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하드 필링스 (No Hard Feelings, 2023)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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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하드 필링스 (No Hard Feelings, 2023) B평

by 김영준 (James Kim)

  동서고금에 걸쳐 본인의 국민 여동생으로의 지위를 박살내는 참도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근영아! ‘클로저’는 안된다!) 제니퍼 로렌스의 사례를 말하자면 또 상당히 독특하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점에 작품을 잘못 고를 수도 있고, 잘 골랐는데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헐리우드 시스템에 지키고 신물을 느껴 쉬고 싶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휴식기를 가지겠다는 본인의 선택이야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녀의 최고점에서의 개린터를 생각하면 초라한 월급쟁이인 우리가 애써 걱정해 주기도 민망한 일 아닌가). 그런데 그 방황과 고민의 결과물이 결국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컴백 이후 지금까지 세 작품이 ‘돈 룩 업(아담 맥케이, 2021),’ ‘커즈웨이(릴라 노이게바우어, 2022),’ 그리고 ‘노 하드 필링스(진 스텁니스키, 2023)’인데 도통 방향성을 알 수 없다. 두 번째 '커즈웨이'와 같이 흥행 가능성과 무관하게 난이도 있는 선택으로 그럴듯한 커리어를 쌓아가려는 의도라면 그래도 이해가 가는데, 그 다음에 덜컥 등장한 이 작품은 그냥 괴팍한 선택이다. 일단 장르부터가 문제다. 장르에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보통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1970년부터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고 가장 대표적인 프랜차이즈가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인 이 코미디 세부 장르는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직접 입에 올리기는 남사스러우니 음… 그냥 ‘딩동 코미디'라고 해두자) 보통은 상당히 특수한 목적으로 특수한 관객층을 겨냥하고 최종 방향과 목표도 우리가 보통 좋은 코미디 영화라고 말하는 작품들과는 다르다. 캣니스 에버딘이, 제니퍼 로렌스가 딩동 코미디에 출연한다? 언뜻 믿기도 어렵다. 정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믿지 못했을 법한 일이다. 


  30대 초반의 여성이 경제적인 이유로 10대 후반 소년의 부모와 거래하고 의도적으로 소년에게 접근하여 (물론 부모의 지도 아래서 접근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내용은 미성년자가 부모의 지도 아래서도 관람하면 안 될 정도다) 선행 학습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갈 경험을 쌓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은 좋은 이야기와도 거리가 멀고 좋은 코미디와도 거리가 멀다. 시대착오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변명거리를 잔뜩 장착해 놓은 부분은 더 끔찍하다. 이 작품은 ‘배드 티쳐(제이크 캐스던, 2011)’‘슈퍼배드(그렉 모톨라, 2007)’의 끔직한 혼종으로 유일하게 이해가 가는 부분은 이 스크린플레이가 '배드 티쳐’가 나온 바로 그 머리 중의 하나에서 나왔다는 일관성 있는 사실뿐이다. 여기에 비하면 과거 큰 논란을 일으켰던 프랑스 영화 ‘스무 살 차이(20 ans d’écart, 데이빗 모로, 2013)’는 더 그냥 귀여운 수준이다. 서른 여덟살 커리어 우먼이 스무 살 어린 대학생을 경력을 위해 이용하려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다루었던 ‘스무 살 차이’가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만 약간 과한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일 뿐인 것처럼 모든 R등급 언저리의 로맨스 영화를 딩동 코미디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혹스럽게도 이 어처구니 없는 작품은 딩동 코미디로 분류될 수 밖에 없는 명백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혹시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누구도 굳이 이런 코미디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심지어 딩동 코미디의 전설들 - 아담 샌들러, 주드 아파토우, 롭 슈나이더, 세스 로건, 마이클 세라 등도 몸을 사리고 노선을 어느 정도는 조정하고 있는 마당에 2023년에 딩동 코미디가, 그것도 당대 가장 높은 개런티를 받는 여배우 중 하나와 함께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데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카메론 디아즈 하나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본인이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니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애써 걱정해 주기도 민망하고 초라한 일이므로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한다. 몇몇 장면에서는 ‘레이트 나잇 위드 더 데빌(케머런 케언스 & 콜린 케언스, 2023)’의 대사가 떠올랐는데 (“자녀와 함께 계신다면 시청에 주의하세요.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실 겁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 다만 본인은 '마더!(대런 이르노프스키, 2017)’ 촬영 기간 동안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제와서 본인은 관객들에게 애써 트라우마를 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2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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