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Runaway Jury, 2003) B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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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Runaway Jury, 2003) B평

by 김영준 (James Kim)

  존 그리샴의 베스트셀러 'Runaway Jury'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의 우리나라 개봉명은 정작 중요한 'Jury (배심원)'를 잘라먹은 '런어웨이' - 무슨 액션 영화도 아니고. 본래적 의미는 '결정적 배심원'이라는 것으로 재판의 결과를 손에 쥐고 있는 배심원, 즉 영화의 주인공 니콜라스 이스터(존 쿠삭)을 가리킨다.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원작에서의 소송은 난사사건으로 남편을 읽은 미망인의 총기재벌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변한다. 물론 담배재벌이든 총기재벌이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형국'이란 큰 틀에는 달라질 것이 없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양심적 변호사 웬델 로우로 분한 더스틴 호프만과 무기회사 측의 능란한 변호사 랜킨 피츠로 분한 진 핵크만의 관록의 대결도 눈부시지만 이 두 노련한 배우들의 사이에서 미묘하게 오가며 '결정적 배심원'을 연기하는 존 쿠삭의 결정적 연기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특히 존 쿠삭은 표정과 시선, 그리고 입 모양 하나까지 완벽하게 작품을 쥐고 흔드는 절정의 감각을 과시한다. 이 작품이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존 쿠삭의 연기 하나만큼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스피디한 전개의 맛을 살리는데 치중하느라 그리샴 특유의 비판적 묘사가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뭐, 그의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자주 발생하는 사건이기는 하지만 유독 이 작품에서는 특히 그 아쉬움이 더 하다. 법과 진실을 농락하는 이들 - 승소를 위해 배심원을 협박하며 유리한 증거를 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리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범죄라도 서슴치 않는 부정한 이들을 향한 정의의 여신 니케의 외침은 잘 짜여진 교차편집의 와중에 그렇고 그런 전형적 헐리우드 영화의 장치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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