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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심플 페이버 (A Simple Favor, 2018)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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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페이그의 ‘어 심플 페이버(함국 개봉명: 부탁 하나만 할께)’는 마치 성공한 프랑스 영화의 충실한 영어판 리메이크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와 프랑스의 스릴러 명장들이 공유하는 ‘히치콕’이라는 거대한 키워드 때문만도 아니고 일상을 패션쇼로 만드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경이적인 옷맵시 때문만도 아니다. 물론 곳곳에 등장하는 샹송 플레이리스트 (세르주 갱스브루 등) 때문만도 아니다. 뭔가 쉽게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 묘하고 야릇하고 알 수 없는 연결 지점이 있다.


  이 코네티컷 버전의 ‘리틀 빅 라이즈 (HBO, 2017~ )’ 혹은 미씨 브이-로거(vlogger - 비디오 블로그를 운영자) 버전의 ‘위기의 주부들 (ABC, 2004~2012)’은 교외 젊은 엄마 두사람 사이의 묘한 만남과 친교 형성 과정에서 잉태하는 미스테리를 다른다. 2017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가 다이시 벨의 데뷔작을 영화로 각색한 것인데 다소 비약적인 논리 전개와 지나치게 빈번한 반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적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8할이 캐릭터의 생생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겠다. 안나 캔드릭은 안나 캔드릭이 잘하는 것을 했고 (넌 랩할 때가 가장 예뻐?)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잘하는 것을 했다. 이 독특한 공명은 이 다소 헐겁고 때로 느슨한 이야기에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힘을 불어 넣는다. 때문에 이거 완전 막장 오프 로드로 빠지는구나 싶은 느낌이 순간조차도 적어도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최소한 인물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큰 가열 없이도 저온에서 끓어오르는 앙증맞고 기묘한 스릴러.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난 다음에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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