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순진한 호의
김영준 (James Kim)
할머니는 매일 아침 그렇듯 오늘도 새벽 다섯시에 일어났다. 헤이즐에게 아침밥을 챙겨주기 위해서다. 하늘이 두 쪽, 세 쪽이 나더라도 아침은 먹여야 한다는 게 할머니의 지론이었고, 하늘이 네 쪽, 다섯 쪽 나도 아침은 얻어먹고 나가야 한다는 게 헤이즐의 신념이었다. 늦어도 아침 여덟시엔 집을 나서야 하는 헤이즐은, 늦어도 일곱시엔 침대에서 기어 나올 것이다. 보통 여섯시에 이미 깨어있는 할머니는, 늦어도 보통 일곱시까지 토스트를 굽고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커피를 내렸다. 어제 남은 음식이 냉장고에 들어가 있음에도 매일 아침 굳이 새로 차리기를 고집했다. 냉동실 가득 냉동식품이 있었지만 그 이상의 아침식사를 만들기를 고집했다. 그게 밖에 나가 일하는 헤이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할머니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