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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느 캐쉬 <The List>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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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크 대부는 정작 진짜 아들과는 소원한 관계였다지만, 컨트리 대부는 진짜 딸에겐 비교적 자상한 아버지. 물론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살았던 아버지이니 실제로 어땠는지야 부모 자식만이 아는 일이겠지만, 십대 딸을 위해 손수 컨트리 필청 100곡을 골라주었더라는 훈훈한 일화 등으로 보자면 서로 내외하는 많은 레전드 부자들과는 달라 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쟈니 캐쉬의 장녀 로잔느 캐쉬가 말하는 ‘리스트’. 바로 열두번째 앨범 <The List>의 탄생을 가능케한 원천이다. 지난 앨범 <Black Cadillac>이 아버지(+친어머니/양어머니)를 기리고 추억하는 앨범이었음을 감안하자면 그 다음 순서의 작업으로 아주 적절한 셈이다. 열여덟에 아버지와 함께 공부했던 노래를 이제 쉰넷의 중년이 된 그녀가 다시 부른다. 거장의 안목이 반영된만큼 무게감있는 클래식 송들이 대거 반영되어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일단 지미 로저스와 빌 핼리의 1932년 명곡 ‘Miss the Mississippi and You’로 시작하여 ‘Motherless Children (개리 데이비스, 1927)’, ‘Sea of Heartbreak (돈 깁슨, 1961)’. ‘Take These Chains from My Heart (행크 윌리암스, 1953)’, ‘I'm Movin' On (행크 스노우, 1950s)’, ‘Girl from the North Country (포크 대부, 1963)’, ‘Heartaches by the Number (가이 미첼, 1959)’, ‘Long Black Veil (레프티 프리젤, 1959)’, ‘She's Got You (페스티 클라인, 1962), ‘500 miles (핸디 웨스트, 1961)’, ‘Silver Wings (멀 해거드, 1969)’, ‘Bury Me Under the Weeping Willow (카터 패밀리, 1950s)’등 열두곡이 이어진다. 선곡부터 만만치가 않은데 브루스 스프링스틴, 엘비스 코스텔로, 제프 트위디, 루퍼스 웨인라이트까지 참여하여 그녀와 호흡을 맞췄다. 그래미급 남편인 존 레벤달도 변함없이 그래미급 프로듀서로 자리를 지켰다. 어메이징 송, 어메이징 게스트, 어메이징 프로듀서. 이쯤되면 굳이 작품의 가치를 논한다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인다. 


  이 작품은 빌보드 앨범차트 22위, 컨트리 앨범차트 5위까지 올라갔다. 발매 후 다섯 달이 지났음에도 아마존 포크 부문 세일즈에서도 여전히 2위를 달리고 있다. 90년대 이후 그녀의 커리어를 감안하자면 분명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음악 전문지들 또한 별을 듬뿍 수놓아가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9년 가장 뛰어난 앨범 열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평단은  ‘소(小) 딜런’을 말할 때와는 다른 이유에서 항상 그녀에게 호의적이었다. 즉, 아버지를 닮아서 (물론 마초, 무법자, 카리스마, 이혼소송 따위의 요소를 제거한 버전의 아버지). 과연 포크적 정서와 블루지한 감성이 적절히 용해되어 있는 그녀의 음악에서는 과연 쟈니 캐쉬의 향기가 난다. 사실 이 작품은 그녀 본인에게도 의미가 적지 않다. 2007년 아놀드-카아리 증후군으로 인해 뇌수술을 받은 후 회복되어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인만큼 소회 또한 남달랐으리라 생각한다. 양동이를 걷어차고 다시 시작하는 그녀의 오늘이다. 의욕적으로 재개한 전국 투어를 해 넘겨 이어오고 있으며, 스티븐 킹과 존 멜렌켐프의 뮤지컬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올해 그래미에서는 스프링스틴과의 듀엣곡 ‘Sea of Heartbreak'이 Best Pop Collaboration With Vocals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았다.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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