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13. 더 헌티드 하우스 헌터스

낙농콩단/Season 16-20 (2016-2020)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6. 10. 30.

본문

  HGTV와 A&E 공동제작으로 보내드리는 ‘더 헌티드 하우스 헌터스.’ 오늘 이야기는 오토 B. 킬트 (Otto B. Kilt) 씨가족을 위한 아름다운 새 집을 찾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킬트 가족은 오토와 마이 T. B. 킬트 (Mai T. B. Kilt) 씨 부부와 귀여운 세 아이 슈다, 우다, 쿠다, 이렇게 다섯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그래머인 오토가 최근에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로 하면서 이들은 시애틀 비콘 힐 근처의 비싼 아파트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갖겠다는 꿈을 어림잡아 20년쯤 빨리 실행에 옮기게 된 것입니다.   

오토 B. 킬트 (남편):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오토입니다. 최근까지 시애틀 소재의 ‘수잔손테크’라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마이 T.B. 킬트 (아내): 하지메 마시다. 제 이름은 마리이고요. 예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플로리스트로 얼마 전부터 온라인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오토와 마이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10년 전 오토의 직장 동료가 일본에서 유학 온 마이를 소개시켜주며 데이트를 시작했고요. 불과 두 달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고요. 이들은 새 집을 찾아 나서기에 앞서 먼저 위시 리스트를 적어봅니다.

오토: (힘주어 강조하며) 먼저 지금 같은 조건에 지금 같은 집은 절대 안돼.
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이야. 완전 동감.
오토: 일단 시애틀 시내를 벗어나면 지금 조건으로 지금 집을 구하는 일은 없을꺼야. 

  부부는 지역이 상관 없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인터넷만 연결 된다면 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죠. 또 아내의 온라인 사업도 지역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오토: (수첩에 메모하며) 먼저 방 개수와 대략적인 예산을 정하고 시작해야 해.
마이: (골똘하게 생각하며) 가능하면 다섯 개였으면 좋겠어. 최소한. 언젠가 아이들에게 각자 방이 필요할텐데 이번에 이사하면서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
오토: 게스트룸도 있어야 하니 방 여섯개에 화장실 세 개는 되어야겠지.
마이: (의아해하며) 우리 예산 안에서 가능할까?
오토: 가능할 수도 있어. 교외는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할꺼야.

 

  부부는 파이브 베드 혹은 식스 배드에 투 배쓰 혹은 쓰리 배쓰의 4,000 스퀘어 피트 정도의 단독 주택을 원합니다. 예산은 40만 달러입니다. 아주 넉넉한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은 아닙니다. 

오토: 앞으로 재택 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새로 구하는 집의 공간이 넓었으면 좋겠어.
마이: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실이 넓어야 할 것 같아. 마당도 있으면 좋겠고.
오토: (갑자기 생각난듯이) 정원을 꾸며보는 게 자기 꿈이었잖아.
마이: 맞아. 이번 기회에 화단을 가꾸어보고 싶어. 당신은 뭘 원하는데?
오토: 개인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어. 취미공간도 분리되어 있으면 좋겠고.

 

*

 

  먼저 찾아갈 곳은 일리노이주 애슈턴 인근 힐스데일에 위치한 ‘힐하우스'입니다. 어둠을 품은 채 언덕을 등지고 있는 이 건물은 지어진지 80년이 지났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6 마일이나 달려서 마주한 오래된 고딕양식의 저택은 부부를 놀라게 합니다. (어쩐지 뉴잉글랜드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일리노이가 맞습니다.) 

오토: (깜짝 놀라며) 놀라운 크기야. 이건 거의 성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아?
마이: (당황한 듯이) 정말이야. 특히 정원이 대단히 넓은데 이게 다 포함된 부지야?
오토: 말도 안돼. 그런데도 우리 예산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마이: 물론 가장 가까운 마을이 6마일이나 떨어져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될 것 같아. 여기서는 목이 터져라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못 듣겠는데?

  오래되었지만 단단한 벽돌로 지어진 외관이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뾰족한 첨탑과 석조 괴물상이 주는 위압감도 놀랍습니다. 협죽도 정원은 잘만 꾸미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부부는 처음으로 그들의 의뢰를 받은 리얼 에스테이트 에이전트를 만납니다. ‘킹 앤 힐 프로퍼티 트러스트 (King & Hill Property Trust)’의 공동대표 조 힐씨입니다.

