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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 뉴 블러드 (Dexter: New Blood, Showtime, 2021~2022) B평

불규칙 바운드/TV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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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우리에게 더 많은 ‘덱스터 (Showtime, 2006~2013)’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이 질문은 언뜻 다른 앞서 존재했던 질문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더 많은 ‘프렌즈 (NBC, 1994~2004)’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더 많은 ‘윌 앤 그레이스 (NBC, 1998~2006)’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더 많은 ‘디 오피스 (NBC, 2005~2013)’ 에피소드가 필요한가? 등등. 하지만 덱스터의 케이스를 앞선 질문들과 동등한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 사랑받았던 캐릭터의 타임라인의 어느 순간에 다시 현미경을 들이대는 정도로 간주하기에 너무 까다로운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덱스터는 이미 위험한 도박을 여러 차례 감행한 쇼였다. 근본적으로 판돈과 아드레날린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그래서 매 시즌 극단적인 클리프행어를 반복하였다. 특히 시리즈 피날레를 앞두고는 적지 않은 무리수마저 감수했다.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쇼의 멋진 피날레를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음은 물론 이해하지만 사실 이런 성격의 쇼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시리즈 피날레를 좀처럼 갖지 못하는 불행한 숙명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준수한 시즌 피날레의 반복이 점점 더 시리즈 피날레의 완성 확률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최종 선택이 옳았냐 틀렸나로 이해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무려 8년 전의 결정을 두고 (벌써 8년이나 되었다) 이제 와서 뒤늦은 논쟁을 벌일 이유도 없다. 어쨌든 선택은 이루어졌고 그것이 여덟 시즌을 이어져 온 이야기의 장엄한 마침표를 찍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제는 더 이상 비밀도 아니지만) 덱스터는 허리케인 안으로 배를 몰고 들어가 죽음을 가장하였고 새로운 신분으로 외딴 지역에서 숨어 살고 있다. The End.  


  자, 이제 문제는 그 당시의 시리즈 피날레가 이후의 이야기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사실 어느 쪽도 가능한 해석이기는 하다. 미래 어느 시점 후속 작업의 여지를 남기려는 포석이었을 수도 있었고, 그 자체로 충분히 여운을 남기는 결말일 수도 있었으며 (덱스터는 평생에 걸쳐 평범한 삶을 꿈꾸었으나 결국 허락되지 않았고 마지막에 그의 외로운 삶을 함께하는 건 다크 패신져 뿐이다 - 이 관점에서 보면 꽤 납득할만한 결말이기도 하다), 아니면 두 가지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쇼핵관(쇼타임 핵심 관계자?)들이나 원작 소설가 제프 린제이, 크리에이터 클라이드 필립스, 마지막 쇼 러너 스콧 블록까지 주요 인물들조차 8년 후에 미니시리즈의 형태로 이야기가 이어질 거라는 정확한 예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 당시에는 13편 분량의 시즌을 8년 동안 누적해오던 시점으로 논리와 명분이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무려 8년의 공백을 두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다시 그 상태를 만드는 것조차 보통 일이 아니다. 다시 갈등 구조를 복기해내는 과정도 필요하고 새로운 스토리 라인과 더불어 논리도 다시 세팅하여야 한다. 선악, 정의, 속죄, 구원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갑자기 다시 다루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10편 분량의 미니시리즈에서 그 모든 요소를 다 다룬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그 결과 우려했던 문제가 터져 나온다. ‘덱스터: 뉴 블러드(Showtime, 2021-2022)’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급격하게 헐거워지기 시작한다. 덱스터에게는 아버지 해리의 다르침에 근거한 엄격한 코드와 개인적/직업적 경험으로 완성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 있는데 이 경계가 너무 쉽게, 또 급격하게 흐려진다. 우리가 아는 덱스터라면 훨씬 더 냉철하게 결정하고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마땅하다.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전개되는 양상 역시 어느 순간 허술해지고 우연에 의해 좌우된다. 과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자랑하던 쇼 답지 않게 마지막 세 시즌 동안은 큰 부침을 겪었는데 이 미니시리즈의 후반부는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결국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도 이렇듯 결과에는 별 차이가 없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대안적 결말을 만들기 위한 일회적 이벤트성 컴백에 회의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일단 다름아닌 덱스터 모건의 컴백이다. 시리즈 피날레 이후 또 다른 덱스터 이야기의 필요성에는 고개가 갸우뚱해도 마이클 C. 홀의 연기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여전히 그의 시그니쳐는 (악인 앞에서 맹수로의 본능을 숨기고 무해하고 선량한 표정으로 가장하는 - 그러면서 눈은 번뜩이는) 대단하다. 덱스터가 새로운 신분으로 (마이애미와 정반대의 기후를 가진 지역의) 외딴 마을에 녹아들어가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설정 역시 매력적이고 성장한 아들 해리슨과의 재회 가능성 역시 흥미로운 가정이다. 제 2의 인생을 갖게된 덱스터가 여동생 데브라에 대한 죄책감을 어떻게 안고 살아갈지도 당연히 궁금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의문이 남는다. 일단 마무리된 이야기를 굳이 다시 꺼내어 모든 미래 가능성을 일일이 모두 다 결정지어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그냥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 놓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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