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53. 코스트코를 쇼핑 천국으로 만드는 다섯 가지 방법

낙농콩단/Season 11-15 (2011-2015)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2. 3. 25.

본문

  코스트코는 쇼핑 천국인가? 물론이다. 그렇다. 그렇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천국에서 장을 보는 느낌이라는 뜻인가? 아니다. 아닌 것 같다. 그건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말하자면, 김밥천국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물론 코스트코의 사업모델은 경이롭고 훌륭하다. 대형마트에 관한 이보다 우수하고 탁월한 모델을 동서고금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우리 쇼핑객들이 코스트코에서 누리게 되는 소비 경험 또한 특별하고 훌륭하다. 양질의 제품이라도 대량 단위라면 저렴하게 판매될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 공간이다. 그래서 블루아가베 시럽 1 kg 들이 2병 세트를 기분 좋게 구입했다가 약 100 g 쯤 쓰고 몇 년 후에 모두 배수구에 흘려보내야 하는 정말 멋진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다음에 같은 제품을 다시 구입하는 건 안 비밀이다.) 외국인 상대 하숙이라도 치지 않는 이상 한국 가정에서 450 g 베이컨 4묶음이나 900 g 짜리 콜비잭 치즈를 유통기한 내에 소진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에서 그러하듯 사실 코스트코와 같은 빅-박스 스토어는 큰 주택에서 생활하는 대가족 가정에 더 맞는 쇼핑 장소이다. 실정이 그러하니 아파트 중심 거주 문화에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정이 점차 늘어나는 한국 상황에는 조금 맞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월마트와 까르푸도 도망갔다는 한국 시장이 아닌가. 코스트코도 뜨거운 고추장 맛을 보고 징징 울며 철수할 거라고 많이들 생각했다. 일단 그런 환경에서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놀랍다. 확실히 코스트코의 성공에는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일단 한 번 다녀오면 진이 빠진다. 마치 격렬한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피로감이 대단하다. 코스트코에서 쇼핑을 하며 '이 부분만 바뀌면 정말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아마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몇 가지만 보완되면 코스트코는 진정한 쇼핑 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본지는 열두 명의 전문가를 초빙하였다. 사회 각계에서 활동 중인 이 열두 명의 (쇼핑) 전문가는 모두 코스트코 골드스타 혹은 이그제큐티브 회원으로 일주일에 1회 이상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3일 동안 합숙하면서 18인치 코스트코 피자로 끼니를 때워가며 의견을 나누고 정리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코스트코를 위한 다섯 가지 개선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식 코너를 늘려라.

  시식 코너를 늘리는 것은 좋은 출발이다. 대개 시식 코너는 통로 폭의 3분의 1 가량을 점유한다. 심지어 좁은 곳에서는 통로 폭의 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아시다시피 시식 코너가 있는 지점에서 대형 쇼핑 카트 두 대가 나란히 정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 카트를 비스듬히 던져놓고 달려가 제 주둥이에 아주 보잘것 없는 한 조각의 음식 덩이를 밀어 넣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병목 정체의 시발점이 된다. 단 두 사람만 그 짓을 해도 통로는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세 사람이 그 짓을 하면 통곡의 벽으로 변모하기 십상이다. 그나마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은 최소한 카트를 던져놓고 달려가지는 않는다. 그들은 한 손으로 카트의 진행 방향을 유지하며 다른 손으로 시식 코너의 이쑤시개, 종이접시, 종이컵, 혹은 그 밖의 무엇을 잡아내는 곡예를 보여준다. 허나 반전은 그다음에 있다. 그들은 교양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어서 또 움직이면서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꼭꼭 씹어 완전히 다 삼킬 때까지는 그 자리에서 함부로 이동하지 않는다. 그들 중 일부는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왔기 때문에 제 귀한 아이들을 배부르게 먹여야 하는 의무까지 수행하여야 한다. 어미 도요새처럼 음식 덩이를 물어다가 (카트 흐름을 막는 것은 물론 다른 시식자의 몸을 몸으로 밀치고 다른 시식자의 손을 손으로 쳐내면서까지) 제 귀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은 눈물을 자아내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그들 중 대부분이 제 귀한 아이들을 카트 위에 5 리터 들이 이탈리아산 압착 올리브 오일처럼 실어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음식 조각을 완전히 다 씹어 목구멍 안으로 넘길 때까지는 카트를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제 귀한 자식들이 흔들리는 카트 안에서 자칫 음식을 물고 넘어져 체하거나 다칠 수 있다고 염려하기 때문이다. 

  둘째, 더 큰 크기의 쇼핑 카트를 배치하라.

