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어 노웨어 맨
김영준 (James Kim)
중요한 건 11미터다. 키커와 볼은 11미터 앞에 있고 그는 골 라인을 지키고 서 있다. 휘슬 소리가 적막을 깰 때까지 그 짧은 시간이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는 조용히 자문했다. 키커의 오른 다리와 페널티 킥 성공률이 두려운 걸까? 그건 아니었다. 그럼 키커가 찬 볼이 골 라인을 통과할까봐 두려운 걸까? 그것도 아니었다. 젠장, 생각해보면 그까짓 골은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다. 먹으면 먹는 거고 막으면 막는 거다. 축구는 골을 넣는 게임이고, 상대가 넣은 골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을 때 비로소 승리하게 되는 게임이다. 날카로운 휘슬 소리가 열띤 함성을 되불러 낼 즈음에 비로소 그는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의 원천을 깨달았다. 그는 골키퍼가 아니었다. 쿼터백이었다. 자신이 쿼터백이라는 사실이, 그럼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