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앨리 (Nightmare Alley, 2021) B평
김영준 (James Kim)
윌리엄 린지 그레셤의 대표작 ‘나이트메어 앨리’의 처음 몇 챕터는 정말 아름답게 쓰여져 있다. 소설이 묘사하는 현실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실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대공황의 짙고 무거운 어둠을 밀어내는 소박한 희망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카니발에 모여든 인간 군상들의 허황된 꿈이나 무모한 공상, 혹은 막연한 기대 따위에는 분명 작은 촛불과 같은 희망이 남아있다. 하지만 야심만만한 젊은 스탠턴이 카니발을 떠나 성공의 계단을 한 단계씩 오르면서 상황이 뒤바뀌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는 아름다운 현실을 갈망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그가 향하는 방향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악몽의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희망을 파괴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탠턴만이 아니라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