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16. 믿소사 청년우주선교단

낙농콩단/Season 6-10 (2006-2010)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5. 24.

본문

  목성 사람들은 예수님을 모른대요. 담임 목사님이 그랬어요. 주일에 교회에도 안 나간대요. 어쩜 그럴 수가 있을까요? 그러고도 어떻게 의미로운 삶을 살 수가 있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저러다 분명 절절 끓는 유황불에 떨어질텐데……. 하긴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가는 거죠. 칙칙 폭폭 기차를 타고, 김밥에 칠성사이다까지 챙겨서 말이에요. "자, 우리 노래나 부르자." 햇님반 아이마 벗페이스(Ima Buttface)가 기타를 메고 앞으로 나섰어요.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저 멀리 달 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 잠은 오질않네. "그만, 그만!" 맨 뒷자리에서 안대를 끼고 잠들어 계셨던 목사님이 깨셨나봐요. "누가 그런 저속한 노래를 불러도 된다고 했어요? 그런 노래는 주님이 좋아하시지 않아요." 목사님은 햇님반 아이마의 기타를 뺏어들고 앞으로 나서셨어요. 그리고는 힘차게 노래를 시작하셨죠.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벗은 형제여, 담대하게 싸울지라, 저기 악한 적병과, 심판 날과 멸망의 날, 네가 섰는 눈 앞에, 곧 다가오리라."


  우리는 믿소사 교회의 선교단입니다. 믿소사 교회란 믿음, 소망, 사랑교회의 준말이지요. 아, 그거 교회 이름이라기엔 너무 길고 복잡하지 않아요? 그렇죠.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냐면은 말이지요. 사실 옛날엔 우리 교회가 세 개였어요. 믿음교회, 소망교회, 그리고 사랑교회. 2076년 무렵 교단의 대대적인 합종연횡 과정에서 하나로 합친거에요. 합병을 하면서 이름 때문에 갈등이 많았다고 하죠. 믿음교회 사람들은 믿음이 없이 어찌 대사를 이룰 수 있겠냐며 마땅히 '믿음교회'가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소망교회 사람들은 우리보다 힘이 세고 권력과 통하는 교회가 세상에 또 있느냐고 엄포를 놓았지요. 사랑교회 사람들도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았지요. "니들 믿음, 소망, 사랑 가운데 무엇이 제일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라며 다른 두 교회 사람들에게 코웃음을 쳤으니까요. 그러다 결국 세 교회의 이름을 나란히 열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거예요. 믿음, 소망, 사랑교회. 너무 길어서 우리끼리는 그냥 믿소사교회, 믿소사교회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더 성질 급한 사람들은 그냥 FTC 교회라고 줄여서 불러요.) 물론 그 과정에서 믿음과 사랑과 소망 중 어느 걸 앞에 두고 어느 걸 뒤에 둬야 할지에 대해서 의견이 뜨겁게 분분했다고는 하는데 주님의 충실한 어린 양답게 성경 말씀에 입각하여 믿음, 소망, 사랑 순으로 놓기로 결론내렸다고 해요. 

*


  저희 믿소사 교회는 지난 2060년부터 꾸준히 우주 식민지로 단기 선교팀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 라는 주님의 지상 명령을 몸으로 실천하기 이해서죠. 매년 6백6십6명의 청년들이 사역의 큰 뜻을 품고 저 멀리 반짝이는 별을 향해 은하철도에 몸을 싣습니다. 이와 같은 선교활동은 아직 주님을 영접하지 못한 변방 미개인들의 영혼을 구원하고 주님 말씀의 세계 복음화를 위한 거점으로의 교회를 오지에 개척하는 동시에 선교단원 개개인의 신앙적 성장에도 큰 의미를 지난다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이만큼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우리가 아직은 가난하고 아직은 미개했던 시절, 해외 선교사들이 우리를 위해 이국만리까지 찾아와 손수 복음을 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둘러 보십시오. 지구본을 돌려 보십시오. 선진국은 모두 기독교를 믿습니다. 기독교를 믿지 않고도 잘 사는 나라가 있습니까? 불교 믿는 나라들 찢어지게 가난합니다. 이슬람교 믿는 나라들 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구원할 차례입니다. 지구촌을 넘어 이 광활한 우주에 찬송이 울려퍼지게 할 때입니다. 청년 어려분 망설이지 마십시오. 지금 ‘믿소사 선교단 제 3차 목성 단기 선교’에 지원하십시오. 은혜로운 주님은 바로 사역 안에 하나 되는 여러분의 피와 땀과 희생을 원하고 있습니다. 변방 미전도종족 사역현장의 예측하기 어려운 위협과 공포를 믿음으로 극복합시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복음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자원하기(몸으로 함께하기)] [헌금하기(마음으로 함께하기)] [헌금하고 자원하기(몸과 마음 모두 함께하기)] 
[로그인하기] [아이디/비밀 번호 찾기] 

