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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5.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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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애니메이션의 범람이 우리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그 '영향'이라는 것이 모호하여 이 자체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특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공중파 아홉 시 뉴스까지 나서는 것. 극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외국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시기에 마치 연례행사처럼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한다. 과연 이것이 명색이 프라임 타임 뉴스까지 나서야 할만한 일인지부터 잘 모르겠다. 그들의 논조는 마치 프탈산이나 비스페놀 A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양 경계심으로 가득한데, 남의 것이 들어와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황소 개구리도 머리를 긁적일 수준의 민망함이다. 매년 그 경계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작품이 한 편씩 있다. 일종의 '주적'이라고 할만한 개념이랄까. 올해는 그 영광이 디즈니/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에게 돌아갔다. 그러려니 웃고 넘어가기에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일단 '인사이드 아웃'은 알려진 그대로 흠 잡을 곳이 많지 않은 작품이다. 잘 짜여 있고 재미도 있으면서 건설적이고 건강한데 유익하기까지 하다. 역사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였던 픽사의 작품들이지만 성과의 정점을 찍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만든 어떤 신토불이 작품도 이제까지 IMDB 8.7점, 메타스코어 94점, 로튼 토마토 98%쯤에 견줄 성적표를 받아본 적은 없다는 점에서 지금 필요한 목소리가 우려와 반성 중 어느 쪽에 가까울지는 너무도 자명해 보인다. 항상 강조하지만 선을 그어야 할 자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사이이지 '우리 것'과 '남의 것'의 사이가 아니다. 

 

  아동기에 하나의 퍼스널리티가 형성되는 과정을 다룬다는 것은 이 작품의 가장 훌륭한 점이지만 반대로 가장 무모한 점이기도 했다. 그 자체로 어려운 주제임은 말할 것도 없다. 어린이의 눈높이와 성인 관객이 기대하는 깊이를 동시에 달성하는 건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나 다름이 없다. 실상 패를 미리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밑천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일례로 '정상 상태'라는 개념과 제어 시스템이라는 구조를 어떻게 양립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단순화의 정도가 예상 외로 과감하여 도리어 자유도의 발목을 잡을 법한 조짐마저 보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감정들이 요정 혹은 몬스터의 형상을 띄고 있는 점도 불만스러웠다. 각각의 감정들이 보다 사람에 가까운 형태로 구현되고 직장인 같은 느낌을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지극히 성인 관객 관점일 수도 있는) 생각도 했다. 감정의 의인화는 물론 기발한 발상이다. 다만 초반부에 느껴지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제약을 동반하는 부분도 있다. 하나의 캐릭터가 하나의 감정을 대표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개별 캐릭터는 단 하나의 감정만을 지녔다는 뜻도 된다. 그나마도 인간의 감정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교통정리를 한 덕분에 (그나마 셋은 들러리다) 그들 사이의 상성이나 조화를 통한 보완도 한계가 있다. 더구나 한 사람의 복잡하고 고도화된 감정을 온전히 조합해 내기가 어려운 관계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함께 단순화되어야 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어려운 프로젝트였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드 아웃'은 러닝타임 내내 끈질기고 성실하게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있는 패를 정성껏 끌어 맞추는 노력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기어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발달심리학 교재도 담지 못하는 깨달음을 제공하는 지점에 다다른다. 진실로 놀라운 결과물이다. 이런 작품의 성공에 한국 언론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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