조 힐: (반갑게 맞으며) 반갑습니다. 어서들 오세요.
오토: 안녕하세요? 힐씨. 전화로만 통화하고 실제로는 처음 뵙네요. 오토 B. 킬트입니다.
마이: 안녕하세요? 마이 T. B. 킬트라고 해요.
조 힐: 조 힐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직접 보시니 어떠신가요?
오토: (염려가 된다는 듯이) 힐 씨, 정말 놀랍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 매물이 우리 예산으로 가능합니까?
조 힐: (방듯 웃으며) 편하게 조라고 부르세요. 그리고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대답은 예스입니다. 예산이 남아 돕니다. 20만 달러에 나와 있고요. 보시다시피 방 개수와 화장실 개수로 굳이 정의할 필요가 없는 규모입니다.
오토: 20만 달러요? 도대체 어떻게요?
조 힐: (머리를 긁적이며) 하하, 싸게 나온 매물을 두고 딱히 이유를 만들기는 어렵군요. 뭐, 보시다시피 좋은 집이지만 몇 가지 결점이 있죠.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오래된 건물이라 개보수도 조금 필요하고, 앞서 세입자가 임대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서 집주인이 조속한 계약 체결을 원하는 부분도 있고… 일단 들어가 보시죠.

 

  그들은 힐하우스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동심원 구조의 일층은 응접실을 중심으로 작은 내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내실은 다시 외벽을 면하고 있는 외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계단을 둘러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그들이 들어가기가 무섭게 문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기가 무섭게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닫힙니다.

오토: (입을 다물지 못하며) 규모가 상당하군요. 예상대로 넓은데요.
마이: 우리 시애틀 비콘 힐 아파트의 50배는 되겠는데요. 아니,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겠어요. 몇 층인가요?
조 힐: 3층입니다. 이 저택이 처음 지어지던 시절에는 3층을 하인용 침실로 썼겠죠.
오토: 방이 몇 개입니까?
조 힐: 정확하게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일단 침실로 꾸며져 있는 방은 2층의 네 개입니다. 나머지 방은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어서 손을 좀 보셔야겠지만 아마 2층과 3층의 16개에서 24개 정도는 방으로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오토: (어이가 없다는 듯이) 16개에서 24개요? 농담이죠?  
조 힐: (방긋 웃으며) 농담 아닙니다.
오토: 그러면 아이들에게 방을 하나씩 주고 우리 부부도 침실 하나에 각자 방 하나씩 가져도 되겠는데요? 작업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마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그럼 1층은요?
조 힐: 1층에도 조그마한 방이 많이 있는데 창문이 없는 밀폐 구조라 좀 답답합니다. 그 시대에 지어진 집이 그런 경우가 많이 있답니다. 
마이: 아, 그렇군요.
조 힐: 차라리 1층은 거실과 주방, 식당, 그리고 외벽에 면한 큰 방들 위주로 살리길 권해드립니다. 예전에 파티장소로 쓰던 홀이나 서재, 음악실 등 말입니다. 그런 큰 방들은 실외와 바로 연결되어 그래도 트인 느낌이 납니다.
마이: (감탄하며) 어머 정말 좋은 생각이세요.
오토: 적갈색 덮개, 오크나무 패널, 소용돌이 무늬의 카펫, 대리석 조각, 치펀데일풍 가구… 전체적으로 참 묘한 분위기로군요.
조 힐: 인정합니다. 분명 요즘 스타일은 아니죠.
마이: 무슨 미로 같아요.
오토: (말 끝을 흐리며) 저는 저만의 하이디-홀을 원했는데 이 정도면 집 전체가 하이디-홀 같군요.

 

  그들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갑니다. 침실로 꾸며진 네 개의 방을 구경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2층은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도 꽤 공들여 지어진 것 같은 1층에 비하여 2층에는 좀 투박한 느낌이 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건축가가 어떤 이유에서 급히 마무리하고 공사를 끝내고 싶어 안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좁고 어두운 복도 끝에는 3층으로 올라가는 또다른 작은 계단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선 침실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네 개의 방은 각각 블루룸, 그린룸, 옐로우룸, 핑크룸으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각각의 색에 맞추어 커튼과 카펫과 침대보와 퀼트 이불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어두운 색의 오크 목재로 벽의 아래쪽 절반을 덮어 놓았지만 위의 절반은 꽃이 그려진 섬세한 벽지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서랍장은 대리석 상판이고 상당히 큰 옷장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마이: 방은 상당히 예쁘군요. 색을 통일한 것도 좋고 꽃무늬 벽지도 마음에 들어요.
오토: (의아한듯이) 방의 비율이 조금 독특하지 않나요? 한쪽 벽이 길고 다른 한쪽 벽은 조금 짧은 듯 한데요? 
조 힐: 맞습니다. 바로 보셨습니다. 이 저택의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모든 각도가 살짝 틀어져 있죠.
오토: (귀를 의심하며) 뭐라고요?
조 힐: 모든 각도가 살짝 틀어져 있다고요. 미묘하게! 계단도 중심축을 향해서 기울어져 있고 각각의 방을 비롯한 모든 공간도 집의 중심을 향해서 기울어져 있습니다. 얼마나 매혹적입니까?
마이: 정말이요?
조 힐: 예, 정말입니다.

