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Tenet, 2020) B평
김영준 (James Kim)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테넷’은 분명 흥미로운 주제를 실험적인 방법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사이언스 픽션으로의 장르적 매력을 감쇠시키는 요인을 내재하고 있음을 마냥 간과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첫째, 제목이 의미하듯 거울과 같은 대칭 구조의 순환적 이야기를 구현하려는 의도는 물론 마음에 들지만 필요 이상으로 물리학적 설명에 천착하는 경향은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둘째, 그럼에도 이론과 개념과 설명과 해석이 과학적 정확성 혹은 논리성의 측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난해하거나 (혹은 어쩌면) 고의적으로 난해하게 보이도록 의도되어 있을 뿐, 실상 오류와 비약이 적지 않고 심지어 설정과 설정이 충돌하는 부분마저 있다. 셋째, 과학과 기술 그 자체보다는 인간과 철학에 대한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