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쥬스 비틀쥬스 (Beetlejuice Beetlejuice, 2024) B평
by 김영준 (James Kim)톰 (크루즈)은 해냈다. 팀 (버튼)도 해낼 수 있을까? 또 다른 36년 만의 시퀄이다. 너무 짧은 간격을 두는 패스트하고 퓨리어스한 속편들도 문제는 문제지만 이렇게 너무 긴 간격을 두는 속편도 마냥 속이 편할 일은 아니다. 거의 완벽하게 완결지어진 이야기를 굳이 다시 열어서 무리하게 이어 붙인다는 한계 때문이다. ‘탑 건’과 마찬가지로 ‘비틀쥬스’의 경우도 몇 번 시퀄을 기획하다가 중단되기를 반복하였던 사례가 있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운과 때가 안 맞은 부분도 있었겠지만, 보통 서랍에 오래 들어가 있던 기획이 밖으로 나와 완벽한 결과로 만들어지는 사례는 아주 드물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탑 건: 매버릭(조셉 코신스키, 2022)’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퍼펙트한 성공은 여러 요소가 기적적으로 맞물려 들어간 결과다. 옛 작품과의 균형을 잘 잡은 스크린플레이와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를 연상하게 하는 영리한 전략이 연속성과 연결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한편으로는 크루즈의 여전한 모습과 청년 시절 못지 않은 활력도 한 몫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이 작품 ‘비틀쥬스 비틀쥬스’에게도 한때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던 팀 버튼과 마이클 키튼이 재결합한다는 이슈가 있다. 물론 키튼의 외모와 머리숱이 1988년 같지야 않겠지만 그 해 아카데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메이크업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이들에게는 (와우! 쥬스가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이 영광을 현세와 내세 사이에 계신 팬 여러분들에게 돌립니다!) 전혀 문제되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인 상황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리 천하의 팀 버튼이지만 최근 ‘웬즈데이(넷플릭스, 2022~현재)’에서 드러나듯이 까마귀 날지도 않았는데 배도 아니고 감이 떨어진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더구나 워너브라더스가 개봉일을 9월초에 잡으면서 불안한 예감을 더했다.
전작의 설정을 루틴으로 만드는, 즉 윈터 리버의 저택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오고 또다시 환장할 오버 부킹을 해결하기 위해 비틀쥬스가 소환되는 접근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선택은 디츠 가족을 다시 데려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36년 후. 무대는 다시 원터 리버, 코네티컷. 한동안 고향을 떠났던 디츠 가족들이 다시 모이고 사건이 벌어지는데 어쩌다보니 또다시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가운 그 남자를 불러내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는 이제 애 엄마가 된 리디아(위노라 라이더)와 거래를 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는 동시에 그 옛날 흑사병 시대에 스파크 좀 튀기다 안 좋게 헤어졌던 전 여자친구(감독님의 현 여자친구이기도 하다)에게 쫓긴다. 또한 유령 형사(윌리엄 데포)가 이들을 다시 추격하면서 쫓고 쫓기는 소동이 벌어진다. 옛날 느낌 물씬 풍기는 오프닝 크레딧과 대니 엘프먼의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이야기의 무대가 될 윈터 리버의 공간을 조망하는 도입부부터 이미 마음은 어느 정도 기울어졌다. 최소한 싫지는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고 부담이 없어 마음도 편안해졌다. 그리고 키튼의 비틀쥬스가 등장하여 너스레를 떠는 순간 그냥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튼의 안정감은 정말 말도 못하게 대단하여 그냥 존재 자체로 '미라클 넘버 원'이오 '미라클 넘버 투'이다. 전작의 테마를 살짝 비껴가는 플롯과 후반부의 밀도가 아쉽지만 즐거움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박스 오피스 성적 역시 예상을 뛰어 넘어 올해 세 번째로 성공적인 오프닝 성적을 기록하였고 3주째에 북미 2억 5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왕년에 대표적인 흥행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던 버튼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이쯤 되면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비틀쥬스식으로 표현하자면 눈알이 팝 튀어나오고 귀에서 퍼프 퍼프 증기기관차 연기가 나오며 턱이 턱 빠져 바닥에 닿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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