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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아담스 <11>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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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돌아왔다. 옆에 삐딱하게 걸친 키타를 달고서였다. 오빠들은 꿈을 먹고 사는 존재기 때문에 자켓 디자인의 틀을 좀처럼 바꾸려들지 않는다. 브라이언 오라방은 ‘내겐 오직 키타 하나 동전 한 닢 뿐’ 컨셉트의 자켓을 열 장의 디스코그라피 중 무려 다섯 장에 걸쳐 시도했던 바 있다. 무엇보다 신체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형이상학적이기보단 형이하학적인) 경향도 과거 로드 스튜어트를 비롯한 전형적인 오라방 자켓의 특징이다. 애써 초탈하기보단 마땅히 세속적인 면모가 어느덧 마흔 여덟이라는 오라방의 연세를 감안할 때 찡하게 다가온다. 앨범의 제목은 ‘11(eleven)’, 열한번째 스튜디오 녹음 앨범이라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스피릿' O.S.T를 포함, 정규앨범으로는 열번째) 뜻이다. 곡도 열한개의 트랙이 실렸다. 11은 서구 사회에서 그렇게 달가워하는 숫자가 못된다. 때아닌 숫자 논쟁이 일자 그는 “나는 이제까지 수비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나서 밝혀야 했다. (되려 eleven이라는 표기에서 그의 최고 히트곡 'Heven'을 연상하는 건 오직 나뿐인건지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 미디어>의 대릴 스터던은 기고문을 통해 브라이언 오라방의 음악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종류의 음악이 있다는 분석을 내어 놓는다. 

 

1) 어린이를 위한 크런키 록.
2) 소녀들을 쟁글리 기타 팝.
3) 엄마들을 위한 영화 삽입용 발라드.
+ 여기에 핸섬한 외모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보너스


  본작 역시 크게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상했던 결과다. 오라방 특유의 커피향 허스키 보이스는 근사한 마술로 소녀들과 엄마들, 그리고 나처럼 미혹한 어린이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거의 완벽한 가족용 음반이 될 법도 한데, 아쉽게도 아빠들을 위한 음악만 누락이다. 김영하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오빠 이론에 대해 복기해보자. 유사 이래 아빠들은 "에라이, 이 탈레반 같은 새끼야" 라며 오빠들의 음악을 영 달가워하지 않았고 오빠들 또한 굳이 아빠들에게 잘 보일 생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종종 빚어지는 비극이다. 하지만 어차피 누군가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면 아빠보다는 오빠가 나을 것이다. 아빠는 오빠더러 탈레반이라고 욕하지만 탈레반이든 오사마 빈 라덴이든, 귀만 행복하면 장땡인 것이다. 아무래도 아빠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평단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오라방은 고향인 캐나다(앨범 차트 1위)를 비롯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앨범 차트 10위 안에 이 작품을 진입시키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렇듯, 어른이 된다는 건 간단하다. 우선 평단을 제압할 만큼 힘을 기르고 키타를 찾아 집으로 쳐들어가는 거다. 그럼 만사 오케이다. '맨날 똑같다'라는 말로 쉽게 폄하하기엔 그의 적당히 세속적이고 적당히 품격있는 노래에는 여전히 청자를 설레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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