*

  우리 목사님 말씀대로 목성은 아주 미개하기 그지없는 곳인 것 같아요. 찢어지게 가난하고 지지리도 못사는 걸 보면 말이에요. 길에는 거지들이 덜 마른 빨래처럼 널려있고요. 우주 평화유지군이 던져주는 지구제 초콜렛을 받아먹으려고 얼굴 새카만 아이들이 군용 지프차 뒤를 졸졸졸 따라다녀요. 여자들은 너도 나도 그런 군인들 유혹해서 팔자 한 번 고쳐보려고 야단 법석이고요. 남자들은 일이 없어 메리야쓰 차림으로 포커나 치고 앉았고요. 싸구려 담배나 뻑뻑뻑 빨면서요. 그 악마의 연기가 몽실몽실 올라가 대기층을 지나 원반 모양의 토러스 고리가 된대요. 목성의 허리를 뱅글뱅글 돌아가는 그 훌라후프 같은 고리말이에요. "세상에, 너무 지저분해." 깔끔 떨기로 유명한 별님반 마이크 로치(Mike Rotch)는 목성의 보이저 거리에 내리기가 무섭게 히스테릭한 비명을 질러댔어요. 평생을 무균, 멸균, 살균과 함께해 온 청결한 그에게 쓰레기통 뺨치는 이 곳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불구덩이 지옥과도 같았겠지요. 목사님은 그런 마이크를 가만히 다독이셨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필요한 이유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마이크는 목사님께 물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주님을 모르나요?" 목사님은 더없이 우주적으로 인자한 눈길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여기 거지들은 주님이 누군지도 모른단다." 바로 그 때 거짓말처럼 저 멀리서 찢어진 종이 쪼가리들이 흙바람을 타고 굴러왔습니다. "이제 뭐지?" 달님반 매킨지 추(Makenzie Zhou)가 쪼그려 앉아 그걸 주웠습니다. 매킨지의 가뜩이나 크고 왕방울만한 눈이 더 크고 더 왕방울만하게 되었습니다. 그 애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목사님께 매달렸어요. "모…… 목사님." 매킨지가 내민 종이 쪼가리를 받아들고 목사님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붉으락프르락하였습니다. 굉장히 엄하고 또 노한 표정으로 우리에게도 그걸 보여주셨는데요. 놀랍게도 그것은 갈가리 찢어진 마태복음의 일부였습니다.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28:18-20)'

  별님반 휴 제이너스(Hugh Jaynus)도 하나를 주웠습니다. 넝마나 다름없는 마가복음 쪼가리였죠.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마가복음 16:15-16)' 


  목사님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셨습니다. "제군들, 이제 우리가 왜 이렇게 먼 곳까지 주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지 알겠지요?" 우리는 병아리 떼 쫑쫑쫑처럼 입을 모아 네, 하고 외쳤습니다. 아무렴요. 당연하죠. 세상 어느 몹쓸 사람들이 저 소중한 복음서들이 아무렇게나 휴지처럼 굴러다니도록 방치한답니까? 한 마디로 개념이 없는거죠. 역시 미개인 중의 미개인들…… 저도 너무 화가 났어요. 달님반 메킨지도 별님반 마이크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요 햇님반 아이마도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기타를 내려놓았어요. 