 

  부부는 조금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분명 좋은 가격에 나온 화려한 매물인데 뭔가 등골이 서늘한 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애틀 비콘 힐에서는 절대 불가능했던 개인 작업실, 개인 서재, 개인 정원에 대한 오랜 꿈이 그들을 망설이게 만듭니다. 과연 그들은 이 첫번째 집 힐하우스에 대해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조 힐: 자, 일단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마이: 그러면 3층은요?
조 힐: 하인용 침실인 3층은 쓰지 않은지 20년쯤 되어서 리모델링 후에 다시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오토: 리모델링을 하고 있단 뜻인가요?
조 힐: (못 들은 척 하며) 자, 일단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세요. 
마이: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일단 가격적인 면이 좋아요.
오토: 다 좋은데 너무 넓어요. 관리가 힘들 것 같군요.
조 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너무 넓어서 망설이신다고요? 이런…배가 부르셨군요. 그러면 조금 아담한 사이즈를 원하시나요? 
오토: 다른 집도 추천해주실 수 있으면 좋죠. 
조 힐: 그러면 며칠 후에 뵙죠. 제가 주소를 텍스트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힐씨는 뒤돌아서 조그맣게 중얼거립니다.
조 힐: 연인들의 만남으로 여정은 끝난다네 (Journeys end in lovers meeting).
마이: 지금 뭐라고 하셨죠?
조 힐: 아니요. 별 말 안 했습니다. 그냥 혼잣말이었어요. 자, 그럼 다음에 뵙기로 하죠. 

조 힐: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 매물은 킬트 부부에게 아주 적당합니다. 아름다운 전원 생활을 생각했다면 이 정도 집은 생각해야죠. 하지만 너무 넓다고들 하니 조금 시간을 드리려고 합니다. 원래 주택 매매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크면서도 아담한 매물을 찾는 독특하게 까다로운 의뢰인들이라 약간 염려는 됩니다. 

 

  부부는 자동차에 올라 숙소로 이동하며 첫번째 집 ‘힐하우스'에 대한 의견을 나눕니다. 

마이: (조심스럽게) 공간이 넓은데도 숨이 막힐 정도로 폐쇄적인 느낌이 드는 건 희한한 경험이었어.
오토: (한숨을 쉬며) 그리고 그 기운 느낌은 뭐야? 온 집이 중앙으로 푹 꺼져있는 듯 했어. 
마이: (몸을 부르르 떨며) 그러니까 문이 저절로 스르르 닫히는 거겠지. 안 그래?
오토: 맞아. 문마다 뭐를 괴어 놓을 수도 없고. 조금 당혹스럽기는 해.

 

*

 

  HGTV와 A&E 공동제작으로 보내드리는 ‘더 헌티드 하우스 헌터스.’ 오늘 이야기는 오토 B. 킬트 씨 가족을 위한 아름다운 새 집을 찾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일리노이주 애슈턴 인근 힐스데일에 위치한 ‘힐하우스’였습니다. 다음 날 부부는 조금 더 아담한 매물을 확인하고자 장거리를 이동합니다. 

마이: 힐씨가 문자를 보내줬는데 다음 집은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라고 하네. 
오토: (깜짝 놀라며) 로드아일랜드? 그렇게나 멀리?
마이: 우리가 넓은 집을 부담스러워하니 아담한 매물을 보여주시겠다고.

 

  부부는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로 향합니다. 아주 먼 여정 끝에 도착한 두번째 집 ‘러브크래프트’는 의외로 큰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남향에 뒷편으로 언덕을 두고 있고 앞쪽으로는 베네핏 가와 인접해 있습니다. 뾰족 지붕의 2층 건물이고 독특하게도 지하층이 지상에 드러나 있습니다. (이번에는 뉴잉글랜드풍으로 보이는 그대로 뉴잉글랜드가 맞습니다.) 흠이라면 약간 낡고 다소 거무칙칙하게 보인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오토: 일단 위치는 좋네. 첫번째 집보다 접근성이 괜찮아.
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조금 낡고 작으면 어때? 어쩌면 훨씬 더 좋은 조건일 수 있어.     

