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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페리 <One of the Boys>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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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똘하다. 가수로, 작사가로, 또 작곡가로, 뭐가 먹히고 뭐가 안 먹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재능을 가졌다. 머리도 아주 비상하다. 어떤 면에서는 가수보다 배우에 더 가깝기도 하다. 자기 노래를 연출할 줄 안다. 그리고 자신을 그 노래의 대체불가, 유일무이한 주인공으로 만들어낼 줄 안다. 본능적으로 주목받는 법을 안다. 아주 뛰어난 보컬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닌데 (몇몇 라이브 콘서트 자료를 보면 사실 재앙에 가까운 순간이 있다), 자기가 쓴 노래에 필요한만큼의 적절함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 가녀리게 혹은 우렁차게, 정숙하게 혹은 요염하게, 부드럽게 혹은 딱딱하게, 발랄하게 혹은 심각하게, 진지하게 혹은 경박하게, 사랑스럽게 혹은 그악스럽게, 흐름에 따라 순간마다 감쪽같이 변신한다. 이것 역시 타고난 재능보다도 머리가 잘 돌아가야 가능한 일이다. 필요한 영역 안에서 자기 능력을 적절히 배분 활용할 줄 안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녀의 영리함에 대해서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이다. 2008년 '팝계 최고의 수확'으로 뜨거운 인기를 몰고다니며 지구의 평균 온도를 1도쯤 올라가게 만든 케이티 페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원색 위주의 이질적인 독특한 패션, 대담하고 직설적인 노랫말, 재능 그리고 스타성. 좋게 보면 21세기가 원하는 마돈나처럼 보이지만  나쁘게 보면 그웬 스테파니와 카일리 미노그, 그리고 패리스 힐튼의 단점만 골라 섞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타고난 금발을 굳이 검게 염색했다는 것부터가 이 숙명적 딜레마를 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마돈나 시대의 마돈나는 이전의 어느 누구보다도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지금의 '포스트-마돈나' 자리는 문자 그대로 과열 경쟁 상태다. 더 자극적이고, 더 직설적이고, 더 대담하고, 더 엽기적으로 보이는 컨셉도 사실 요즘 같은 경쟁 구도에서는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라면 첫 앨범의 기록적 성공이 어느 정도 안전 장치가 되어줄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인기 사이클이 짧은 시대에는 누구도 미래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관건은 남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그녀만의 음악적 아이덴터티가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사실 이 앨범은 케이티 페리의 첫번째 앨범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2001년. 본명 케이티 허드슨(케이트 허드슨 아님)으로 발표한 크리스쳔 록 앨범이 있었다. 목사 부모 아래서 가스펠만 들으며 자라 CCM으로 음악계에 데뷔한 아가씨가 7년 후 어느 날 갑자기 가장 대담하고 도발적이고 문제적인 팝 아이콘으로 변신해 성공을 거두다니, 이래서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흡사 베트 미들러의 잭팟 앨범 표지 사진이나 시드니 셀던 소설 소재를 연상케하는 일이다.

(201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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