  이윽고 목사님이 제안하셨습니다. "우리 찬송을 하면서 야영지까지 행진합시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목성 사람들이 숭배한다는 괴상한 신 나부랑탱이의 사원이었습니다. "그럼 어떤 곡이 좋을까요?" 우리가 묻자 목사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땐 ‘너희 온땅아’가 제격이지요. 단기 선교 핸드북 28쪽. 4분의 4박자. 틀리지들 맙시다, 하나, 둘, 셋, 넷. 히얼 위 고!" 아코디언을 들쳐 맨 목사님의 신호에 맞추어 우리는 목이 터져라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너희 온땅아, 너희 민족들아, 꿇어 여호와께 경배하라, 너를 말씀으로, 지어 펼치신 창조주 하나님께, 모든 끝이 주께 돌아올 때까지, 우리 선포하리라, 이제 모두 나와서, 주 경배하라, 너희 하느님의 사람아." 


  우리는 힘차게 주님을 찬양하며 보이저 거리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디서 갑자기 목성 원주민이라도 튀어나올까 겁을 먹었었는데 막상 합창하며 행진해보니 온갖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금방이라도 사명을 다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죠. 되레 목성 원주민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홀랑 빨가벗고 다니는 그들은 얼마나 미개하지요) 우리에게 잔뜩 겁을 집어먹은 눈치였어요. 남자도 여자도, 아이도 노인도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 몸으로 네 발로 땅을 디뎌가며 뛰어다녔지요. "어머머, 저게 사람이니 아니면 동물이니? 저러니 당연히 지옥불에 떨어지는 거지." 달님반 나디야 시모어(Nadia Seymour)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네 말이 맞아." 그들은 우리 주위를 맴맴맴 돌면서도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어요. 아마 찬송의 힘인가봐요. 햇님반 아이마 벗페이스는 배낭에서 성수를 꺼냈어요. 1.5리터 페트병에 담겨서 나온 신제품이었지요. 별님반 올라프 마이프렌자게이 (Olav Myfriendsaregay)는 허리춤에서 대추나무 5단 묵주를 꺼냈어요. 목사님도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셨죠. "우리 선포하리라, 이제 모두 나와서, 주 경배하라, 너희 하느님의 사람아, 너희 온땅아, 너희 민족들아, 꿇어 여호와께 경배하라." 


*

[믿소사 Q&A] 우주 선교란 무엇인가요? 
  선교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지역, 인종, 문화를 초월하여 복음을 전파하고 그들로 하여금 예스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하는 활동입니다. 이는 좁은 의미에서는 전도이겠으나, 넓은 의미에서는 하나님의 뜻이 온 우주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모든 활동을 포함합니다. 

[믿소사 Q&A] 우주 선교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성령을 받아 우주 끝까지 나아가고, 보내고, 가르치고, 바로잡고, 세례하고, 증거하고, 미신 타파하고, 우상 숭배 막고, 말씀 공부를 하고, 모든 족속을 제자로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교회를 세우게 하고, 끝내 그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믿소사 Q&A] 왜 우주 선교를 해야하나요? 
  당신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믿소사 Q&A] 꼭 우주 선교를 해야하나요? 
  예.

[믿소사 Q&A] 우주 선교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우주 여권과 기념 사진 찍을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

  지구 시간으로 오후 여섯시쯤 되었을 무렵 우리는 목성인들의 사원에 도착하였습니다. 떡갈나무 기둥으로 얼기설기 조악하게 세워진 이 움막이 사원이라니. 푸하하하. 우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우는 아이가 울음을 그친다는 믿소사교회에 걸음마도 떼기 전부터 출석해 왔을 뿐 아니라 여의도순복음, 금란교회, 명성교회, 주안장로교회, 인천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영락교회, 성락교회, 사랑의교회, 분당 할렐루야교회, 광림감리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출석교인 수만명 이상의 지구 최고의 거대 성전을 수시로 견학한 우리들로서는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목사님도 도리가 없다는 듯 피식, 실소를 내고야 마셨지요. "그러니까 얘들아, 못사는 민족은 못사는 이유가 있는 법인 것이란다." 목성인들의 사원 바로 앞에 우리는 텐트를 쳤습니다. 뚝딱뚝딱 말뚝을 박았습니다. 사원 내에 꽤 쓸만한 나무 조각물이 많길래 가져다 쪼개 불을 피웠습니다. 밤이 내리면 캠프파이어도 할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코펠을 꺼내어 밥을 지었짓고 국을 끓였어요. 햇님반 아이마는 다시 기타를 꺼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 위에 오신 하나님의 본체, 십자가에 달려 우리 죄 사하셨네,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우리 예수 이름 앞에 절하고, 모든 입이 주를 시인해, 영광 중에 오실 주를 보리라, 선포해, 왕께 만세, 존귀와 위엄을 찬양해, 왕의 왕께 만세, 주 예수 하나님." 다 같이! "왕의 왕께 만세, 주 예수 하나니-임!" 우리 모두 박수를 치며 주일 학교에서 배운대로 율동을 하였습니다. 무척 즐겁고 보람찼어요. 이 황량하고 피폐한 땅에 한 줄기 맑은 빛을 비추는 것 같았으니까요. 