 

  먼저 도착해있던 조 힐씨가 부부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조 힐: (반가워하며) 반갑습니다.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토: 이 집이 저희에게 보여주실 매물인가요?
조 힐: 그렇습니다. 아담한 집을 원한다고 하셔서 조금 작은 규모로 골라봤습니다. 관리하기 정말 편하실 겁니다.
마이: 큰 길에 인접해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뭐랄까 좀 낡은 느낌이네요.
조 힐: 지은지 250년쯤 되었으니까요. 
오토: (깜짝 놀라며) 예? 250년이요?
조 힐: (태연하게) 뭐, 당시 기록들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겠죠. 1세대 정착민들이 세웠으니 그쯤 되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거죠. 뭐, 아니면 말고요.
마이: (어색하게 웃으며)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하네요.
조 힐: 하지만 싹 뜯어고치면 새 집처럼 깔끔할 겁니다. 방 세 개에 화장실 두 개. 창문 없는 다락방 하나. 2층짜리 건물에 하이라이트로 풀 사이즈 지하층 하나 있습니다. 가격은 5만 5천 달러이고요.
오토: (의아한 표정으로) 5만 5천 달러요? 어떻게 그렇게 저렴하죠?
조 힐: (머리를 긁적이며) 하하,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싸게 나온 매물을 두고 딱히 이유를 만들기는 어려워요. 일단 오래된 집이니 인테리어 비용을 그만큼 빼드렸다고 보면 어떠시겠습니까? 일단 들어가 보시죠.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마당은 피폐합니다. 늙고 메마른 나무와 색이 바랜 수풀로 뒤덮여 있습니다. 조지 왕조풍의 현관문을 밀자 오랫동안 공기가 통하지 않은 듯 퀘퀘한 냄새가 엄습합니다. 부서진 벽판과 떨어진 벽지. 이미 상당히 떨어져 나간 회반죽. 천장 곳곳에 남아있는 이상하게 얼룩덜룩한 곰팡이. 먼지와 거미줄이 그들을 맞이합니다. 공사 전의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부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오토: (말문이 막힌듯)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지 않은데요.
조 힐: 압니다. 그런데 모든 집들이 수리 전에는 이렇게 보인답니다. 그러면 전 이렇게 조언을 해드리죠. 수리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고요. 자, 여기 현관을 들어서 바로 보이는 공간은 거실이 될겁니다. 그리고 아마 저쪽 구석이 주방과 다이닝룸이 되겠죠. 이 바닥 전부를 하드우드 플로어로 깔끔하게 깔았다고 생각해보세요. 멋지지 않겠어요? 벽은 밝은 회색으로 칠하고 허리 높이까지는 어제 보셨던 힐스데일의 집처럼 오크나무 웨인스코팅을 넣는 건 어떻습니까? 훨씬 우아하면서도 공간이 풍성하게 확장되는 느낌이 들 겁니다. 
마이: (의아해하며) 말씀대로만 되면 정말 멋질 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상상이 잘 안되네요. 
조 힐: 압니다.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상상력을 발휘하셔야 하는 순간입니다. 절 믿으세요. 여기는 여러분에게 사랑의 보트, '러브 크래프트'가 될 겁니다.
오토: (갑자기 생각난듯이) 아… 2층에 방이 세 개라고 하셨죠? 그러면 작업실은 할 수 있을 공간이 나올까요?
조 힐: 그래서 지하실이 있는 겁니다. 게다가 낮은 쪽이 길에 맞닿아 있어 사실은 지상층이나 다름 없어요. 한 번 내려가 보시죠.
마이: 그럼 2층과 다락방은요?
조 힐: (못 들은 척 하며) 이 집은 지하실이 하이라이트입니다. 거기 먼저 보셔야해요.

 

  그들은 낡고 삐걱기리는 계단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일단 축축한 습기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소름이 돋을만큼 차갑고 끈적거리는 공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상을 면하고 있는 지하층치고는 너무 어둡습니다. 거의 모든 벽면이 곰팡이로 덮여있습니다. 한 구석에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벽난로가 있습니다. 낡은 벽돌은 까맣게 그을렸고 입을 벌린 아궁이는 휑하게 이를데 없습니다. 바닥은 금방이라도 부스러져 내릴 것 같은 기분 나쁜 진흙입니다. 땅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겁니다. 

