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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Jolene, 2008)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6.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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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 닥터로는 돌리 파튼의 히트곡 ‘졸린(Jolene)’에 영감을 받아서 ‘Jolene: A Life’라는 단편을 썼다고 한다. 그림에 재능이 있었던 열다섯 고아 소녀가 고유의 묘한 매력으로 인하여 여러 연인을 거치며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그녀의 기구한 이야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시작해 미 대륙을 가로질러 10년의 여정 끝에 로스엔젤레스에서 끝나는데 사연의 무게와 단편이라는 형식 사이의 커다란 간극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댄 아일랜드의 2008년작 영화 ‘졸린’은 이 단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원작과 영화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지점은 통일성과 연계성에서 발견된다. E.L. 닥터로가 붙인 부제(A Life)가 영화의 제목에는 빠져 있는데, 어쩌면 딱 그만큼의 차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각각의 여정이 분산되며 마치 느슨하게 연결된 옴니버스물과 같은 느낌을 준다. 더구나 졸린이 어린 신부, 어린 과부, 소년원 재소자, 웨이트리스, 쇼걸, 보스의 여자, 접수계원, 연회 서버, 가정 주부, 전문직 여성 등으로 변신하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는 끊임없는 유혹과 구애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전개 방식은 남몰래 얼굴을 붉히며 DVD 케이스 뒷면 내용과 심의번호를 조용히 확인해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은 것은 순전히 제시카 채스테인의 공이다. 그녀는 이 영화 데뷔작을 통해서 (졸린이 도주 및 전직을 반복할 때마다) 일관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비록 역할 사이의 편차도 크고 조마조마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물론 그건 스트립 댄싱 장면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의 그녀가 있게한 고유의 매력 또한 이미 그때부터 발견할 수 있다.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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