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Identity, 2003)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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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Identity, 2003) B평

by 김영준 (James Kim)

  제임스 맨골드의 ‘아이덴티티’에 나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 효율성의 부분이다. 이 작품은 기존 호러물의 한계와 고민이 위치한 지점을 신중하게 탐색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익을 내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얼개는 간단하다. 애거셔 크리스틱식 무대를 수해로 격리된 모텔로 옮겨왔고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열 사람의 우연하지 않은 관계를 탐색한다. 한 사람씩 차례 차례 살해당하고 용의자는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 남아있다. 폐쇄된 트릭 안에서 고전적 장치에 충실히 기대는 한편으로 끊임없이 결말의 탄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근래 호러물로는 보기 드문 성실함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결점이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첫번째 문제는 이 영리한 게임을 피칠갑 영상 활극 없이 마무리할 방법은 없었냐는 부분이다. 자극적인 영상이 꼭 나쁘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범인이 누구냐’의 순수한 추리적 의문을 반감시키기에 그렇다. 두번째 문제는 작품의 구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최종 반전의 낙차가 너무 크다. 이런 식의 반전까지 허용이 된다면 그야말로 '막 가자는 얘기'다. 제법 분투는 했으나 감히 크리스티의 위대함에 - 광대 크러스티가 아니다 - 범접하기에는 확실히 역부족이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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