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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Carnage, 2011)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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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어른들 스스로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싸움은 불과 몇 분만에 끝났다. 허나 어른들의 싸움은 오후 한나절을 모두 잡아먹는다. '싸움'을 묘사하는 수천가지 표현과 '폭력'을 정의하는 수만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어떤 잣대로도 이 어른들의 싸움이 보다 성숙하고 원만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부모들이니까. 세상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 문제 앞에 이성적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들 부부들은 심지어 자기 새끼를 끔찍히 사랑하기에 이 난장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네 사람 중의 세 사람은 제 자식 역시 망나니라는데 동의한다. 나중에는 부부끼리 같은 편이 되어 주장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결국 싸움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과 이후 싸움을 지속케한 동력은 별개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합의는 품위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각각 경멸, 냉소, 위선, 위악으로 받아들였다. 상대를 주시한 채 빙글빙글 돌며 호시탐탐 상대를 파고들 기회를 노리는 이 어른들의 모습은, 감정에 휘둘렸던 아이들보다 어떤 면에서 더 동물적이기도 했다. 상황이 일단락 될 법한 대목의 꼬투리를 다시 물고 늘어짐으로써 액트와 액트를 연결하는 이 작품의 다소 작위적인 전개(물론 원작이 연극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겠으나) 역시 이런 성격과 맥을 함께 하는 부분이 있다.


  따지고 보면 전형적인 로만 폴란스키 소재이기도 하다. 데뷔작 '물 속의 칼(1962)'를 비롯하여 초창기 그의 장기는 한정된 공간 안의 한정된 인물들 간의 힘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연극은 노장에게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컨텐츠였고, 반대로 그 역시 이 작품을 은막 위로 가장 잘 옮길 수 있는 현역 감독이기도 했다.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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