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스티게이터스 (The Instigators, 2024) B평
낙농콩단

더 인스티게이터스 (The Instigators, 2024) B평

by 김영준 (James Kim)

  그러니까 결국 모든 것은 이미지에 달렸다. 몇 년 전 '카오스 워킹 (더그 라이먼, 2021)'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스윙어즈 (더그 라이먼, 1996),’ ’본 아이덴티티 (더그 라이먼, 2002),’ 그리고 ‘엣지 오브 투머로우 (더그 라이먼, 2014)’의 베테랑 감독이 이런 엉성한 결과를 내어 놓다니! 혹시 제작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돌고 돌던 프로젝트를 마지막에 넘겨받게 된 것이라서 그랬을까? 그런데 뒤이어 ‘로드 하우스 (더그 라이먼, 2024)’ 그리고 이 작품 ’더 인스티게이터즈‘까지 연이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본 시리즈가 우연이었나?‘ 


  물론 이 작품이 아주 가망이 없다거나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꽤 재미있을만한 구석이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데이먼-애플렉 투 톱은 강력한 카드다. (설령 그 애플렉이 아니라 다른 애플렉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들이 연기한 두 인물 - 하나는 세상 고지식한 동네 아저씨고 다른 하나는 세상 시니컬한 동네 아저씨다. 이 둘이 시장의 비자금을 노리는 이 하이스트 무비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글쎄, 하나는 해병대 출신 목수이고 다른 하나는 전과자 출신 알콜 중독자이다. 실은 서로 손발도 안 맞고 별로 궁합도 안 맞는다. “세상 천지에 이렇게 어설픈 범죄자들이 어디에 있느냐?” 어쩌면 이 질문이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그림은 데이먼-애플렉이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짐 캐리와 제프 다니엘스, 혹은 윌 페럴과 존 C. 라일리, 혹은 벤 스틸러와 오웬 윌슨이어도 어울릴만하다. 다만 그런 문법의 코미디를 이 작품이 추구하지 않을 뿐이다. 그 선택은 나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가령 ‘덤 앤 더머’ 모드가 작동하게 되면 액션물로의 에너지는 사그라들기 쉬울 것이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퀸시 출신의 백인 중년 남자들을 내세우면서 추구하는 현실적 드라마도 살리기 까다로워질 것이다. 특히 두 남자에게 부여하는 구체적 배경 설정 역시 그런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로리(맷 데이먼)는 주택 융자금, 이혼 소송, 변호사 비용, 양육비, 교육비 등에 버거워하고 있고 상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고작 32,480 달러 때문에 이 일에 참여하는 남자다. 코비(케이시 애플렉)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술과 현실에 대한 냉소에 절어있는 남자다. 이들은 이 하이스트 자체에는 아주 사소한 모티브 밖에 없다. 각자 자신을 걱정하고 돌봐주려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이 일에 참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자기 파괴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로리의 상담치료사가 등장하는 설정은 괜찮은 접근이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일단 이 두 남자에게 부여하는 구체성에 비해 정작 이들을 둘러싼 사건 전개 상황의 현실성은 크게 떨어지는 점이 문제다. 무슨 대공황 시대도 아니고 소상공인을 거느리는 몹스터가 동네 건달을 고용해서 사람을 모아오라고 해서 범죄를 계획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모아 온 사람들이 세상 고지식한 동네 아저씨랑 세상 시니컬한 동네 아저씨다.) 재선이 유력한 현직 시장을 상대로 하는 스케일의 배짱 두둑한 하이스트치고는 초기 계획이 엉성하다. 시장의 비자금 축적 방식이나 그걸 가로채려는 주먹구구식 계획이나 네브래스카, 와이오밍, 오하이오 한복판 인구 몇 만도 안되는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가능할까 싶은데 심지어 무대는 대도시 보스턴이다. 몹스터, 부패한 시장, 핸치맨 등 대부분의 주변 인물들 모두가 극도로 과장되어 있고 오버 액션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부분 역시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막말로 두 남자를 ‘바보 코미디’로 보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정작 거의 모든 나머지 인물들은 이미 ‘바보 코미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두 남자가 드라마에 심취하여 간헐적으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모드로 들어가는 부분과 잘 어우러지지 않으며 그 결과 장삼이사들이 범죄에 내몰리게 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데도 실패한다. 어쩌면 정말 그런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면 코엔 형제 스타일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형태를 취했어야 (약간의 카 체이싱 씬은 곁들이더라도) 보다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4년 09월)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낙농콩단

김영준 (James Kim)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