오토: (난감한 표정으로) 여기가 바로 지하층인가요?
조 힐: 굉장하지 않나요?
마이: (의아해하며) 농담이신거죠?
조 힐: (정색하며) 농담 아닙니다. 이 건물은, 특히 이 지하실은 있는 그대로 영감의 원천입니다.
마이: 뭐의 원천이요?
조 힐: 영감이요.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건물 아닙니까. 그 긴 시간 동안 이 집을 거쳐간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이 근처에는 유서깊은 장소도 많습니다. 일례로 세인트존스 공동묘지가 가까이에 있습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정도입니다.
마이: (깜짝 놀라며) 그게 장점인가요?
조 힐: 물론입니다. 그 곳이 에드거 앨런 포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장소였다고요.
오토: (말을 돌리려고 애쓰며) 그건 그렇고 지하실에 습기가 가득한데요. 이런 곳에서 도대체 무슨 작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가만히 보니 외풍도 상당한데요.
조 힐: 뭐든 다 하실 수 있죠. 완벽한 맨케이브가 뭐냐고 질문을 하신다면 바로 여기가 대답이 될 겁니다.

 

  부부는 말을 아낍니다. ‘맨케이브’가 아니라 말 그대로 ‘맨그레이브’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이 집은 그들이 찾는 보금자리와 거리가 멉니다. 부부는 적당한 단어를 찾기 위해 망설입니다. 

오토: 힐씨, 아니 조. 여기는 첫번째 집에 비해서 장점이 많지 않은 느낌입니다.
조 힐: (당혹스러워하며) 아담한 집을 원하시지 않았나요?
마이: (더듬거리며) 맞아요. 그런데 여기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조 힐: 첫번째 집은 너무 외져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못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집은 벽이 얇고 바로 옆이 인도고 큰 길이라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면 아마 누가 금방 알아들을 겁니다.
마이: (깜짝 놀라며) 저희가 첫번째 집에서 했던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오시기 전에 저희끼리 했던 이야기인데.
조 힐: (살짝 격양되어) 그럴리가요? 제 옆에서 하신 말씀이에요. 제가 백만달러의 사나이도 아니고 두 분이 따로 나눈 대화를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마이: (몸을 떨면서) 분명히 오시기 전이었어요.
조 힐: (능청스럽게) 못 믿으시겠으면 비디오 판독 한 번 갈까요?
오토: (서둘러 중재하려는 듯) 아니, 됐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는 음… 저희가 바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단 뜻입니다.
조 힐: (이해가 간다는 듯) 턴-키를 원하셨단 뜻이군요.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죠. 그러면 다른 날에 세번째 매물을 보러가시죠.
마이: 여기서 멀리 있나요?
조 힐: 별로 안 멉니다. 제가 주소를 텍스트로 보내드릴테니까 이틀 후에 뵙죠.

  힐씨는 뒤돌아서 조그맣게 중얼거립니다.
조 힐: 오! 휘파람을 불어보오. 그러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 (Oh, Whistle, and I'll Come to You, My Lad').
마이: 지금 뭐라고 하셨죠?
조 힐: (빙긋 웃으며) 아니요. 별 말 안 했습니다. 그냥 혼잣말이었어요.

조 힐: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제 조금씩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킬트 부부가 조금씩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어요. 아담한 집을 원했다가 큰 집을 원하질 않나, 직접 꾸미고 싶다더니 갑자기 턴-키 스타일을 원했다고 우기질 않나, 하물며 이제는 급기야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듯 하네요.

 

  부부는 자동차에 올라 숙소로 이동하며 두번째 집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의견을 나눕니다.

마이: (고개를 저으며) 일단 여기는 아니야. 차라리 첫번째 집이 더 나았어.
오토: (어두운 표정으로) 맞는 말이야. 첫번째 집도 아주 마음에 들진 않았는데…
마이: 충격적이지. 충격이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아.

 

*

 

  HGTV와 A&E 공동제작으로 보내드리는 ‘더 헌티드 하우스 헌터스.’ 오늘 주인공은 오토 B. 킬트 씨입니다. 부인인 마이 T. B. 킬트 씨와 귀여운 세 아이 슈다, 우다, 그리고 쿠다, 이렇게 다섯 가족이 생활할 아름다운 집을 알아보고 있죠. 다음 날 부부는 ‘턴-키’형 매물을 확인하고자 또다시 장거리를 이동합니다. 

