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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2014)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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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영화에서 좋은 점을 찍어 내는 건 쉬운 일이다. 어려운 건 좋은 영화에서 나쁜 점을 (굳이) 찾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훌륭한 작품일수록 이 작업이 만만치 않아진다. 물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오스카의 선택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다만 눈부신 열연 속에 묘하게 껄끄러운 부분이 묻혀 지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게 바로 이 좋은 영화의 나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화에 바탕한 이야기의 경우 '흥미로운 과거 사건의 단순 재현'과 '현재로의 의미로운 소환' 사이의 어느 지점에 놓이기 마련이다. 두 지점 중 어느 쪽에 가깝느냐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단서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가공 캐릭터들이 아닐까. 그러니까 현실에 이야기에서는 없었던 인물들 말이다. 이들은 '실화의 재현' 그 자체로 기능하는 주인공에 맞서서 흥미로운 상징으로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두 명의 가공 캐릭터의 존재를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첫째는 레이언이다. 당시의 에이즈가 동성애와 별개로 다룰 수 없는 주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가상 캐릭터의 삽입은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다. 그가 동성애자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자레드 지토의 소름돋는 연기와는 별개로 레이언이 어떤 왜곡된 스트레오 타입(등장에서부터 퇴장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이는 극단적 동성애 혐오자였던 남부 출신 사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을 열어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나름 설득력 있는 장치이지만 80년대라는 시점과 론의 시선 안에 영화의 메세지를 스스로 속박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방식의 인물 묘사가 정말로 필수적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둘째는 닥터 이브다. 한때는 첩보 여신이었지만 어느새 아줌마가 되어 버린 제니퍼 가너의 모습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가상의 나이브한 여의사가 어떤 주체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물론 그녀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가 있음으로 이 이야기가 '단신으로 FDA에 대적했던 한 사내의 봉이 김선달식 기행' 수준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시한 마초 카우보이의 단순 무식한 삶의 추동에 쉽게 감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묘사 방식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젊고 착하고 헌신적인 그녀가 늙고 권위적이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스 닥터 세바드(데니스 오헤어)와 대립각을 세우며 모든 문제를 이분법의 영역으로 몰아버리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한 설정인가? 물론 그렇다. 그럼 좋은 설정인가? 아무래도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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