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데이트 (Win A Date With Tad Hamilton!, 2004) B평
by 김영준 (James Kim)최근 불거진 스캔들로부터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에이전트의 계획에 따라서 시골 처녀와 데이트를 해주었을 뿐인 미남 배우는,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정말로 촌뜨기 여자의 순수함에 반해버린다. 자신을 정말로 영화 속 그 모습으로 이해하는 로잘린 (케이트 보스워스)의 모습은 콧대 높은 인기 배우 태드 해밀턴 (조쉬 두하멜)이 항상 겪어왔던 일이지만 단 한번도 진실되게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평소 로잘린을 짝사랑하던 동네 총각 피트 (토퍼 그레이스)가 끼어들어 삼각관계다. 로버트 루게릭은 '금발이 너무해 (2001)'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식의 가벼운 소품을 여출하는데 꽤 능숙한 편이다. 비슷한 시점에 동종의 스토리로 등장한 무리들과는 달리 부담스런 과장이 없다는 점이 우선 매력으로 다가오고 부록처럼 따라붙는 잔재미가 쏠쏠하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진실된 사랑은 멀리 있기 보다는 가까이 있기 마련이라는 발견은 당연하지만 그만큼 값지다.
다만 100분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을 끌고가기에는 강약의 굴곡이 없다. 이유가 뭘까. 원칙적으로 스쿠크류볼 코미디의 룰을 논하자면 큰 눈을 반짝거리는 로잘린이 너무 순정적이고 초현실적인 주인공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녀는 슈퍼마켓 캐쉬어라는 개중 가장 현실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를 둘러싼 만사가 파스텔 톤 동화적인 탓에 현실감이 없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예리한 받아치기에 대단히 취약하다. 물론 (이백만사천삼백십구명 중의 지원자 중 한 사람에 불과한) 시골처녀와 저녁 한 끼 먹었다고 까칠한 슈퍼스타에서 갑자기 순정남으로 돌변한 태드의 캐릭터라고 다를리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불발만 계속되니, 구차한 설명만 길어진다. 테마파크의 회전목마처럼 시종 안전하고 안전하고 또 안전한 이 작품에서 유일한 활어는 펄펄 살아 날뛰는 미친 동네 총각 피트 뿐 - 표현이 거칠지만 일백퍼센트 정확한 묘사다.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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