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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2 (Frozen 2,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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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WDAS) 역사상 최초의 극장용 속편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2와 3이 붙은 작품들은 월트 디즈니 ‘텔레비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DTVA) 담당의 아웃소싱 제작으로 만들어진 다이렉트-투-비디오 영화였고 ‘빅 히어로 6’는 물론 6편이 아니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프로즌 2’의 제작. 하지만 결과적으로 작년 말 ‘랄프 브레이크스 디 인터넷 (필 존슨 & 리치 무어, 2018)’이 간발의 차이로 먼저 개봉했으므로 ‘프로즌 2’는 역사상 두번째 속편이 되겠다. 

  물론 90년대 르네상스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은 극장용 속편을 만들어도 모두 크게 성공했을 것인데 당시 디즈니의 전략은 전술한 것처럼 대단히 엄격하고 명확했다. (극장에 올릴 작품은 매번 새로운 컨텐츠로, 속편은 아웃 소싱 제작 후 바로 비디오 시장 공략으로.) 심지어 이후 제 2의 암흑기를 보내는 순간조차 굳이 공식적인 극장용 속편을 만들 생각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전작 ‘프로즌 (크리스 벅 & 제니퍼 리, 2013)’의 신드롬이 대단했고 북미 약 4억 달러. 월드 와이드 약 12억 달러의 메가-히트작이었던 것은 맞지만, 시대 보정을 하면 90년대 주요 작품들과 비교해 더 크게 성공했다고 보기는 또 어렵다. 따라서 과연 그때와 지금의 어떤 차이가 이런 선택을 가능하게 했는지 의문이다. 백번 양보해 2000년 이후 가장 성공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고 쳐도 그렇다. 숙명적으로 ‘프로즌’과 비교되어 문제일 뿐 그 전의 ‘탱글드 (나단 그레노 & 바이론 하워드, 2010)’와 그 후의 ‘모아나 (론 클레멘츠 & 존 머스커, 2016)’ 모두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고 또 흥행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오히려 뮤지컬로의 완성도나 짜임새로 본다면 그 두 편이 ‘프로즌’보다 훌륭했다. 속편이라고 작업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제작비가 덜 들어가는 것도 아닌 마당에 전작으로 성공을 맛본 핵심 인물들을 바로 속편 프로젝트에 가두어 놓는 것도 낭비처럼 보인다. 

  염려했던 점은 결국 고스란히 드러난다. 먼저 플롯. 전작 ‘프로즌’의 캐릭터와 설정을 바탕으로 왕국의 과거와 자매의 출생에 관련된 비밀을 새로운 모험으로 확장한 내용인데 사실 이런 속편용 스토리는 과거 아웃소싱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던 수준이다. 반드시 다음 이야기가 있어야 할만한 타당성 같은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엘사와 안나 자매의 자아 발견 및 자립에 관한 스토리는 거의 반복에 가까우며 일단 완결된 이야기를 무리하게 확장하다보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자매 스튜디오인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제작 프로세스와 그 결과물은 실로 경이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다.) 그나마 크게 덧칠이 가해진 부분은 ‘포카혼타스 (마이크 가브리엘 & 에릭 골드 버그, 1995)’ ‘모아나’에서 적절히 수혈한 듯한 정복과 조화에 대한 세계관인데 너무 많이 반복되어 온 방식이라 신선한 맛이 떨어진다. 

  다음은 기술적 측면. 설령 비슷한 이야기를 설정과 무대를 바꿔 반복한다고 해도 그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의미있는 기술적 진보가 항상 함께 했고 늘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가령 ‘미녀와 야수 (게리 트로스데일 & 커크 와이즈, 1991)’의 무도회 장면이나 ‘라이언 킹 (로저 앨러스 & 로브 민코프, 1994)’의 물소 떼 장면처럼. 최근 기술 격차가 좁혀지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일루미네이션,’ ‘소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그리고 이젠 합병당한 20세기 폭스 산하의 ‘블루스카이’까지 크게 편차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랬다. ‘탱글드’의 머리카락 노가다과 ‘모아나’의 바닷물 노가다는 가장 먼저 답보의 경지를 개척한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속편임에도 (혹은 속편이라서) 6년 전과 비교해 크게 놀랄만한 장면은 없어 보인다. 물론 업계를 선도하는 스튜디오다운 안정적인 결과물임은 분명하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와 6년이라는 긴 시간을 감안하면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음악. 많은 사람들이 전작과 비교하여 이번 작품의 음악이 (정확히는 노래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전작과의 비교가 아닌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평균 수준을 밑돈다는 점에 있다. 핵심은 대표곡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 짜임새의 문제에 있다. 주제나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고 서로 연계성도 매끄럽지가 않다. 뮤지컬 넘버들의 구성과 효과에 대한 큰 고민이 없이 그냥 사랑받는 캐릭터마다 노래를 나눠 주는 식으로 넘어가는데 이 또한 전형적인 속편의 함정이다. 나아가 이 헐거운 짜임새에 대한 안이한 용인은 다시금 전작이 불러 일으켰던 의문 ("'프로즌’은 월트 디즈니 역사상 가장 어린이용에 가깝게 만들어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닌가?")으로 다시 연결된다. 그동안 무엇이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고유의 아우라와 독보적인 차별점을 부여했는지를 생각하면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니다. 

  이렇듯 모든 면에서 정체 혹은 답보 혹은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흥행 성적상으로는 이미 전작을 훌쩍 넘어섰다는 사실은 진정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개봉 9주차인 현재까지 이 작품은 북미 4억 6천만 달러에 월드 와이드 14억 달러를 넘어갔다. 이런 결과 앞에서 그들의 비즈니스적 선택이 틀렸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최근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기형적 시장 점유율과 '돈 놓고 돈 먹기' 딜레마를 만들어 낸 원흉은 주로 실사 영화 중심의 컨트롤 타워 '월트 디즈니 픽쳐스'의 리메이크 남발과 문제의 '마블 스튜디오'와 같은 굴러온 돌에 주로 있었는데 서서히 그들의 가장 소중한 뿌리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까지 전염되어 가는 듯한 분위기가 애석할 뿐이다.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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