마이: 힐씨가 문자를 보내줬어. 다음에는 콜로라도주 에스테이트파크로 오라네. 
오토: (깜짝 놀라며) 콜로라도? 완전히 다시 거꾸로 돌아가야하잖아.
마이: 우리가 턴-키를 원하니 완전 고순도 ‘턴-키’ 매물을 보여주시겠다는데. 짐을 하나도 가져올 필요가 없다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
오토: (심각한 표정으로) 힐씨 말이야. 조금 이상하지 않아? 평범한 리얼 에스테이트 에이전트처럼 느껴지지 않아. 그 사람 회사 이름이 ’킹 오브 더 힐 (King of the Hill)’이라고 했나?
마이: (웃음을 참으며) 아니, 그건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제목이고. ’킹 앤 힐 (King & Hill)’이라고 했어. 프로퍼티 트러스트.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까 대단한 매물을 많이 성사시켰던 것 같아. 매사추세츠에서는 어셔가 재건축에도 관여햇었고, 발레킨 하우스, 볼리 렉터리, 글램스 성, 영국의 헌드레즈홀, 그리고 주택명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아미타빌과 로아노크에서도 큰 계약을 여러 개 따냈더고 하더라고.
오토: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능력이 있는 에이전트는 맞는 듯 한데… 자신만만한 매물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것을 보여주려는 걸까? 

 

  부부는 콜로라도주 에스테이트파크로 향합니다. 볼더를 거쳐 사이드와인더로, 그리고 다시 산으로 접어듭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산속으로 향하는 길에 부부는 잠시 당황합니다. 뾰족한 봉우리를 끼고 도로가 돌아가며 끝없이 위로, 위로 향합니다. 이윽고 각도가 완만해지며 소나무숲 사이로 산비탈에 우뚝 솟은 호텔이 보입니다. ‘오버룩호텔.’ 바로 세번째 매물입니다. 부부는 갑자기 등장한 호텔에 한 번 놀라고 그 압도적인 장관에 한 번 더 놀랍니다. 

오토: 뭐야? 이건 호텔이잖아.
마이: 우리더러 호텔을 구입하여 살라는 뜻이야?

 

  정문은 넓고 웅장하며 잔디밭은 아름답습니다. 수영장이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작은 묘목사이로 자갈길이 보입니다. 동물 모양으로 깎아놓은 나무들이 보입니다. 건물은 뾰족한 첨탑 하나를 중심으로 빨간 지붕이 좌우로 길게 뻗은 3층 구조의 목조 건물입니다. 이스트윙과 웨스트윙이 앞으로 튀어 나와 있고 현관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형태가 처음 건물이 지어지던 시대의 스타일을 반영합니다. 일층은 약간 층고가 높고 커다란 창문으로 개방감이 잘 살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거대한 공간이 과연 부부가 원하는 미래 보금자리로 요건을 갖추었느냐는 부분입니다.

 

  먼저 도착해있던 조 힐씨가 부부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조 힐: (반가운 표정으로) 반갑습니다. 이번에도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토: (머뭇거리며) 이건 호텔 아닌가요? 오버룩호텔이라고 간판까지 있는데요?
조 힐: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잠시만요. 아드레날린이 몰아쳐서 숨도 쉬기 힘드네요. 와! 정말 흥분됩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한 장관이기는 한 것 같아요. 왜 호텔 이름이 ‘오버룩’인지 알겠어요.
오토: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예산으로는 감당이 안될 것처럼 보입니다.
조 힐: (빙긋 웃으며) 옵션이 있습니다. 1안은 40만불에 3층 일부를 가져가시고 일부 사용하지 않는 객실을 호텔에 다시 임대하시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매월 수입이 생기니 대단히 좋은 조건입니다. 2안은 약간 변칙인데 동계 시즌마다 케어테이커로 들어오시는 겁니다. 그 경우에는 별도의 비용 지출이 없습니다.
오토: (깜짝 놀라며) 공짜라고요?
조 힐: 엄밀하게 공짜는 아니죠. 142개 객실을 가진 호텔을 관리해야 하니까요.
마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러면 정리해보자면… 이 건물은 호텔업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는 거죠? 일종의 호텔 직원으로 들어오면 겨울 동안에는 공짜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고요. 제가 맞게 이해했나요?
조 힐: 정확합니다. 겨울 동안은 날씨 때문에 호텔을 닫거든요. 모든 직원들이 다 휴가를 떠나고요. 그러니까 사실상 이 거대한 호텔을 통째로 쓰신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오토: 잠시만요, 그러면 2안의 경우 여름에는 어떻게 합니까?
조 힐: (마치 미리 예상한 질문이라는 듯이) 제 생각에는 산 아래 사이드와인더나 가장 가까운 도시인 볼더에 서브로 작은 집을 하나 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 비하면 볼더 집 값은 말 그대로 껌 값입니다. 겨울마다 여기 올라와서 산다면 집세도 절약되고요. 
마이: (납득한 듯이) 저희 원래 계획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그것도 신선한 방법일 것 같아요. 6개월마다 환경을 바꾸어 생활하는 것도 꽤 재미있을 듯 하고요.
오토: (심각하게) 그런데 케어테이커라면 겨울 동안 호텔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겁니까?
조 힐: 별 일 없습니다. 보일러가 조금 예민한 놈이라 그것만 터지지 않게끔 관리해주시면 될 겁니다. 나머지는 자잘한 일들이고요. 객실이 142개인데 겨울 동안 한 놈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리가 없겠죠.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 매니져에게 바로 연락만 주시면 됩니다. 자, 일단 들어가 보시죠. 오늘 종일 돌아도 다 구경하시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오버룩호텔’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19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이 역사적인 건축물은 이후 몇 번의 수리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옛 시대의 공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부부는 일단 규모에 압도당합니다. 힐씨도 흥분감을 주체하지 못하여 몸을 부르르 떱니다. 높은 층고의 탁 트인 로비. 자작나무 장작이 쌓여있는 고풍스러운 벽난로. 이국적인 무늬가 새겨진 군청색 카페트. 진홍색 쇼파와 유리 테이블. 컨시어지 데스크와 벨 보이들의 대기석까지. 그야말로 누가 봐도 호텔은 호텔입니다.