  코스트코에서 쇼핑객 사이에 싸움이 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애매한 크기의 쇼핑 카트 때문이다. 서로 충돌할 수 없을만큼 아주 작은 카트를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진열된 묶음 상품의 크기를 보면 참도 가능한 소리기는 하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반대로 서로 충돌하기 어려울 만큼 큰 카트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가령 통로의 폭 너비와 거의 맞먹는 크기의 카트를 사용하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적어도 새치기가 사라질 것이고 포뮬러 1 스타일의 경합의 여지 또한 없어질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쇼핑객들이 충돌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앞사람의 엉치뼈, 복사뼈, 혹은 두 가지 모두를 들이박기에 아주 적합한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카트를 더욱 위력적이고 강력하게 개량하는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지금도 물론 한 번 제대로 받힌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트라우마를 갖게 될 만큼 타격감은 상당하다.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는가? 기자를 포함하여 열두 명의 전문가들 중 열한 명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들 중 일곱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코스트코에서 한 번 받치고 눈물 찔끔하고 나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누군가의 카트가 나의 엉덩이를 들이받아도 기분 좋게 웃고 넘어갈 정도로 여유가 생길 정도다. 하지만 나아가 이것을 지금보다도 더 업그레이드하여 (감히 말하자면 파쇄차 수준에 이르게 하여) 기분 나쁜 것 이상의 타격이 가능하게 하기를 우리는 권유한다. 그러면 피해자는 아마 커다란 신체적 고통을 감수하여야 하겠지만 적어도 가해자도 미안함에 크게 뉘우침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앞서는 이는 쉽게 들이 받히지 않고자 신경 쓸 것이며 뒤 따르는 이 또한 보다 주의를 기울여 함부로 카트를 밀어 대지 않을 것이며, 바로 이것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의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쇼핑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카트 손잡이의 모양을 개량할 필요도 있다. 당신이 주의 깊게 쇼핑객들을 관찰하였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잡이를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을 것이다. 보통은 양쪽 아래팔, 그러니까 전완을 손잡이에 밀착한 불편한 자세로 카트를 미는 경우가 많다. 이유인즉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위함인데 (스몸비의 개량된 버전 혹은 극도로 위험한 버전이라 하겠다) 현재의 둥근 손잡이는 손으로 잡게 되어 있어 그런 면에서 적합하지 않다. 종종 팔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난다. 한 번은 그 과정에서 미끄러져 턱을 손잡이에 부딪히는 사람도 더러 보았다. (이렇게 미끄러진 카트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풀린 자동차처럼 앞으로 굴러가서 다른 쇼핑객들을 향하는 예정된 참사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부분에 움푹한 공간을 만들어 아래팔이 손잡이 안에 기분 좋게 밀착하게 만든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스마트폰을 실컷 보면서 어슬렁 어슬렁 카트를 밀며 유람할 수 있는 상당히 편안한 쇼핑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인체의 구조는 이때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내미는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앞서 개량한 파쇄차 수준의 카트 전면부와 맞물려 목적한 값진 교훈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셋째, 상품 재진열에 직원을 투입하는 낭비를 하지 마라.

  코스트코에서 가장 쇼핑하기 좋은 공간은 계산대 바로 앞의 진열대 두 칸이다. 보통의 마트라면 커피와 차 그리고 과자, 초콜렛, 캔디, 민트, 젤리 등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나, 쇼핑객들이 계산대 앞에서 황급히 내려놓은 다양한 물건들이 곳곳에 아주 많아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을 기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낚시로 치면 명당 중의 명당이다. 우리 전문가들 중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시간이 없을 땐 계산대 앞에 있는 물건만 들고 나와요. 필요한 게 보통은 거기 있더라니까요." 코스트코 방문 경험이 많지 않은 독자라면 이 대목에서 의문을 가질만도 하다.

질문: 왜 쇼핑객들은 기껏 어렵게 카트에 실었던 상품을 골 라인 바로 앞에서 내려놓는가? 그리고 설령 자신이 카트에 실어놓았던 그 상품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떤 계기로 갑자기 깨달았다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그냥 아무 데나 던져놓을 것이 아니라 원래 진열위치에 다시 가져다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답: 매장 내 직원들 중 일부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대신 그 일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직원에게 상품 재진열을 지시하는 매장의 정책이 대단히 잘못되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선량한 쇼핑객들은 행여라도 직원들 일을 가로채지나 않을까 염려한 나머지 선의를 애써 감추는 수고를 기울이고 있으니 말이다. 갑자기 사기 싫어진 물건은 아무 데나 내뜨리면서 말이다. 직원들이 대신 그 일을 해주지 않는다면 지금 명당에 쌓여 있는 엉뚱한 상품 중 일부는 알아서 제 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원시적 수준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서다.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 하기스 네이쳐메이드 팬티형 기저귀(대형 4단계, 2팩 묵음)가 필요 없어 프랑스산 트뤼플초콜렛(1 Kg, 2팩 묶음) 옆에 두고 떠났다고 해보자. 10 킬로그램에서 14 킬로그램 사이의 아기를 키우고 있는 (마침 기저귀가 떨어진) 누군가 지나가다 자기 카트에 실어갈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 폴리덴트 의치세정제 (96정/박스)을 폴로 사탕 (1,000개/봉지) 옆에 던져 놓고 가버렸다고 해보자. 박하 사탕을 사러 왔다가 틀니 세정제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른 누군가가 그걸 자기 카트에 넣어 갈 수도 있다. 이렇듯 직원들이 부러 나서지 않아도 생태계는 효율적으로 건강하게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직원들을 그 일에 투입하고 있으니 업무의 강도와 피로도가 늘어날 수 밖에! 또한 눈에 보이는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용이 모두 증가한다. 세상에 이런 낭비가 어디 있단 말인가. 

