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천 년의 기다림 (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 2022) B평
김영준 (James Kim)
이야기를 연구하는 학자와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정령(Djinn/Genie)의 만남이 쉬울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정령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해방되기를 원하지만 학자는 ‘소원 설화’의 상징적 의미와 교훈을 너무도 잘 이해한 나머지 소원 빌기를 원하지 않는다. 학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현실을 살고 있다며 오히려 정령의 존재와 의도마저 의심한다. 졸지에 트릭스터(Trickster) 취급을 받으며 난처해진 정령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병 속에 갇혀 지내온 3천 년 동안의 사연을 들려줌으로써 학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註1). 그렇게 네 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음에 그는 시바 여왕을 연모하였으나 솔로몬 왕의 마법에 의해 병 속에 갇힌다(기원전 9세기). 이후 총 세 번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