  우리들의 노래 소리에 끌린 건지 숨어 있던 목성 원주민들이 하나 둘씩 우리 곁에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머리에 깃털 같은 것을 꽃은 나이 든 남자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아마 우두머리였는가봐요. 그러니까 지구말을 할 줄 알았던 것이겠죠. 
- 이방인들이여, 우리의 성스러운 공간을 함부로 침범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성스러운 공간이란 아마 이 다 쓰러져가는 움막을 이야기하는 건가봐요. 킥킥킥. 우리 중 몇몇이 웃음을 참지 못했어요. 뭐라 대꾸하려는 우리를 제지하고 목사님께서 앞으로 나서셨지요. 
- 우리는 미개한 당신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라 온 사람들입니다. 
- 무슨 소리냐.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걸 원한적이 없다. 
  목사님은 시큰둥하게 대꾸하셨죠. 
- 필요할 겁니다. 당신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우리입니다. 
  미개인들의 추장도 (아마도 그렇게 불러야 하는 것이겠지요) 결코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어요. 
-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성전을 침범한 너희의 불경을 단죄하는 것이다. 
- 말도 안됩니다. 이런 움막 안에서 밤낮 기도해봐야 당신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 걱정 말아라.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이 행복이라 느끼는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닙니다. 거짓이고 가장입니다. 이제 눈을 떠야합니다. 언제까지 저런 거짓 우상을 숭배하면서 살 겁니까? 
  목사님이 가리킨 곳에는 목성 사람들이 믿는다는 남자의 나신상이 있었습니다. 원주민들의 일부가 웅성거리며 동요했어요. 아마 자기들의 우상이 모욕받는다고 생각했는가봐요. 분위기가 일순 험악해졌지만 우리는 태연하게 행동하였습니다. 이미 변방 미전도종족 사역현장의 예측 불가한 상황을 대비해 무수한 훈련을 거쳤으니까요. 성수를 쥔 손에 힘을 주었고 가방에서 택티컬 나이프와 화염 방사기를 꺼내 들었어요. 어디, 한 번 덤벼 봐! 

  미개한 원주민들은 끝이 뭉뚝한 막대기로 우리를 위협해 왔습니다. 우리는 훈련받은대로 대열을 갖추어서 단도의 끝을 그들 쪽으로 내밀었지요. "여러분. 작전 C다." 목사님께서 작전 C를 명하셨어요. 작전 C란 단기 선교 핸드북에 명기된 비상시 대처 매뉴얼 C번을 말하는 것인데요. 한 마디로 변방 미전도종족에게 지옥불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라는 얘기죠. 별님반 올라프 마이프렌자게이는 배낭에서 솜뭉치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휘발유에 적셨고요. 달님반 나디야 시모어와 함께 우리 텐트 주변을 둘러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달님반 마이크는 낙엽 블로워를 꺼내 담당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습니다. 이윽고 목사님이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습니다. 화르르르르. 불의 경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원주민들은 불을 처음 보았는지 주춤거렸어요. ‘원주민들은 불을 무서워합니다. 그리고 사진 찍히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라고 적혀있던 단기 선교 핸드북 내용이 사실이었는가봐요. 햇님반 아이마 벗페이스와 달님반 맥킨지 추가 재빠르게 주위에 널부러진 각목들을 집어 끝에 불을 붙였어요. 원주민들이 넘어오는 족족 위협하기 위함이었죠. 모두 함께 불길 위로 넘어오는 야만인들의 야만스러운 육체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었지요. 몇몇 원주민들이 피를 흘렸고 몇몇 원주민들은 온 몸에 불이 붙어 세상에서 가장 끔직한 비명을 질러대었어요. 


