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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하트: 더 무비 (Die Hart: The Movie)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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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하트 씨에게,

 

  저는 지금 당신이 출연한 신작 ‘다이 하트’를 관람하고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진정 놀라운 경험이었다는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 제목부터 어떻습니까? ‘다이 하트(Die Hart)’라니요. 왜 아무도 이제까지 이 생각을 못한 겁니까? 여기서 거의 반은 먹고 들어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니, 정말로 왜 아무도 이 생각을 못한 거란 말입니까? ‘찰리 채플린과 초콜릿 공장,’ ‘배트맨과 로빈 윌리암스,’ 케이티 홈즈가 출연하는 ‘홈즈 얼론(Homes Alone),’ 니콜 키드만이 출연하는 ‘토탈 니콜(Total Nicole),’ 돈 치들이 출연하는 ’아마겟 돈!(Armaged Don!),’ 에이전트 오브 브룩 쉴즈(Agent of Brook S.H.I.E.L.D.S.),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고문이 출연하는 ’캘리앤 콘 에어(kellyanne Con Air), 드웨인 “더 록” 존슨이 출연하는 ‘더 록,’ 기타등등. 이 무수한 가능성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다음으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단독 주연 액션 스타가 되고 싶어 액션 스쿨에 들어간 코미디언의 이야기라니요! 마치 둔기로 한 방 얻어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이 작품의 코미디 스타일처럼 말입니다.) 아니, 이런 생각은 또 왜 아무도 못했을까요? 정말 놀랍기 그지없어 소름이 다 돋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과거에 다음과 같은 소재의 작품은 꽤 많았습니다. 성공한 코미디언이 어느 날 갑자기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은 진지한 작품을 내놓고 싶어하는데 대중과 평단이 손에 손잡고 강렬하게 거부하면서 (“너는 그냥 잘하는 거나 해!”) 벌어지는 우여곡절에 관한 영화들이요.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로베르토 베니니 영화 중에도 있었고 우디 앨런의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우디 앨런, 1980)’도 그런 내용이었지요. 뿐만 아니라 톰 행크스, 빌 머레이, 로빈 윌리암스부터 짐 캐리, 에디 머피, 윌 페럴, 벤 스틸러, 밥 오든커크, 크리스 록까지 수많은 코미디언들의 인생에서도 정말 벌어졌던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건 뭡니까. 자존심 상해서 남의 사이드 킥은 싫고 그저 액션 영화의 원 톱 주연을 하고 싶어 안달하여 땡깡을 부리는 코미디언이라고요? 이 얼마나 자기 욕망에 충실한, 바야흐로 2020년대 시대정신의 정수를 반영한 작품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코미디언이 다름 아닌 슈퍼스타 케빈 하트라는 사실이 (Hell, No!) 멋들어지게 용의 눈알을 그려 넣지요. 블랙 코미디언 역사에서 언젠가 올-타임 10위 언저리에 들어갈 수도 있는 당신 같은 거물이 기꺼이 이런 험블한 역할을 맡은 사실도 놀랍지만, 당신이 실제로 드웨인 존슨과 출연한 버디 액션 ‘센트럴 인텔리전스 (로슨 마샬 서버, 2016)’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농담 같으면서도 어쩐지 진담처럼 느껴지는 이 우려내기는 거의 창조 경제의 경지라 할만합니다. 스스로 낮은 곳으로 임하는 고급 코미디를 하겠다고 으쓱거리다 나중에 급해지니 좌충우돌 슬랩스틱부터 인형과 동물을 동원하는 프롭 코미디까지 가리지 않는 절박함에서도 인간적인 맛이 납디다.

 

  당신의 캐릭터는 주변 인물들이 빚어내는 소소한 재미와도 잘 어울립니다. 존 트라볼타가 분한 액션 스쿨 대표 론 윌콕스 (스티븐 시걸, 이소룡, 성룡, 척 노리스, 톰 크루즈, 맷 데이먼, 조쉬 하트넷 등을 라스트 액션 히어로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장본인이랍니다)는 15년쯤 뒤쳐진 캐릭터 같습니다. 장 르노가 분한 영화감독 클로드 반 드 펠트는 약 30년쯤 뒤쳐진 캐릭터 같습니다. 과거의 영화가 오늘로 날아온 것인지 제가 타임슬립을 한 것인지 어질어질하기만 합니다. 그 밖에 오늘도 예쁜 나탈리 이매뉴얼(미산데이!)과 여전히 잘생긴 조쉬 하트넷, 그리고 AT&T 아가씨(밀라나 바인트루브)의 깜짝 출연 정도 기억에 남네요. 이렇게 대단한 작품이기에 무려 퀴비(Quibi) 오리지널 시리즈로 픽업이 되었고 극장판으로도 만들어졌을 거라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시퀄 ‘다이 하트 2: 다이 하더’가 제작 중에 있다면서요? 너무도 거짓말 같아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설렐 수가 없네요. 모쪼록 건투를 빕니다.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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