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모닝쇼 (The Morning Show, Apple TV+, 2019~ ) B평
by 김영준 (James Kim)스타 파워는 때때로 과대평가된다. 동시에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애플 TV+의 스트리밍 서비스 런칭작 중에 사실상의 대표 얼굴 역할을 한 ‘더 모닝쇼’는 화려한 올-스타 캐스팅과 높은 편당 제작비로 인해서 내내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컨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테크 자이언트들에 대한 반감도 어느 정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더 모닝쇼’는 평균적인 TV 쇼의 퀄리티를 크게 상회하는 작품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를 굉장한 공을 들여서 다듬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단순히 소재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아론 소킨의 ‘더 뉴스룸(HBO, 2012-2014)’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근접할 레벨의 아드레날린을 일으키는 꽤 정교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트집 거리였던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즈 위더스푼조차 그들의 커리어에서 드물게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들을 연기하고 (특히 애니스턴이 이 정도 난이도의 캐릭터를 도전한 적이 있기나 했나 싶다) 웃음기를 완전히 뺀 스티브 카렐은 (역할 자체에 큰 족쇄가 채워져 있음에도) 혼란의 시작이자 끝으로 까다로운 균형을 유지한다. 심지어 두 번째 시즌에는 줄리아나 마걸리스라는 또 하나의 이름값 높은 카드를 조커로 투입하여 하나의 TV 쇼가 동원할 수 있는 라인업의 한계치를 시험한다. (역시 텔레비젼에서 - 비록 옛날의 그 텔레비젼이 아니더라도 - 마걸리스는 원더 우먼과 캡틴 마블을 합친 것보다도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애니스턴-위드스푼-카렐로 이어지는 프론트맨들보다는 오히려 서포팅 롤을 맡은 빌리 크루덥과 마크 듀팔라스가 사실상 쇼를 지탱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고, 여기에 카렌 피트맨, 구루 음바사-로, 마르시아 게이 헤이든, 네스터 카보넬 등의 크고 작은 역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이 작품을 살려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 모닝쇼’에 한 가지 태생적 결함이 있다면 ‘미투 시대의 뉴스룸’이라는 꼬리표일 것이다.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이것은 강력한 우대권인 동시에 치명적인 페널티이기도 하다. 실제 이 작품은 텔레비젼과 영화를 포함하여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이 어렵고 민감한 문제를 탐색한다. 가해자의 입장과 피해자의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조심스러운 스탠스와 360도 다방면 분석을 통한 입체적인 상황과 맥락의 묘사는 그 노력만으로도 응당 존중받을만 하다. 내부에 레드 팀을 놓고 어지간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노력이 없이는 이렇게 철저하게 아슬아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시청자에 따라 여전히 불편하고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소재는 분명하다. 그러지 않아도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다른 오늘에 이르러 정치나 뉴스를 다루는 소재의 작품들은 이제 시청자의 절반은 포기하고 시작해야 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젠더 갈등을 더하는 것은, 특히 미투 이슈라는 EF4 등급의 토네이도를 더하는 것은, 그야말로 휘발유를 들고 불길 속으로 돌진하는 격으로 (장담은 못하겠지만) 남은 시청자의 약 3분의 1쯤은 더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이런 작품들은 쇼의 퀄리티가 올라가도 대중적 호감이 향상될 수 있는 한계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소재는 이야기의 확장성까지 결정적으로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종래에는 ‘뉴스룸’쪽으로 방점이 찍혀야 하는데 ‘미투 시대의’라는 단서에 계속 발목이 잡혀 정체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첫 번째 시즌을 그래도 훌륭하게 선방하고 나서 이번 두 번째 시즌에서 계속 ‘미치 케슬러’ 스캔들 사건의 여파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한 점은 분명 실책처럼 보인다. 뒷정리는 필요하지만 뒷정리를 겸하면서도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고 뒤이어 역사상 유례없는 여성 앵커 투톱 체제의 모닝 쇼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어야 했다.
물론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일단 이 소재로 프리미엄을 받으려면 최소 1년에서 3년 정도 빠르게 데뷔를 했어야 했다. 또한 코로나 팬더믹 사태로 두 번째 시즌 제작이 상당기간 중단된 것도 큰 타격이었다. 물 들어온 김에 노를 저었어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거의 2년 간격으로 한 시즌이 방영되는 속도가 되어 버렸고 (팬더믹 이후 이런 현상이 늘어났는데 이것이 시즌의 정의에 맞는지는 차치하기로 하자) 그 사이에 미투 이슈도 식었고 이 이야기의 매력도 식었다. 런칭 초기에 이 쇼를 에이스로 삼았던 애플 TV+의 경우에도 이제 오리지널 쇼의 카탈로그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이 작품 하나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낮아진 상태다. 그러니 이제 운명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세 번째 시즌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캔들 이후 UBA의 이야기를 오늘날 뉴스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매끄럽게 연결하느냐 하는 부분이 향후 이 헤비급 쇼의 최종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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