마이: 정말 멋지긴 해요. 잘 관리되어 있고요. 그런데 사람이 없어서 휑한 느낌이 드네요.
조 힐: 겨울이 다가와서 직원들이 대부분 떠나 그럴 겁니다.
오토: 구체적으로 저희가 살게 되는 공간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조 힐: 따라오세요.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갈 겁니다.

 

  황동 엘레베이터는 1926년에 설치된 것입니다. 레버를 당기면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옛날식입니다. 부부는 마치 금방이라도 이 골동품이 멈추거나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엘레베이터는 3층에 멈춥니다. 1 피트 정도 잘못된 위치에 멈추었을 뿐입니다.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제법 넓은 복도에 안심이 됩니다. 복도의 벽은 푸른색 실크벽지이고 유리갓이 달린 작은 전기등이 일정 간격으로 달려있습니다.

마이: (감탄하며) 이건 뭐랄까, 정말 호텔 느낌이네요.
조 힐: (당연한 질문이라는 듯이) 호텔이니까요. 저기 3층 이스트 윙에 방 다섯개가 여러분의 것입니다. 손님을 받는 객실들과 공간 분리가 가능하다고 하니 사생활이 보호가 될 겁니다. 마음껏 구경하세요.

 

  디럭스 룸로 설계된 방은 소박하지만 아늑합니다. 벽은 진짜 소나무로 만들어졌고 바닥에는 아기자기한 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한쌍의 슈퍼 싱글 침대가 있고 그 앞에는 텔레비젼이 있습니다. 당연히 방마다 욕실도 달려 있고 작은 개수대도 하나씩 있습니다. 다섯 개 방이 모두 똑같이 생겼습니다. 

조 힐: (자랑스러워하며) 어떠세요? 마음에 드시나요? 계약을 하시면 각 방 앞에 이름을 붙여드릴 겁니다. 오토 B. 킬트, 마이 T. B. 킬트, 우다 B. 킬트, 슈다 B. 킬트, 쿠다 B. 킬트. 이렇게요. 
마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저희 아이들 미들 네임은 B.가 아닌데요. 사실 미들네임이 없어요.
조 힐: 그래요? 저는 B라고 생각했는데요. 빈이나 비인이나 비이인이나... 한번 확인해보세요. B가 맞을 걸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마음에 드십니까?
마이: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그냥 일반 주택에 비해서 공용 공간이 아무래도 부족하잖아요.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방. 그리고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하나씩 나누어 호텔방에 넣어 놓는 기분은 조금 그래요.
조 힐: 남편 분이 말씀이 별로 없으시네요. 갑자기.
마이: 제 질문은 가족 공간 말이에요, 조.
조 힐: (방긋 웃으며) 호텔의 다른 부분을 쓰시면 되지요. 로비의 벽난로 앞을 거실처럼 쓰세요. 오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요. 그리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세요. 누가 뭐랍니까. 내 돈 내고 먹으면.
마이: (당황한 듯이) 그게 무슨 소리에요?
조 힐: (말을 끊으며) 잠시만요. 바깥양반이랑 제가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토, 두 가지를 주의하시면 됩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창문을 겨울 동안 닫아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보일러 녀석을 잘 살펴줘요, 친구. 하루에 두어 번씩 압력을 낮춰줘야 할 겁니다. 자꾸 기어올라가니까요.

