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부스 (Phone Booth, 2002) B평
김영준 (James Kim)
위협은 제비뽑기처럼 무작위다. 전화를 끊으면 그 순간 네 목숨도 끊긴다는 협박은 실상 스투 세퍼드(콜린 파렐)가 아닌 누구에게라도 가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왼편과 오른편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뉴욕의 시민과 뉴욕을 오가는 방문객 중 누구라도 그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감독 조엘 슈마허와 각본을 맡은 래리 코헨은 콜린 파렐을 공중전화박스 안에 몰아넣었고 촬영감독 매튜 리바티크는 넉 대의 카메라를 동원하여 빠르고 강렬한 동시 화면 분할을 가능하게 하였다. 원거리의 상대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전화의 편리함은 미지의 상대를 비대면으로 상대하여야 하는 순간 섬뜩한 가능성으로 변용된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목소리에 대한 두려움은 일찍이 '웬 어 스트레인져 콜스 (프레드 월튼,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