  "저것이 바로 지옥에서 서라운드로 울려퍼진다는 그 소립니다" 라고 말씀하신 목사님은 트레이드 마크인 탈부착용 로만카라를 떼시고 바울셔츠(연회색, 100% 순면, '목회자셔츠닷컴'에서 구입)의 단추를 풀고 소매를 걷으셨어요. 원주민들의 추장과 한판 붙어야할 상황이었으니까요. 이겨라, 이겨라, 이기는 편 우리 편! 사실 우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었어요. 원주민 추장은 몸도 우락부락 야생적이고 얼굴도 우락부락 야생적이라 자칫 방아깨비처럼 생긴 우리 목사님이 당하기라도 하시면 어쩌나,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웬 걸요. 목사님이 하이킥으로 쓰러뜨린 다음에 재빨리 단박에 헤드 락을 걸자 추장은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상한 물오징어처럼 축 늘어지는 겁니다. 와아! 이럴수가! 우리가 환호하자 목사님은 브이(V)자를 그려보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게 다 주님의 권능입니다." 역시 우리 목사님은, 그리고 주님의 권능은 대단하신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입을 모아서 FTC, FTC를 연호했어요.

  원주민들은 물러갔어요. 의식을 잃은 그들의 추장은 들것에 실려갔지요. 우리는 힘차게 승리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벗은 형제여, 담대하게 싸울지라, 저기 악한 적병과, 심판 날과 멸망의 날, 네가 섰는 눈 앞에, 곧 다가오리라." 목사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오늘의 승리는 우리가 저들을 그만큼 교화시켰음을 의미합니다." 그때 여자아이들, 달님반 매킨지와 시모어가 그 작고 조막만한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 야만인들 중에 다친 사람도 있던데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목사님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래, 네 말이 옳구나. 미개한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하지만, 여러분. 이것만은 기억해야 합니다. 저들은 비록 오늘만은 아파할테지만 언젠가는 도리어 우리를 고마워할 겁니다. 그러니 마음 약해지지 말고 남은 닷새 동안에도 더욱 더 선교에 힘을 쓰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다시 한 번 축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찬송을 부르고 율동을 하면서 우리는 야만인들의 사원 한 가운데로, 승자답게 당당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그들의 우상 하나 하나에 성수를 뿌리고 기도를 올리신 다음 도끼로 찍어 남김없이 파괴하셨어요. "와, 오늘 캠프파이어는 걱정이 없겠네!" "오늘이 뭐야, 5박 6일 선교 일정 내내 캠프 파이어만 해도 되겠다." 우리는 목사님이 던져주신 나무 쪼가리들을 모아 불을 피웠어요. 아, 따뜻해! 목사님의 이마에는 어느덧 맑은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뭔 놈의 거짓 우상이 이렇게 많아." 마지막으로 목사님은 높은 사다리를 가져오라고 이르셨습니다. 사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웬 파리하고 초라하게 보이는 머리 긴 남자의 상을 부수기 위함이었죠. 그 남자는 거의 알몸으로 손과 발에 못이 막힌 채 십자 모양의 판자에 매달린 아주 흉한 꼴이었습니다. "에그머니나, 야만인들의 우상이란 끔찍하기도 하지." 달님반 맥킨지와 나디야가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2009년 05월)

반응형

'낙농콩단 > Season 6-10 (2006-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8. 순진한 호의  (2) 2009.07.19
117. 장학사님 납신다  (0) 2009.06.21
114. 민족기록화: 살수대첩  (0) 2009.03.29
113. 학교 보안관 장고  (0) 2009.03.01
111. 엑스콘: 전과자는 괴로워  (0) 2009.01.04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