 

  오토씨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부인은 그런 남편의 모습에 얼어붙은 듯 꼼짝을 하지 못합니다.

마이: (불안한 표정으로) 당신, 왜 그래요? 무슨 일이야?
조 힐: (능청스럽게) 무슨 일은요. 자꾸 기어올라가는 게 문제지. 아무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보다 더 완벽한 ‘턴-키’ 매물이 어디있겠습니까? 직원만 수십명에 이르는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는 관광지의 3성급 숙박업소인데 말입니다. 수영장? 옵션입니다. 피트니스? 옵션입니다. 로크 코트? 옵션입니다. 식당? 조식 뷔폐? 룸서비스? 다 옵션입니다. 벌집? 옵션입니다. 구식 소화전? 옵션입니다. 217호? 옵션입니다. 설상차? 옵션입니다. 혹한과 폭설? 그것도 옵션입니다. 마음대로 쓰세요.
마이: (안절부절 못하며) 여보? 왜 멍한 표정이야? 무슨 말이라도 해봐!

조 힐: (끌끌 혀를 차며) 매물 세 개를 보셨는데 이 중에 마음에 드시는 것이 있습니까? 남편 분이 말씀이 없으시니 제가 대신 정리를 해드릴께요. Pros. And Cons. 를 비교해 봅시다. 방송이 나갈 때는 아마 이쯤해서 화면 하단에 자막이 같이 나갈꺼에요. 첫번째 매물 ‘힐하우스(20만 달러)’는 일리노이주 힐스데일 소재의 멋진 고딕 양식의 넓은 저택입니다. 단점은 살려달라고 소리질러도 가장 가까운 마을이 6마일쯤 떨어져 있다는 거죠. 두번째 매물 ‘러브크래프트(5만 5천 달러)’는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의 작고 아담한데다가 완벽한 맨케이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인트존스 공동묘지 세권이고요. 단점은 당분간 리모델링을 좀 해야한다는 거고요. 여기 세번째 매물 ‘오버룩호텔(40만 달러)’은 콜로라도주 사이드와인더에 있으며 부분 매입을 하시거나 언더테이... 아니, 케어테이커로 들어와 사시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습니다. 장점은 크고 넓고 멋지고 여러분이 원하시던 완전 턴-키 매물입니다. 단점은 큰 호텔에는 스캔들이 있기 마련이고 유령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거죠. 왜냐고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니까!
마이: (소리를 지르며) 뭐라는 거예요?

 

  부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남편 오토씨가 뭐에 홀린 듯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죠. 마치 이 공간에 박제된 유령들의 유서깊은 파티에 참석하기라도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아내 마이씨의 입 앞에 달착지근한 공포가 퍼졌습니다.   

조 힐: 아! 그는 주먹으로 기둥을 치며 여전히 유령이 보인다고 소리친다 (He thrusts his fists against the posts and still insists he sees the ghosts).
마이: (히스테릭하게) 뭐라고 했죠? 방금 뭐라고 중얼거린거죠?

조 힐: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제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의뢰인 킬트 부부가 완전히 이상해졌어요. 남편은 알멍충이가 되어 무슨 20세기 유령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고요. 부인은 자꾸 이상한 소리를 듣고 제가 하지 않았냐고 우기네요. 마치 저한테 뿔이라도 달린 것처럼 저를 쳐다보기 시작하네요. 이 사람들을 여기에 두고 가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막말로 남편이 돌아버려서 도끼를 들고 마누라를 죽이러 뛰어다니지나 않을까 모르겠군요. 게다가 여기서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못들을테니… 예, 정말로 걱정이 됩니다.

 

*

 

  HGTV와 A&E 공동제작으로 보내드리는 ‘더 헌티드 하우스 헌터스.’ 오늘 이야기는 킬트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여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부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아마 결정에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래 집을 구하고 이사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답니다.

(2016년 10월)
#Inspired By The Works of Shirley Jackson, H.P. Lovecraft, and Stephen King

반응형

'낙농콩단 > Season 16-20 (2016-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 잭 미쳐  (0) 2017.05.14
216. 퓨처 이노베이터  (0) 2017.01.22
211. 시시와 클라이드  (0) 2016.09.04
209. 리바운드 걸  (0) 2016.07.10
206. 페이스 오프  (0) 2016.04.1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