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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다크 피닉스 (X-men: Dark Phoenix,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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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폭탄 같은 작품이다. 이 말은 물론 비유적이지만 문자 그대로 기도 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너무 명쾌한데 이 자리에서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멍청한 패착을 저질렀다. 그게 무엇인지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마도 한두 문장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야간 시간대의 전립선 건강식품이나 대장 항문 세정제 텔레비전 광고처럼. 아!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하다. 죄다 스포일러와 연결되는 뇌관이라 건드리지 않고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급기야 이 작자들이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은 의심마저 든다.


  그러니 결국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다. 책임 소재의 지분을 말하자면 일단 감독 데뷔 신고식으로 엑스맨 시리즈를 끝장내버린 (이 또한 비유적인 동시에 문자 그대로이다) 사이먼 킨버그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20세기 폭스의 합병 등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엑스맨: 라스트 스탠드 (2006)’ 때부터 시나리오에 참여하며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려왔던 장본인이 만든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리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결과물이다. 어린 진 그레이와 프로페서 엑스가 만나기까지의 사연을 보여주는 도입부까지만 무난할 뿐 타이틀 화면 다음부터는 브레이크 없는 지옥행 급행열차다. 개봉을 미루어가며 일 년 가까이 재촬영을 하고도 이런 만듦새라는 사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이제까지 PG-13 등급으로 만들어 오던 시리즈의 마지막을 하필 ‘다크 파닉스 사가’로 선택한 것도 갸우뚱하고 기왕 일을 벌일 것이었다면 조금 더 어두운 영화가 되었어야 할 듯하다.  


  스타 배우들이 연기한 주요 캐릭터들도 문제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제임스 맥어보이로 대표되는 이번 세대의 캐릭터들은 (이언 맥켈런과 패트릭 스튜어트로 대표되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섬세하고 예민한 것이 아니라 소심하고 유약한 쪽에 가까워 보인다. 그들은 신념이 아니라 호르몬에 따라 갈등과 반목을 하며 집단 최면에라도 걸린 듯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반복한다. 떠오르는 스타 소피 터너에게 갑자기 실린 과중한 무게 중심 또한 시리즈 전체의 균형을 어그러뜨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처음으로 슈퍼 히어로물에 처음으로 출연을 결심하여 관심을 모은 제시카 채스테인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그녀가 연기한 빌런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 유감스럽게도 지구의 언어로는 묘사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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