  넷째, 어린 아이들을 카트 안에 태우도록 허락하라.
 
  코스트코에 어린 자녀를 데려오는 부모들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물론 부득이 데려올 수 밖에 없는 각자의 사연이 있으리라 믿고 남의 집안 사연에 관여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코스트코는 어린 아이들에게 그리 안전한 공간은 아니다. 부모 없이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오는 것과 비교하여 결코 덜 위험하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특히 한국의 코스트코는 단위 면적당 유동 인구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특수한 공간이다.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체급이 다른 쇼핑 카트가 질주하는 공간이다. 말하자면 코스트코에서 우리 아이들을 마음대로 뛰어놀게 하는 것은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고삐를 풀어주는 것과 하나 다를 것이 없는 결정이다. 우리는 많은 아이들이 코스트코에서 다치거나 울거나 다쳐서 울음을 터뜨리는 광경을 보았다. 울고 불고 드러눕는 아이들을 달래느라고 부모들이 진땀을 빼는 장면도 여러 차례에 걸쳐 목격했다. 코스트코에서 부부싸움 다음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케아가 결혼 전 커플을 싸우게 만든다면 코스트코는 결혼 후 커플을 싸우게 만든다는 점에서 진정한 딜-브레이커라 할만 하다.)

  현재 코스트코는 아이들을 카트에 태우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안내를 무시하고 아이들을 카트에 태운 채로 장을 보는데, 차마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는 못하겠다. 그런 면에서 주말 오후의 홈플러스나 이마트나 롯데마트의 상황은 참고할만하다. 시끄럽게 떠들고 겁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에 짜증이 났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왜 그러시나. 아이들이 모두 천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남의 자식들은 어떤 경우에도 천사일 수가 없다.) 카트 밖의 뛰는 아이들과 카트 안에 갇힌 아이들 중 어느 쪽이 더 제어하기 쉬운가? 그리고 어느 쪽이 안전한가? 이 두 가지 질문의 답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구라도 아이들을 되도록 카트 안에 가두어 놓아야 한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다섯째, 21세기적인 요소를 애써 거부하라.

  코스트코는 엄밀히 말해서 20세기적인 공간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포장과 대량 구매의 삼위일체 어디에도 21세기 냄새가 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가령 대포장 물품을 직접 끙끙거리며 들어 올려 카트에 싣는 '행위'는 어떤가? 정말로,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가? 고통을 찾아 즐기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 '행위'에 어떤 상징적인 의미라도 있는가? 아니다.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코스트코의 구조와 방식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미래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 방안을 얼마든지 생각해 낼 수가 있다. 이를테면 진열대에 진짜 상품은 샘플로 한 개씩만 진열해 놓아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게 허락한 다음에 구매 의사가 있으면 상품의 사진과 바코드가 인쇄된 카드를 계산대로 가져가게 하는 것은 (지금도 분실 우려가 있는 일부 작은 크기의 전산 용품 혹은 일부 고가 명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가? 나아가 굳이 번거롭게 상품 사진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상품 코드만 읽어 들인 다음에 계산대로 가져가 내미는 것은 어떤가? 계산을 하고 푸드 코트에 가서 밀크 쉐이크를 마시고 있는 사이에 구매한 물건을 담아놓은 카트를 준비하며 점원이 안전하게 건네주는 것이다. 혹은 주차장의 자동차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도 좋겠다. 언젠가 아예 트렁크에 실어 주기까지 하는 시대도 올 것이다. 시간이 절약될 것이고 공간이 절약될 것이다. 파쇄차 카트도, 전쟁 같은 시식도, 스트레스도, 싸움과 악다구니도, 부부싸움도, 우는 아이들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무의미함을 알고 있다. 동양인의 체형으로는 감당하기도 어려운 크기와 살벌한 무게의 묶음 상품을 직접 들어 올려 쇼핑 카트에 가까스로 던져 넣는 과정만이 우리에게 안식을 주고 코스트코를 진정 코스트코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코드 장난질을 할 거라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지 굳이 코스트코에 갈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소심하게 깨작대며 쇼핑하는 건 요즘엔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멍청한 '새로운 것들'과 타협하는 순간 코스트코의 위대하고 경이적인 사업모델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 그러니 그대로 두시라. 파쇄차 카트도, 전쟁 같은 시식도, 스트레스도, 싸움과 악다구니도, 부부싸움도, 우는 아이들도. 어떻게 보면 이 폭발 직전의 압력밥솥 같은 과밀 경쟁, 과속 경쟁, 과다 스트레스 상황은 이 사회에서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예상을 뒤엎고 코스트코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를 특별히 찾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12년 03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