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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 맨 (Gemini Man,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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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것이 최근 SF 액션/스릴러 영화들이 직면한 문제다. 철학적 요소와 오락적 요소가 균형을 이루었던 과거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에 문제가 아니다. 양쪽 함량 미달이기에 문제다. 메세지는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정체되어 동어 반복을 거듭하는 중이고 (물론 장르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텍스트는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SF 문학의 황금기에 이미 등장하여 정립된 것이다) 액션은 영상 기술의 혁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SF 액션물과의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중이다. 물론 결정적으로 장르를 AMF 해버린 것은 누가 뭐래도 슈퍼히어로물의 대량생산이다. 미래적 기믹들이 대거 등장하여 언뜻 SF처럼 보이는 외피를 가진 (그러나 사실은 SF라고 보기엔 의아한) 독특한 일련의 상품군으로 인해 장르의 유례없는 암흑기인 2010년대가 마치 대단한 호황처럼 보이는 이상한 현상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안의 복귀작제미니맨 (이안, 2019)’ 역시 어떤 돌파구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작품처럼 보인다. 군인 출신 히트맨이 은퇴 이후 젊은 시절의 자신과 꼭닮은 상대에게 추적당하는 이 작품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철학적 요소의 빈약함이다. 복제인간기술을 주된 소재로 다루고 윤리적 딜레마가 이야기 전개의 뼈대를 이루지만 정작 급소를 가격할 날카로운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논쟁은 애써 피해가거나 마지못해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마무리한다. 자연스러운 맥락의 부재도 문제다. 중년의 (인간) 헨리와 젊은 (복제인간) 헨리를 모두 연기한 스미스의 원맨쇼는 놀랍고 물론 그것을 가능하게 컴퓨터그래픽스와 모션캡쳐기법도 놀랍지만, 별안간 나타난 복제인간에 인물들이 대응하는 방식보다 놀랍진 않다. 1997년에 뉴스에서 복제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20년쯤 지나서 정부에서 몰래 (자의식까지 갖춘) 완벽한 복제인간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겨우 아는 얼굴 (영화배우 스미스) 똑같이 닮아 신기하다는 정도의 반응이다? 물론 시간 안에 정확한 유전자 검사를 넉넉히 돌리고 결과지까지 보내줄 있는 모양이니까 (그것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액션. 액션은 다른 의미에서 어정쩡하다. 물론 매력적인 장면도 있지만 1 5천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제작비에 걸맞을만큼 풍성하지는 않다. 놈의 슈퍼히어로물들이 먹는 하마처럼 2~3 달러씩 총알을 빨아들인다고는 하지만 은근히 1 달러대 중반에서 완성된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막상 아쉽다. (물론 하마들은 먹은 만큼 벌기라도 한다.) 카피 그대로 스미스 스미스 자체가 볼거리지만 신기하게도 구도를 대표할만한 액션 장면이 없다. 이미 장르에서 유사한 구도가 시도되었던 ‘더 원 (제임스 웡, 2001)’ 경우 이연걸과 이연걸이 고공의 좁은 통로에서 결전을 벌이는 결말부의 끝장 승부가 일종의 시그니쳐라고 있는데 작품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장면이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중년의 (인간) 헨리와 젊은 (복제인간) 헨리가 서로의 전략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싸움이 대등하다는 설명 역시 대사에 등장할 실질적으로는 그걸 압축해서 보여줄 장면으로는 그려내지를 못했다. 그리고 후천적 요인을 가뿐히 무시하는 설명이 오류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간 안에 정확한 유전자 검사를 넉넉히 돌리고 결과지를 보내줄 있다니까 그것도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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