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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Men in Black: International,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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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0세기 폭스에게 ‘엑스맨: 다크 피닉스 (사이먼 킨버그, 2019)’라는 실책이 있다면 소니 픽쳐스에게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라는 패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엑스맨의 경우와는 달리 맨 인 블랙(이하 MIB)는 속편 (혹은 스핀-오프) 제작에 대한 타당성이 그리 충분하지도 않았고 판을 벌인 시점 또한 납득하기가 어려운 의문점이 남는다. 일단 제목만 봐도 상당히 좋지 않은 느낌이 들고 (인터내셔널?) 이런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이 프랜차이즈의 장기적 비전을 재정립하고 꺼낸 패도 아니고 토미 리 존스와 윌 스미스 콤비를 다시 데려오지도 못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시나리오마저도 물음표가 붙을 수 밖에 없는 (지난 10년간 단 한 편의 크레디트 밖에 올리지 못한, 그나마 그조차 ‘트랜스포머: 더 라스트 나이트 (2017)’라는) 아트 마컴과 매트 홀리데이 듀오에게 맡겼다. 그래도 최근 평단과 (‘스트레이트 아우타 컴튼,’ 2015) 대중을 (‘더 페이트 오브 더 퓨리어스,’ 2017) 골고루 만족시킨 경험이 있는 F. 개리 그레이가 메가폰을 잡은 점. 그리고 두 주연 배우의 앙상블이 오리지널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신선하고 경쾌한 인상을 준다는 정도가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달까. 하지만 결국 그 두 가지 요소로는 전술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는 조잡하고 개연성이 크게 떨어지며 캐릭터들도 크게 실망스럽다. 특히 두 젊은 배우로 부족한 무게감을 채워줄 거라고 기대했던 엠마 톰슨과 리암 니슨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소름끼칠만큼 얄팍하다.


  사실 ‘인터내셔널’이라는 부제는 프랜차이즈의 귀환과 맞물려 은근하게 세계관의 확장을 암시하는 기능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액면 그대로의 공간 배경의 지리적 확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점이 문제다. 뉴욕에서 MIB에 들어간 발랄한 신참 요원 아가씨가 런던에 위치한 유럽 지부로 배치를 받고, 잘생긴 선임 요원과 파트너십을 이룬 다음에, 파리에서부터 임무를 시작하여, 마라케시와 나폴리과 그 밖의 잘 기억나지 않는 경치 좋은 몇 곳을 거쳐서, 다시 파리로 돌아와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을 해결하기에 ‘인터내셔널’이란 이야기인데, 이 정신없고 산만한 여정은 여행 투어 상품의 구성으로도 경함이 있어 보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철부지 고등학생 슈퍼히어로의 유럽 수학여행 쪽이 훨씬 투어로의 구성은 우수하다. (물론 영화의 만듦새가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심지어 그쪽은 자유여행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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