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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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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것은 기복이다. 정말 좋은 장면들과 정말 후진 장면들이 번갈아 등장한다. 뭐랄까, 한 사람이 연출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한 '클라우드 아틀라스'적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배합의 비율이다. 감탄스러운 부분들이 대개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데 반하여 호흡을 끊어먹는 부분들은 총체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1점 따고 2점 거저 바치는 플레이의 연속이다. 어쩌다 2점을 따면 바로 3점을 거저 내준다. 밑지는 장사다. 그 태풍의 눈에 자리한 것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지우는 전략일텐데, 한두 번까진 꽤 매력적이지만 과도한 반복으로 오히려 지루함과 혼란스러움만을 남는다. 


  이토록 거창한 모험의 동기가 실상 분명치 않다는 점은 당황스럽다. 특히 월터(벤 스틸러)가 필름 원본을 찾으러 직접 가야한단 설정을 너무도 당연한 듯이 밀어붙이는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확히 말해,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 작품은 네거티브 필름 담당자에게 사진이 (특히나 그 잡지가 장렬하게 폐간되는 경우 마지막 표지 사진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누차 강조할 뿐, 순전히 담당자라는 이유로 그 사진을 생 노가다로 찾으러 떠나는 과정의 설득력 부족에 대해서는 철저히 시치미를 떼고 있다. 소재 파악조차 안되는 사진 작가를 다짜고짜 찾아가서 만날 생각부터 하는 게 상식적인지도 의문이다. 필름 원본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잡지사에 털어놓을 수 없는 이유도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건 본인의 과실이 아니다. (그리고 본인 책임이건 아니건 한 달 후에 그는 해고될 처지가 아닌가!) 그럼에도 월터는 비장하게 원정길에 나선다. 아니, 도대체, 왜, 그걸, 댁이?


  물론 때로는 그런 것들을 코미디 영화 특유의 과장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마치 전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제니퍼 애니스톤이 하고 많은 자동차를 두고 기어이 자전거를 골라 타고 도망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처럼. 하지만 어떤 분명한 상징과 목적과 의도가 있다고 해서 결코 그에 이르는 과정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것이 마냥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쩌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마치 '논리적 전개'라는 이름의 일련의 톨게이트를 '하이 패스'라도 달아놓은 듯 거듭 지나가버리고 모른 척하는 이 작품의 전략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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