 있는데, 영화 역사의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이미 충분히 증명된 것처럼 이 확장된 자유도가 늘 축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테이지 공연의 그런 제약들이 작품의 일부이자 전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캣츠’라는 뮤지컬의 독특한 형식과 내용이다. 근본적으로 성-스루 뮤지컬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이 작품은 이제까지 스테이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진 많은 뮤지컬 영화들과는 달리 유독 서사적인 면이 약하고 개별 캐릭터 중심의 뮤지컬 넘버를 느슨하게 엮여 내용이 전개된다. 연대기적 구성을 취하고 장마다 시공간적 배경이 크게 바뀌는 (그 남자의 불로장생 프로젝트 1호) ’레미제라블(톰 후퍼, 2012)’과는 달리 ‘캣츠’는 애초부터 영화라는 포맷에 허락된 무한한 자유도가 그리 장점이 되지 못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더 더해진다. 그나마 유사하게 약한 옴니버스 형태의 군상극 성격을 가진 ‘코러스 라인(리처드 아텐보로, 1985)’의 스크린 이식 사례와는 이는 다르게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사람 무용수들이 아닌 의인화된 고양이들이다. 따라서 인간의 세계 그대로를 인간의 시선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것이 아닌, 고양이들의 세계를 인간과 고양이 사이 중간 정도의 시선으로 보여지도록 해야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하여 (타-다!) 컴퓨터 그래픽스의 문제가 등장한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지 뮤지컬처럼 분장과 의상에만 의존하였다면 아마 스크린으로 이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영화 관객들은 또 그런 없어보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또한 CG를 적극 활용하여 스테이지에서 불가능했던 경험을 만들어 내고 싶었던 것도 당연한 욕심이었을 것이다. 물론 기왕에 이뤄낸 올스타 캐스팅인데 배우 얼굴은 또 나름 적절히 살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 벌어진 CG 대참사가 벌어졌으리라 추정한다. 낯익은 사람 얼굴에 고양이 몸인데 전체 비율은 또 사람에 가까워 마치 전신 모피를 뒤집어 쓴 것 같은 캐릭터들의 모습. 이렇게 직선적으로 이야기하기 조금 미안하지만 솔직히 많이 징그럽다. 일각에서는 CG의 퀄리티를 지적하지만 사실 이 해프닝의 본질은 영상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이 작품 고유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부분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참 얄궂은 일이지만 어쩌면 이런 물량공세가 불가능하던 시절에 적절한 예산으로 일찌감치 필름 어댑테이션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랬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절히 만족하는 작품으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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